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박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
박민우 지음 / 박민우(도서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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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기를 왜 돈 주고 사서 봐야 하나? 인터넷에 널린 게 여행 정보인데. 다양한 사진과 가격, 교통 정보, 구글맵 링크까지 클릭 한 번이면 가능하지 않은가? 여행 서적의 효용을 정보 습득으로 한정 지으면 더 이상 책은 필요 없다. 책의 효용을 여전히 믿고 있는 나도 여행기에서 자주 보게 되는 숙련되지 않은 문장과 단물 빠지게 우려먹은 ‘청춘’이니 ‘방황’ 같은 키워드들을 보면 견디기 힘든 기분이 된다. 여행은 자유도 방황도 일탈도 아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25박 26일 치앙마이 불효자 투어> 제목이 얼마나 정직한가. 이 책은 제목만큼 담백하다. 여행의 낭만이란 이름으로 경험을 미화하지 않는다. 화해와 이해가 동반되는 가족애의 위대한 깨달음이라는 대단원으로 마무리되지도 않는다. “늦기 전에 효도 하세요”같은 꼰대의 잔소리도 없다. 그냥 제목 그대로 25박 26일 부모님을 치앙마이로 모시게 된 불효자의 애환이 가득한 여행기다.

70대의 부모를 모시고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왜 없겠는가. 그 갈등을 애써 포장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묘미. 그렇다고 부모와의 갈등은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것처럼 자극적이지는 않다. 맥락 없이 코를 풀거나 식당에서 요란하게 국물을 들이켜는 것, 공연히 한국인 여행자에게 말을 걸어 사서 무안을 당하는 것. 이 모든 게 아들은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몹쓸 불효자’의 효도 코스프레는 결코 아니다. 구구절절 부모에 대한 사랑을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아들의 모든 신경은 부모의 만족을 향해 곤두서 있다. 윤라이 전망대에서 “아들아, 뭐 하냐? 어서 사진 찍지 않고.”라는 아버지의 성화 한 마디에 하늘을 날 듯이 행복해한다. “이런 방은 10만 원을 줘도 안 아깝지.”하는 아버지의 총평에 감성 숙소에 대한 오랜 기준도 쉽사리 내던진다. 아들의 마음은 이런 것이다.

반면,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어머니, 아버지는 여행 중엔 무조건 배가 안 고프고, 목이 안 마른 사람이 된다. 카페에서 커피를 시키면 아버지 표정이 특히 안 좋아지신다. 맥심 커피믹스가 천하제일인데, 어쩌자고 비싼 돈 처들여서, 더 맛없는 걸 마신단 말인가? 윤라이 전망대에서 파는 죽이 800원이어서 망정이지, 2~3천 원만했어도 아버지, 어머니는 절대로 배가 고프지 않으셨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껏 감상에 빠지고 눈물을 짜내도 되는 ‘부모의 사랑’이라는 프리패스를 쉬운 방식으로 소모하지 않고,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데서 오는 글맛이 있다. 유쾌 발랄한 화법 이면에서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것이 박민우식 글쓰기다. 왜 인터넷에 널린 여행기를 두고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이 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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