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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탐욕의 인문학 - 그림속으로 들어간
차홍규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우리의 본능을 충실하게 따라가면 우리는 덕후, 예술가, 작가, 크리에이터 등 어떤 창의적인 생산물을 아주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예술작품들을 보면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잘 승화시켜 작품에 이입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술작품을 어렵고 따분하고 소수의 어떤 사람들만이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결국 예술의 본질은 인간의 욕망을 다루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의 본질적인 본능에 한걸음 다가가 그것을 통해 그림과 조각들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욕망과 탐욕을 사랑이라 쓰고 끌림, 탐욕의 유혹 광기, 치명적 욕망 유혹, 영혼의 아름다움 동경, 가질 수 없는 사랑 관음, 예술의 마지막 지점 애증, 불같은 사랑의 지배 탐닉, 가장 치명적인 질투 복수, 경계에 선 치명적 유혹 근친, 멈출 수 없는 권력의 화신 치정, 권력자를 향한 치열한 암투 도발이라고 읽는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여자들의 감정 스펙트럼이 남자들보다 복잡하고 섬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세계의 역사가 남자들을 중심으로 쓰여지고 그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보니 여자들은 남자의 소유물로써 그들의 사랑에 기댈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볼 때 여자는 질투의 화신으로 많이 그려지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이브와 삼손과 데릴라, 세례 요한의 목을 자르는 살로메, 다윗과 밧세바,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 마녀 키르케, 아름다운 요부 라미아, 최고의 요부라 불리는 옴팔레, 유대 신화속에 등장하는 유혹의 화신 릴리트, 세계의 역사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의 헬레네, 이집트의 여왕 매력녀 클레오파트라, 회춘을 위해 여성들의 피를 먹었다는 바토리 에르제베트, 로댕의 연인인 뛰어난 조각가 카미유 클로텔, 낭만주의 시대 대표적 여성 작가 조르주 상드의 시대를 앞서간 자유분방한 연애, 매디치 가문 출신의 지혜로운 철의 여인 카테리나, 너무나 유명한 영궁의 튜더왕조 헨리 8세, 러시아의 영광 남자들을 쥐락펴락했던 예카테리나 2세,나폴레옹을 사로잡은 바람둥이 과부 조세핀, 이슬람의 성노예의 성지인 하렘의 오달리스크 까지 성경, 신화, 세계의 역사속의 인물들에 대한 사랑이야기가 가득 담겨져 있다.
성경과 신화, 세계사의 배경지식을 알고 있다면 무척 재미있게 읽게 될 것이다. 마치 비하인드 스토리같은 느낌이다. 현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가막히고 스케일 또한 엄청난 막장드라마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니까 말이다.
배경지식이 없다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이 책을 읽고 성경과 신화, 세계사에 흥미를 느껴 다른 책들을 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평소 신화나 세계사에 관심이 없던 나도 이 책을 읽고 관련책들을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유럽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여행하는 사람에게도 참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다. 예술작품들은 그 속에 항상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 이야기의 한 장면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니 그 이야기를 모른다면 그저 종이나 돌로 보일 뿐 어떤 영감도 재미도 감동도 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림이나 조각에 나타난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잡지같은 재질의 빹빹하고 선명한 컬러사진이 흥미를 이끈다. 같은 이야기속의 다른 작가들의 그림을 대조,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다. 대조, 비교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 또한 팁으로 얻어갈 수 있다. 그림이나 조각이지만 마치 그곳에서 살아있는 거처럼 케미가 느껴지는 작품들도 있었다.
카미유 클로텔의 <입맞춤>이란 작품은 마치 생생한 키스의 현장같은 느낌이다. 두 사람의 케미가 정말 최고로 느껴진다. 카미유가 어떤 심정으로 이 작품을 조각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정도다. 어떻게 이런 무형물에 생명이 깃든 것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그녀는 천재가 아닐까 싶다.
의붓아버지를 유혹하는 춤을 추는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은 단연 압도적이다.
마치 그녀가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그리고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그녀는 실로 매력적으로 보인다.
평소에 미술에 관심을 갖고 싶어했던 사람이나, 신화나 성경, 세계사에 대한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던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매혹적인 그림들이 더 많이 실려 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길. 사랑의 감정들을 어떻게 그림속으로 잘 녹여내었는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20대 때 유럽 배낭여행을 했을 때가 기억난다. 그림에 대해 아무런 지식없이 그저 많은 곳을 돌아다니기에 바빴었다. 그 때 이 책을 읽고 갔다면 아마도 내 마음속에 어떤 감동과 영감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정말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다음에는 세계사에 대한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
북튜버<책읽는 치어리더>
https://www.instagram.com/cheer_reading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