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청소년들의 고민과 정체성, 그리고 시간의 철학적 의미를 아우르는 인문학에 가까운 소설을 처음 만났다. 기존 청소년 문학이 조금 진일보한 소설로 말이다. 이 책은 제1회 자음과 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로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 바쁜 사람 대신 무엇을 해준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책장을 넘겼다. 추리기법으로 진행된 소설이라 그런지 속도감도 있고 가족애, 우정, 사랑이란 삶의 가치 그리고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여겨진다.

두 번의 아르바이트로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한 온조는 인터넷에 익명성과 비밀유지를 전제로 약간의 돈을 받으며 의뢰한 일을 해결해주는 ‘시간을 파는 상점’을 오픈한다.

이 카페의 첫 번째 의뢰인인 닉네임 ‘네곁에’. 그는 온조의 옆반에서 일어난 PMP 분실 사건을 의뢰한다. 훔친 물건을 되돌려 놔달라는 요청이다. 이 의뢰는 지난해 온조반에서 일어난 도난사건의 들통나 옥상에서 자살한 학생을 떠올리게 한다. 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껄끄럽지만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두 번째 의뢰인은 강토,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와 맛있게 식사를 해달라는 엉뚱한 의뢰다. 온조는 할아버지에게서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어난 아버지와의 문제를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의뢰인은 작은 선생님. 매달 편지배달의 주문요청이었다. 이런 일들을 하면서 온조는 시간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시간은 그렇게 안타깝기도 잔인하기도 슬프기도 한 것인가. 삶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전쟁 같기도 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는 그렇게 애달파 하고, 싫은 사람과는 일 초도 마주 보고 싶지 않은 그 치열함의 무늬가 결국 삶이 아닐까? 작은 선생님의 에너지는 시간을 뛰어넘어 죽음도 저만치 미뤄놓는 힘이 있었다. 죽음이 끝이 아니었다. 아빠와의 시간이 죽음을 넘어 지금 온조의 가슴에 오롯이 살아난 것처럼 말이다. - p.106

- 앞으로 우리가 살 수 있는 날은 3만 일도 채 되지 않는다.

- 삶 전체를 24시간으로 본다면 우린 지금 몇 시쯤 됐을까? 아마도 새벽 다섯 시?

- 혼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봐라, 거기 하늘만은 너와 함께 있다.

- 희망은 도처에 널려 있다. 발길에 차이는 희망, 그것은 기꺼이 허리 숙여 줍는 자의 것이다.

-네 절정은 지금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너의 절정이다.

(/ pp.203~204)

과거에 흘러간 시간. 지금의 시간, 다가올 시간 그건 연결선상에 있는 것이다. 전혀 다른 지점의 시간이 아닌 것이다. 시간은 흐르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끝은 아니란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꿈을 시간을 더해 이야기해준다.

조금은 고차원적 청소년 소설의 입문이랄 수 있는 이 책은 청소년, 일반인 누가 읽어보아도 좋을 만큼 흡인력, 속도감, 주제의식이 잘 갈무리된 소설이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