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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컬링 (양장) - 2011 제5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최상희 지음 / 비룡소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우리나라. 아직 메달진입이 가능한 종목에만 눈과 귀를 모으게 할뿐 다른 여타 종목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고 있지 않다. 그중 ‘컬링’이라면 얼핏 본 적도 있는 듯 한데 자세한 규칙이나 정보도 없고, 우리나라에 이런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가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 비인기 종목의 ‘컬링’을 소재로 쓰여진 청소년 문학을 만났다.
왜 하필 이런 비인기 종목이 소재가 되었을까? 그럼 청소년 중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그냥컬링? 컬링이면 컬링이지 ‘그냥’은 왜 붙은 것일까? 뭐, 심심해서? 가져다 붙이기 만만해서? 그 종목을 대하기가 그저 데면데면하다는 말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됐다. 280여쪽의 양장본으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우리에겐 비인기 종목이 ‘컬링’뿐이겠는가. 하지만 이런 비인기 스포츠라도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있다. 그들에겐 그렇게 열심히 하는 그들만의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 믿는다. 영화 [국가대표]도 그렇지 않던가. 이 책은 비인기 종목인 컬링으로 대회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과정이라든가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는 스포츠적 관점으로 보기보다 단지 청소년 이야기를 하는데 소재로 작용했다는 점을 참고 하면 좋을 듯하다.
컬링은 팀으로 하는 운동으로 최소 4명이 필요하다. 스톤을 던지는 사람을 딜리버리라고 하고, 리드, 세컨드, 서드, 스캡 순으로 딜리버리하며 스캡은 팀의 주장격이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유리하다. 얼음판에 물을 뿌려서 빙판이 얼어붙으면 우둘투둘해지는데 이것을 페블이라고 하는데, 페블때문에 마찰력이 생겨 스톤이 휘게 되고 휘기 때문에 컬링이라고 한다. 돌처럼 보이는 스톤을 던지면 양쪽에서 두 사람이 미친듯이 비질을 하게 되는데, 이 비질을 스위핑이라고 한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어리버리하게만 보이는 ‘컬링’. 전직 야구선수였던 산적과 며루치가 의랏차를 컬링팀에 영입을 시도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김연아를 꿈꾸는 동생 연화의 쥬스 심부름이나 하면서, 자신의 목표나 꿈이 없었던 을하. 그러나 그에게도 뭔가 해내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10월의 치러질 컬링대회. 아직 제 4의 멤버도 확정하지 못한 채 연습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컬링을 위한 카페회원이자 추리닝입고 궁상맞게 컬링장에 나타나는 고시생 금보형의 도움을 받으면서 컬링의 진지한 역사와 정신을 비롯해 경기에 대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경기장도 하나밖에 없는데 방학 땐 공사 때문에 곳곳의 스케이트장을 전전하며 연습해야 했으며 사람들의 웃음꺼리가 되면서도 즐겁게 연습에 임했던 컬링. 아버지의 귀농으로 컬링선수를 그만둔 박카스를 마지막으로 멤버를 채우며 막바지 훈련을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전직 야구선수였던 산적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이사장 아들 남궁최강 때문에 사건에 연루되게 되면서 컬링의 위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위기에 닥쳤을 때 팀이 해체되거나 더욱 굳건해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되는데 이들의 우정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저항과 변혁의 정신이 깃든 종목인 컬링과 그들 앞에 놓인 비주류이며 사회약자로서의 설움이 동일시되면서 어떤 행동에 나서게 될 수 있는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청소년은 외계인 아니냐는 작가의 말이 그들만이 이 세상을 살기 좋게 바꿀 수 있는 희망이라는 생각을 동일시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