나루토 Naruto 43
기시모토 마사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년만화를 즐겨 보는 이유는 뻔한 메시지를 뻔하지 않게 풀어가는 방식 때문이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촘촘이 얽혀 있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을 실타래를 풀듯이 한올 한올 풀어내는 맛이 소년만화의 진정한 매력이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 과정이 긴박하면서 흥미진진하기 때문에 끊이지 않고 독자를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나루토'는 그러한 소년만화의 전형이다.

'나루토' 전체를 관통하는 큰 줄거리는 닌자의 세계에서 열등생으로 낙인 찍힌 주인공 나루토가 훌륭한 닌자로 인정받게 되는 과정이다. 비록 말썽꾼으로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나루토이지만 그에게는 소중한 사람을 지킨다는 목표가 있고, 그것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다. 마을사람들에게 외면받기만 하던 나루토는 피나는 노력 끝에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게 되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적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목표를 향해 가는 첫 걸음은 미숙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마침내 정상에 도달한다는 흔하다면 흔한 그런 이야기이다. 즉 '나루토'에는 노력, 성장, 승리, 유대감 등 소년만화의 공식을 이루는 요소들이 짙게 깔려 있다.

그러나 '나루토'는 이를 제외하고도 무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닌자마을이라는 독창적인 세계관,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 인물들간의 다양한 갈등 요소들이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닌자'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영역을 끌고 왔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작가에 의해 창조된 기발한 세계 속으로 푹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인물들과 각종 술법이 난무하는데다 매 화마다 다양한 전투와 전략들을 선보이면서 스펙타클한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러나 '나루토'의 진정한 매력은 이런 박진감 넘치는 장면 하나하나를 짜임새 있게 배치한 스토리 텔링의 힘에 있다. 단행본 43권까지 진행된 지금 되돌아보면 단 한 장면도 필요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앞서 깔아놓은 포석을 치밀하게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소년만화의 공식성을 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뒷 이야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사실들에 대해서는 연구글마저 쏟아져 나올 정도니 '나루토'만의 방대한 스케일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만화 속에서 사용되는 술법들은 더욱 규모가 커졌고, 주인공을 위협하는 세력은 더욱 강해졌다. 소중한 사람을 지킨다는 애초의 소박한 목표는 닌자 세계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거창한 목표가 되어버린 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커진 스케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진감 넘친다.

나루토와 더불어 서브 주인공격인 사스케를 둘러싼 가장 큰 의혹의 일부가 밝혀지면서 '나루토'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명랑 쾌활할 것만 같던 소년만화 속에 비극적이고 처절한 슬픔이 가미되면서 점점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아직 드러나야 할 비밀도 많고, 해소되어야 할 갈등도 많이 있지만 결코 실망스럽지 않은 결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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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요정 2009-06-2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이런 쇼킹한 반전과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이런흐름에 액션이 터져주니~ 멋있음... 이번권이 제일 재미있었던거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