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빠진 세계사 -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3
이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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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세계사와 한국사는 언제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암기과목에 불과했다.

학창시절에 접했던 세계사와 한국사는 중요한 사건의 이름과 년도를 외우고 밑줄 긋기에 바쁜 과목일 뿐이었다.

입주 위주의 공부에만 치우쳤기에 더이상 알고 싶지도 배우고 싶지도 않은 분야였다.

그런데 여러분야의 책을 읽다보니, 요즘에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하도 손을 놓은지가 오래되어 선뜻 역사책을 읽기가 망설여졌는데 <변기에 빠진 세계사>라는 제목을 보고 당장 읽고 싶어졌다.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이야기라는 부재를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똥과 오줌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바라본 세계사는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이 책의 저자가 이영숙 작가인 것을 보고는 더 신뢰가 갔다.

이 책 뿐만 아니라, <식탁 위의 세계사>,<옷장 속의 세계사>,<지붕 밑의 세계사>를 집필하셨다. 사람들의 의식주를 다른 관점으로 풀어낸 역사이야기의 달인이셨다. <변기에 빠진 세계사>를 집필한 이유는 고등학교에 강연을 갔는데, 강연 중간 중간에 똥, 오줌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을 내며, 엄청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더러운 것들에 대한 역사를 책으로 써달라는 아이들의 요청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은 다소 더러운 것들(?)에 대한 일화들로 가득하다. 특히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아주 놀랄만하나 에피소드들로 말이다.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 확신한다.

중세시대에는 위생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씻지를 않았다. 그리고 로마시대의 공중화장실에는 막대기 끝에 헝겊을 부착해서 식초물이나 소금물이 담긴 항아리에 담가놓았는데 그것의 용도가 바로 용변을 보고 밑을 닦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휴지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했는데 여러 사람과 함께 그것을 돌려 썼다고 하니, 위생관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똥, 오줌의 인분이 아주 유용하게 쓰여서 한 때는 나라에서 인분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세금을 매겼다고 한다. 양털을 살균하고 염색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쓰이는데 당시에는 암모니아를 얻으려고 굉장히 비싼 돈이 들었기 때문에 오줌을 묵혀서 암모니아가 만들어지면 그것으로 대체했다고 한다. 그래서 길가에 큰 항아리를 두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변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하고 그것에 대한 세금을 거두어 들였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옛날 왕들은 자기들이 쓰는 휴대용 변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의자를 개조한 것이었는데 앉는 부분에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앉으면 바로 변기가 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뚜껑을 덮으면 일반의자와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의자 밑에 서랍을 설치해서 배설물이 그곳에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왕의 뒷처리를 맡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일은 신분이 낮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분이 높은 사람이 맡았다고 한다. 왕 가까이에 있는 직분이었기에 왕의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그 직분을 얻기 위해서 경쟁이 치열했다고도 한다.

또한, 오줌은 화약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화약의 원료중에 초석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한데, 초석은 변이나 암모니아로부터 생긴 질산과 잿물 속의 칼륨이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그래서 초석을 찾는 초석장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특별한 흙을 찾기 위해서 여기저기를 파고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똥과 오줌이 귀하게 쓰여졌지만 문명이 발전하면서 똥과 오줌은 오물이 되어서 처치해야할 것들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변과 오줌을 친환경적으로 다시 재활용해서 만들어내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들어 오염을 최소화하는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들고 인도에서는 신성한 소의 오줌으로 쥬스를 만들어먹기도 한다. 또한 빌게이츠는 아프리카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화장실이 우선적으로 세워져야 한다는 것을 직감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들어서 분뇨를 전기 분해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순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더러운 것(?)들의 새로운 역사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한때 귀하게 쓰였던 똥, 오줌의 변천사를 통해서 그 당시의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들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환경속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런 일화들을 토대로 계속 역사의 살을 붙여나가다 보면 아마도 역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은 물론이거니와, 해박한 지식 또한 얻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나처럼 세계사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공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청소년 인문으로 나온 책이라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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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과학적 생각의 탄생, 경쟁, 충돌의 역사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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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뼛속까지 문과생이다. 수학과 과학, 특히 물리는 손을 놓은지 20년이 훨씬 더 된다.

삶의 모든 일들을 수학적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선호하고 그렇게 밖에 할 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내게 과학적, 수학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생각과 세계관의 폭을 넓혀주었으며,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고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당신의 세계관은 어떻습니까?

우리가 이 세상을 보는 방식, 우주를 생각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왜냐하면 내가 믿고 있는 과학적인 믿음이 우리의 세계관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기원전 300년부터 1600년 무렵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이 지배적이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달 위의 영역에 있는 행성들을 이루는 원소가 에테르이기 때문에 그것의 특성 때문에 지구 주위를 끊임없이 돈다고 생각했다. 지구는 정지해 있으며, 달과 행성, 태양은 24시간 주기로 지구 둘레를 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떨어지는 물체는 물체의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더 빨리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1600년대 초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을 뒤집는 뉴턴 세계관이 등장한다. 뉴턴은 지구가 축을 중심으로 24시간 돌며,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타원형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물체의 고유한 행동은 외부적인 영향, 즉 중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관과 뉴턴의 세계관은 마치 그림퍼즐처럼 체계적인 믿음이 맞물려있다. 이런 그림퍼즐 믿음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세계관인 것이다. 그래서 만약 그림퍼즐이 하나라도 틀리다고 판명되면 다른 퍼즐 또한 영향을 받아 수정되어져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천문학 이론들을 거쳐간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자신의 체계에서 우주의 각각의 행성에 대해서 등속운동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리고 다음에 등장한 코페르니쿠스는 지금의 우리와 똑같이 태양을 전 우주의 중심으로 보았다. 행성들이 완벽하게 원운동과 등속운동을 한다고 보았고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관점에서는 코페르니쿠스의 체계가 프톨레마이오스보다 조금 더 뛰어났다. 1500년 대 말에는 두 체계가 평화롭게 공존했지만 대부분 천문학자들은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에 대해서는 실재론적 태도를 지켰고, 코페르니쿠스 체계에 대해서는 도구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여기서 말하는 실재론적 태도란 프톨레마이오스가 화성의 원운동과 등속운동을 설명할 때 주전원이란 개념을 설명했는데 그것이 과연 실재하느냐가 중요한 태도이고, 도구주의적 태도란 주전원의 실재여부와는 상관없이 이 이론이 관련 데이터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태도이다. 그리고 티코와 케플러 체계를 거쳐서 갈릴레이 세계관으로 발전, 진화되어 간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이용해서 행성들을 관찰하게 되고 실질적으로 경험했던 사실들을 토대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해나간다.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관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바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과 일반상대성 이론이 등장했고, 양자론이라고 하는 실재적인 세계관이 등장한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책읽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일주일에 걸쳐서 나누어서 읽었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지금까지 사람들이 가졌던 세계관의 흐름들을 한 눈에 딱 정리하여 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공부해 보고 싶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던 양자론에 대해서도 살짝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사실 과학적인 사실들을 철학적으로 개념적으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입문서이다. 그런데 입문서치고는 꽤 어렵게 느껴졌다. 물론, 수포자, 과포자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과학보다는 철학을 더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특히 내가 흥미있게 본 부분은 바로 과학 이론들이 공약 불가능한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말한다. 세계관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세계의 공약 불가능성은 아리스토텔레스 전통과 뉴턴 전통처럼 서로 다른 전통이 과학자들이 세계를 다르게 '본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삼는다.

본문 398쪽

막대기에 작은 돌맹이를 매달고, 그 돌맹이를 앞뒤로 흔들리도록 나뭇가지에 매단다. 아리스토텔레스 전통의 과학자들은 그 작은 돌맹이의 운동을 목표지향적인 본성으로 우주의 자연적인 자리를 향해 움직인다고 보지만, 뉴턴 전통의 과학작들은 줄에 묶여서 운동에 방해를 받는 자연적인 물체로 본다는 것이다. 또한 공약 불가능성은 과학이론에서 사용한 용어, 개념을 다름으로 받아들이면 더 이상 서로 다른 과학 이론들을 객관성을 가지고 비교할 수가 없다. 객관적으로 경쟁 이론들을 적절히 비교할 수 없다면 어떤 이론이 다른 이론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한 근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과학 이론들이 단순히 실재적인 자료와 데이터만 가지고 예측,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믿음과 개념, 용어를 쓰는 것인가도 철학적으로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아주 복잡하고도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떤 믿음 체계, 즉 세계관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여전히 한참 뒤떨어진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일부분과 뉴턴의 세계관 일부분을 여전히 믿고 있었고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하는 과정에 있으며, 양자론이라는 놀랍도록 새로운 세계관을 접하고는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우주의 행성들이 태양주위를 타원형궤도로 등속운동을 한다는 것을 관성의 법칙과 중력의 법칙으로 간단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세계관은 정말 낡아 빠진 진부한 것이었다. 자석에 철을 놓으면 자기장의 영향으로 포물선의 형태를 띤다. 이것처럼 태양에서 나오는 자기장으로 타원형 궤도의 포물선 형태를 띠게 되어 행성들이 그 궤도를 등속운동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이 나를 전율케했다.

양자론에 대해 읽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준다." 라는 말이 실재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양자 실체 실험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자 검출기와 광자 검출기는 전자나 광자의 존재를 측정하는 측정 장치인데, 이런 측정 장치가 파동 효과가 나타나거나 입자 효과가 나타나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정말 아리송한 일이다. 전자나 광자, 기타 양자 실체는 어떻게 근처에 검출기나 측정 장치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을까?

본문 419쪽

양자론은 사실 과학 문외한이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양자론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불어넣어주어 그 분야의 책을 집어들게 만드는책이다.

이런 세계관은 실질적인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거나 실질적으로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 천문학, 철학 같은 분야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나와 동떨어진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것들이 때로는 내 삶에 너무나도 상관있게 되는 일들이 흔하지 않는가... 지금 나의 세계관은 어떤지 한 번 생각해보자. 업그레이드 받아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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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길마 - 하버드 로스쿨을 정복한 최초의 중복장애인
하벤 길마 지음, 윤희기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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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벤 길마는 눈이 안보이고 귀가 안들리는 중복장애인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에리트레아 사람으로 에티오피아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한 역사가 있다. 하벤은 에리트레아 언어로 자긍심이라는 의미이다.

그녀는 어릴적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중복장애인으로서 하버드 로스쿨을 최초로 나온 사람이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그 어렵다던 하버드 로스쿨을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이 그것도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중복장애인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유독 사람들의 눈을 사로 잡고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책의 내용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별에 맞서서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쟁취한 하벤 길마의 험난한 여정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어릴적, 그녀는 눈도 잘 안 보이고, 청력도 약해, 다른 사람이 말해주는 것과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것에 의지했다. 그래서 불안감과 초조함을 자주 느꼈고, 너무도 여리고 약한 소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장애에 굴복하지 않고 극복하려고 애를 썼다. 학교에서 그녀는 좋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학습자료를 사전에 받아서 미리 숙지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은 그녀가 필요한 자료와 책들을 점자로 바꾸어주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녀 또한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서 그녀는 언제나 우등생이었고 대학 또한 장학생으로 갈 수 있었다.

 

그녀는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내세우려고 책을 쓴 게 아니다. 그녀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었던 것들과 장애인들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그녀는 아주 단순한 일화에서 사람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단단하고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어느날, 그녀가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데 그녀의 어린 사촌동생이 와서 자신도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며 자기것도 만들어달라고 떼를 썼다. 그녀는 사촌에게 이렇게 물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은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어?" 그랬더니 사촌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당연히 샌드위치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자, 그녀는 "그럼 나는 눈이 안보이는 사람이니까 샌드위치를 만들어 줄 수 없겠네. 그러니까 못 만들어주겠다." 사촌은 "지금 만드는 거 봤는데, 왜 안 만들어준다는 거야?" 더 떼를 썼다. 그녀는 사촌에게 눈이 안 보이는 사람도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했었다. 사람들은 이렇듯, 눈으로 직접 목격을 했음에도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녀는 늘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별대우를 결코 지나가지 않았다.

그녀가 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할 때, 그녀는 본 카페테리아라는 학생식당을 이용해야 했다. 그런데 메뉴판을 읽지 못하고 너무 시끄러워서 메뉴가 뭔지 물어봐도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채식주의자였던 그녀는 자주 엉뚱한 음식을 받아야만 했다. 그녀는 카페테리아 직원을 찾아가서 메뉴를 자신의 메일로 미리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그 메일을 읽어주기 기능이 있어 그녀는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메뉴는 컴퓨터로 입력하고 출력해서 붙여놓기 때문에 그녀때문에 워드작업을 따로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만들어 놓은 메뉴파일을 그녀에게 메일로 보내주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메일은 드문드문 왔고 어느날은 점심 식사가 끝난 후에 점심메뉴 메일이 도착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있었다. 그녀는 재차 카페테리아에 요청, 항의했고 결국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하니 그때서야 그들은 태도를 바꾸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녀는 법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법을 알아야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녀는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미국 최대 온라인 도서관인, scribd를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인 결과, 장애인들이 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들이 어떤 차별대우를 받아왔고(친절이라고 배푸는 우리의 도움도 사실 차별이라는 것), 그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무조건 연민과 동정의 마음으로 그들은 우리보다 약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도와야한다는 생각에만 갇혀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녀가 얼마나 깨어있었으며, 그녀를 통해서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어디서 발생하고 무엇인지에 좀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사진들에 아주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사진의 배경이 어떤지를 말이다. 사진에 나오는 꽃과 사진기를 든 사진사 등등 아주 사소한 것들도 명시했다. 처음에는 좀 의아했다. 굳이 중요하지도 않은 사소한 것을 세세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도 다 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아! 맞다!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지? 그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똑같이 봐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한번은, 그녀가 시각장애인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길을 가다가 그만 기차에 치여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었다. 그녀는 함께 있었던 시각장애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기차가 오는 걸 알고 있었어. 많은 징후가 있었잖아. 건널목 종소리, 기차 소리,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차들이 멈춘 것, 땅이 흔들거리던 것, 우리 눈이 안 보이는 게 문제가 아니야. 눈이 보이는 사람도 정신을 놓을 때가 있어. 앞을 볼 수 있는데도 기차에 치여 죽는 사람이 많거든. 그러니까 주의를 기울이느냐 안 기울이냐의 문제지 눈이 안 보이는 게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야."

본문 204쪽

이 시대의 헬렌 컬러인 하벤 길마, 하지만 예전시대에는 헬렌 컬러의 중복장애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21세기의 헬렌 컬러인 하벤 길마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게 참 많은 깨달음을 가르쳐 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도 넓혀준 책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하나의 세상만 보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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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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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창시절에 미술의 역사와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등 외우느라 그림이나 예술은 어렵고 따분하고 지루한 것이라 여겼었다. 도대체 이런 골치 아픈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고 의문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예술 문외한들을 위해 고상한 예술의 진입장벽을 없애주는 책들이 요새 꽤 많이 나와있어 읽어보니, 흥미와 관심이 생겼고 예술이 삶의 또다른 즐거움과 삶의 풍요로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자녀들이 미술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고 삶의 일부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조차도 예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고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 자녀들에게 어떻게 하면 예술과 친해지게 만들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었다. 그러던 중에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이라는 책을 알게 되어 반가웠다.

1부에서는 아이와 어른 모두가 미술의 안목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미술에 접근하는 여섯가지 관점과 미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도 설명해주고 그림을 보는 방법, 그림에 다가가는 방법도 알려준다. 또한 아이들이라고 뭉뚱그려서 감상법을 제시하지 않고 세세하게 연령을 나누어서 아이의 수준과 눈높이에 맞추어 감상법을 제시한다. 특히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6살과 9살 아이에게 똑같은 설명을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5~7세, 8~10세, 11~13세이상으로 연령을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2부에서는 직접 그림을 보여주고 그 그림에 따라 연령별 눈높이에 맞추어서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설명한다. 아이가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저자가 대답을 해주는 방식이다.

나 또한 아이와 질문, 대답을 공유하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미술감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어렵지 않게 그리고 너무 이론적이고 딱딱하지 않게 그림을 보고 자신이 느낀 감정과 그림의 이야기를 추측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저자가 제시해주었던 방식으로 그림의 배경과 이야기, 인물의 표정, 행동등으로 접근해가니 관찰력이 좋은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집중했다. 미술을 감상하는 부분의 그림들은 시대별로 유명하고 대표적인 그림들을 제시했다. 시대별로 그 흐름을 따라가니, 시대별 그림의 양상과 기법, 역사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차이점과 특징을 잘 느낄 수 있었고 접근하는 방식 또한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6살 아이가 가장 관심을 갖고 보았던 그림은 <눈먼 소녀>였다. "두 사람은 엄마와 아이일까? 언니, 동생일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부자인거 같아? 가난한 거 같아?" ""언니의 무릎위에 놓여있는 물건은 뭘까?" "쌍무지개가 떴네, 쌍무지개를 본 적 있어?"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했더니 아이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그림을 좀 더 유심히 관찰하고 감상했다. "옷이 많이 낡고 헤진 것을 보니, 가난한 아이들인 거 같네." "언니의 무릎에 있는 것은 아코디언인데 이것으로 공연으로 하고 돈을 벌었나 보네." "언니는 눈이 안보이는 거 같아." "방금 비가 왔다 그쳤나봐. 쌍무지개가 뜬 걸 보면. 그리고 언니가 머리위에 쓰고 있는 천도 젖어있네." 저자가 알려준 설명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질문하고 생각을 들어보고, 이야기를 보충해주었다. 아이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니 아이의 속마음 또한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더 좋았다. 일상생활에서 소모적인 일방적인 말이 아닌, 대화다운 대화를 한 느낌이 들어서 앞으로 아이와 그림을 보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의 특징은 미술감상이나 예술작품감상을 너무나 어렵게 생각하는 어른을 위해, 그리고 아이들에게 미술감상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부모들에게 딱 알맞은 설명과 방법을 제시해준다. 유아, 초등저학년, 초등고학년으로 아이들의 연령별 눈높이에 맞춘 감상법은 딱 적절해보였다. 너무 과하게 역사와 예술학파를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적절한 일화와 그림의 설명이 초보자들이 그림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우리는 화가의 사생활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데 그런 단편적인 일화들에 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 단편적인 일화들은 그 화가에 대한 다양한 면보다는 어떤 한 부분에 치우치기 때문에 화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미술관 나들이를 할 때,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즐겁게 재미있게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미술관 가기 전에 꼭 이 책을 읽고 가는 것을 권한다.

북튜버<책읽는 치어리더>

https://www.instagram.com/cheer_reading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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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전학생 IQ 탐정 뮤 1 수상한 전학생 IQ 탐정 뮤 1
후카자와 미시오 지음, 야마다 제이타 그림, 이은정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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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 여학생을 불문하고 미스터리 추리 동화는 아마 다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초등생 또한 탐정, 추리가 나오면 무조건적인 반사로 대단히 흥미를 보이며 관심을 내비친다.

 

이 책을 다 읽은 아이의 반응은? "이 책 2권도 있어? 언제 나와?" 였다.

책이 어떠냐고 물으니, "완전 재미있다." 였다. 더 이상의 다른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찬사다.

 

 

 

 

 

역시나 말을 아끼는 아들이기에 어떤 이야기인지, 느낌점을 물어봤으나 완전 재미있다라는 간단한 한 문장으로 끝나버렸고 내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미스터리 동화답게, 처음에 아주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예쁘장한 외모, 말을 아끼는 단호함으로 무장한 여학생이 전학을 온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아카네자키 뮤는 사교성은 제로지만 공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쌀쌀맞고 건방진 태도로 여학생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다가 어느날, 학교에서 일어난 그림도난 사건을 계기로 반 아이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 어느 날, 뮤에게 첫 눈에 반해버린 스기시타 겐은 뮤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으스스한 폐가에서 그녀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수상한 표지판을 발견하게 된다. 횡당보도 표지판에 얼굴 스티커가 붙여 있는데 그 눈동자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집들이 모두 빈집털이범의 표적이 된다. 뮤와 겐, 그리고 겐과 유치원때부터 친구사이인 루카는 그 사건을 추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로워진다.

표지판에 붙은 얼굴 스티커가 2인조 도둑들의 연락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뮤와 겐, 루카는 그 스티커들을 통해 굉장한 단서를 찾아내게 된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뭔가 신비로우면서 베일에 싸여있는 뮤를 중심으로 사건과 관련이 깊은 얼굴 스티커의 규칙을 찾아 추리를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베일에 싸인 주인공, 사건, 추리, 으스스한 공포 등 추리동화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추리를 할 때는 나 또한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아마 추리를 좋아하는 초등생들은 푹 빠지지 않을까.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면서 바로 이야기가 매듭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2인조 도둑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호기심 또한 살짝 남겨놓아 2권에 대한 흥미와 기대를 가지게 했다.

 

 

 

 

 

 

삽화나 그림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 초등학생 고학년들이 읽기에 적당해 보인다. 하지만 추리탐정책을 좋아하거나 평소에 책읽기가 잘 훈련되어 있어 글밥이 많은 책들도 어렵지 않게 읽는 초등 저학년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집 초등생도 2학년인데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두꺼워도 글밥이 많아도 많이 읽었던지라, 이번 책도 상당히 재미있게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어본 나도 2권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으로 어떤 사건이 또 벌어지고 논리적인 추리가 이어질 지 궁금하고 베일에 싸인 뮤의 정체 또한 2권에서 밝혀졌으면 좋겠다.

 

 

 

 

북튜버<책읽는 치어리더>

http://www.instagram.com/cheer_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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