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오디세이 2 - 혼돈의 시대 : 통일신라 ~ 고려 편, 김정환의 상상하는 힘을 길러주는 우리 역사 이야기 한국사 오디세이 2
김정환 지음 / 바다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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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상력이 없이는 온전히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 문헌 자료의 한계로 인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많을 뿐 아니라 하나의 사건도 집필자의 역사관에 따라 달리 서술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의 행간을 채워넣을 수 있는 역사적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사 오디세이'는 문학과 건축, 유물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적 상상력을 펼친다. 오늘날 전해지는 과거 문화 예술의 산물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역으로 이러한 유산들이 역사의 일면을 밝히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한국사 오디세이'는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역사를 파헤친다.

총 4권으로 이루어진 '한국사 오디세이'의 두번째 시리즈 '통일신라~고려편'에서도 역사를 이해하는 방편으로 사료를 통해 전해지는 내용들과 더불어 문화예술 유산들에 얽힌 이야기를 다채롭게 들려준다.
통일 신라 시대의 역사에서는 다양한 설화와 시가들을 통해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국문학사를 조망해 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신라의 향가는 통일 신라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제시된다. 또 불국사, 석굴암 등 경주 지방에 남아 있는 문화 유산과 그에 얽힌 다양한 설화를 들려주면서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공간으로 옮겨 놓기도 한다. 책은 통일신라, 남북국 시대, 후삼국 시대를 거치는 동안의 한반도의 역사적 흐름을 따르면서 주변국과의 정치적 영향관계 또한 놓치지 않고 설명해 준다.
삼국을 통일한 뒤 불교 예술을 화려하게 꽃피웠던 통일신라의 전성기와 그 붕괴과정을 거쳐 진정한 혼돈의 시대라 할 수 있는 고려에 이른다. 고려시대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도 문학작품에서 시작한다. 우리 나라의 역사에서 끊임없는 내우외환으로 유난히 탈이 많았던 고려 왕조의 혼란상은 속요 '쌍화점'의 음란한 노랫말로 특징지워진다. 또 상감청자를 위시한 고려시대 예술 기법과 그 형식을 통해 고려인들의 변화해가는 정신을 엿본다. 책은 무신정권과 잦은 민란, 몽고의 수 차례 침입으로 인하여 고려사회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흥미있는 일화들을 곁들여 자세히 서술한다.

역사는 캐캐묵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모든 것을 이루는 누적된 산물이다. 이는 역사가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긴밀하게 닿아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사 오디세이'에서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문학, 음악, 건축물 등 다양한 문화유산들을 역사 속에서 조명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의 정신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역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드러내고 있다. 예컨대 통일신라부분의 마지막에 경주의 문화유적을 전체적으로 갈음하면서 천 년 전의 시간을 오늘날의 경주라는 공간으로 옮기려는 시도를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과거와 오늘날의 단절된 별개의 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한다.

'한국사 오디세이'는 사실 전달 위주로 되어 있는 기존의 역사 서적들과 다른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순한 사실의 전달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 속으로 침투해 주관적 논평을 곁들이기도 하고 역사의 내부에서 느낀 감정을 문체를 통해 표출해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딱딱한 역사적 사실도 좀더 쉽게 읽힌다. 독자는 마치 그 시대의 한 가운데 놓인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 역사를 이해하는데 좀더 유연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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