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라 떨어져라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5
이미애 엮음, 송교성 그림, 권혁래 감수, 박영만 원작 / 사파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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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참 좋아2 이야기 톡! 그림책 톡!       -고현주<와이스토리>



#논술#독서교육
 7살, 4살된 내 아이들은 책을 좋아한다. 어릴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고 지금도 자기 전에는 꼭 책을 읽고 잠이 든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책은 수백 번 가져와서 수백 번 읽어준다. 하루는 점토를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들과 무엇을 만들며 놀까를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좋아했던 책에 나온 이야기를 점토로 만들어보았다. 책의 주인공인 토끼와 개구리를 만들어서 그 이야기에 따라 만들면서 점토 연극을 하고 놀았더니 나조차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이들과 즐거운시간을 보냈었다. 평면 속에서 본 등장인물들이 다시 점토로 태어나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니 그것은 새로운 시도이고 새로운 자극이 되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 확장시켰다. 아이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창의적으로 노는 것이 책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이 책이 반가웠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그 이야기를 더 확장할 수 있는 놀이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야기 톡! 그림책 톡!에서 명쾌하게 놀이들을 다양하게 알려주었다.
 첫번째 책으로 [붙어라 떨어져라]를 읽고 여기에서 제시한 놀이들을 아이들과 함께 해 보았다.


 첫번째 놀이는 붙는 것은 더하는 것이고 떨어지는 것은 빼는 것의 개념을 알려주는 놀이로 '붕어 더하기 빵'은? '전화기 빼기 선'은? 하고 수수께끼처럼 해보는 것이다. 정말 다양한 상상력들이 쏟아져 나온다.
 두번째는 나에게 붙이고 싶은것은? 나에게 철썩철썩 붙었으면 하는 것들을 말해보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거나 갖고 싶은 것들을 신나게 끊임없이 말했다. 그것들을 다 소유할 수 없으니 말이라도 신나게 해보는 것이리라.


 세번째는 나에게서 떨어지게 하고 싶은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내모습, 함께하기 귀찮은 것들을 말해보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대답이 동생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에 슬퍼하지 마시길.
 네번재는 붙어라 떨어져라 부적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손을 사용해서 만드는 것을 아이들은 참으로 좋아한다. 



 다섯번째로 '붙어라 떨어져라' 게임이 있다. 술래가 부적을 들고 주문을 외칩니다. "빨간색에 붙어라. 마루에서 떨어져라 등등" 이런 주문대로 따르지 못한 아이들은 탈락을 하는 게임이다. 무한대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여섯번째 놀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붙이고 떨어지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나요? 친구, 부모, 선생님 중에서 한 명을 정해 붙이고 싶은 것과 떨어지게 해주고 싶은 것을 말해보는 놀이이다.
 하나의 책으로 이렇게 많은 놀이들을 응용해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키워주는 엄청난 힘이 있다. 여기서 제시된 놀이들을 토대로 하다보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다른 놀이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책 한권으로 이런 시너지 효과를 본다는 것은 일석 삼조 그 이상이 아닐까.
 나는 아이들의 놀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하는 일은 당연히 '놀이'여야만 하고 '놀이'를 통해서만 사회, 인간관계, 자연, 경험 등 아주 다양한 것들을 몸소 체득할 수 있기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보다는 학원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그것을 토대로 부모와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면 아이 마음속에 안정, 사랑, 즐거움 등이 가득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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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19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19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희령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미래보고서2019        -박영숙, 제롬 글렌 지음<비즈니스북스>
2018.11.20 *****



#미래전망
 매년 나오는 책이지만 사실 나는 이런 분야의 책을 즐기지 않았다. 문과생이다보니 과학, SF, 미래에 대해 분야는 내 관심사 밖이었다. 심지어 소설책은 즐겨 읽지만 공상과학이라던가 무협지 같은 건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게 인문학으로 다가왔기에 선택했는데 이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번뜩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책 읽는 것을 잠깐씩 멈춰야만 했다. 인문 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서는 공상과학 미래 소설이었다.
 예전에 비행기에서 '패신져스'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120년 후의 개척 행성으로 여행을 떠나는 초호화 우주선에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5천여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다. 120년 후의 도착이기 때문에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동면 상태로 캡슐안에 잠을 자고 있고 우주선은 우주비행사 없이 자동 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남자 주인공이 동면 중간에 깨어나게 되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펼쳐진다. 그곳에 나오는 모든 것들이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로봇 바텐더가 일을 하고 식사도 자동판매기에서 나온다. 모든 시스템이 로봇으로 되어있고 의료행위나 병을 진단을 하는 것도 로봇이 한다.
 내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10여년 전만 해도 스마트 폰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핸드폰으로 이렇게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우리가 이렇게 핸드폰에 매여살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만에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게 되었다. 지금도 자율주행 자동차의 테스트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3D 프린팅으로 총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사물인터넷, 태양광에너지 등등 점점 더 생활은 편리해지고 인간은 이제 노동에서 해방되어 질 것이다.
 우리가 로봇에게 우리의 자리를 내줌과 동시에 우리는 노동에서 해방되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우리 자신의 여과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집안일도 다 해주고 요리도 해준다고 생각하니 하루 빨리 그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잠시 들떴었다. 세상은 참으로 빨리 변하고 점점 더 편리해져 가는구나. 



#미래비즈니스
 바이오 혁명으로 젖소없이 우유를 만들고 세포만으로 고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식량의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곤충을 대안식품으로 만들예정이라고 하니 미래의 우리의 식단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과연 자연으로부터 오지 않는 식품을 음식이라고 할 수있을까? 그것이 과연 사람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런 눈부신 과학의 발전을 특히 의료, 보건에 큰 혜택을 줄 것이다.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과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이제는 큰 희망이 생길 것이다. 세포만으로 장기를 배양할 수 있으면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의식의 희망고문에서 해방될 것이고 매일 먹는 약에 센서를 넣어 이 사람이 몇 시에 약을 복용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이고 희망적인 일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과연 좋은 일들만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위험하다.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고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래서 위험천만한 사고와 사망들이 잇달아 발생하는 스몸비족들이 생겨났다. 우리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많은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경험했지만 그로 인해 자연을 파괴했다. 미래에 정보화, 첨단화를 거치면서 파괴된 자연을 되돌리고 보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기계와 혁신에서 너무 동떨어진 생활을 해서 그런지 모든 것들이 환상과 공상처럼 보였고 그랬기에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 펼쳐지는 공상소설을 보는 듯해서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런 미래의 일들에 내 상상력이 더해지니 말할 수 없이 흥미진진했다.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혁신을 얻으면서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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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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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산문<문학동네>
2018.11.17 ****



 소설가는 어떻게 영감을 얻고 어떻게 이야기를 창조할까?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소설가로의 삶은 과연 어떤걸까? 막연하게 소설가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해보면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서재를 환하게 비추고 그 곳에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고 그 옆에서는 진한 커피향이 몽글몽글 올라오는 머그잔이 놓여 있다. 참으로 고요하고 평온한 하루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얀 눈밭을 총총히 걸어다니는 자유로운 새들의 발자국처럼 하얀 모니터를 온통 나의 즐거운 상상력을 채우는 사람 말이다. 그래서 소설가가 되고 싶은가 보다. 이런 이유로 소설가 김연수 작가의 책은 소설책이 아닌 산문책으로 먼저 접하게 되었다.
 '소설가의 일' 제목만으로도 나의 눈이 활짝 열린다.
"소설가가 재능에 대해서 말할 때는 소설을 쓰고 있지 않을 때다. 소설가에게 재능이란 인사기계나 기도기계 같은 것, 그러니까 마친 나 대신에 소설을 써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기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이건 호두과자기계와 다른 종류의 기계다. 재능이라는 소설 기계는 소설을 만들지 않는다. 소설기계 역시 소설가의 죄책감이나 꺼림칙함을 덜어주기 위해서 고안된 기계다. 소설을 쓰지 않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고도 죄책감이 없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중략....재능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그만두고 실제로 글을 써보면 재능은 '잠겨 있지 않으며 비밀 같은 게 아니라 진실만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             -본문 23쪽
 그래 맞다. 우리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줄창 이야기를 듣고 했다. 재능이 없이는 곧 예술가가 되는 것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진리처럼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하지만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누가 엉덩이를 더 오래 붙이고 있느냐가 결정한다고 말이다. 저자도 재능에 대해서 빙빙 돌려 여러번 꼬아서 이야기했지만 정작 소설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쓰는 것이 재능을 탓하는 것보다 더 현명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쓰는 것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덕분에 나는 글 쓰는 것에 재능이 없다라고 단정짓고 쓰지 않음에 대한 죄책감을 자유롭게 내려놓는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자는 먼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한 문장이라도 써야겠다.
 비평가에 대해서 저자는 비평가를 평가한 아일랜드 작가 브랜던 비언의 말을 옮긴다.
"비평가들이란 하렘의 환관과 같다. 매일 밤 그곳에 있으면서 매일 밤 그 짓을 지켜본다. 매일 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 자신은 그걸 할 수가 없다."  -본문 31쪽
 비평가들에 대해서 저것보다 더 신랄하고 핵심을 찌르는 혹평이 있을까.
 이에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매일 지켜보면서 그걸 할 수가 없다면, 음, 무척 슬프겠다. 사랑하는 재능을 확인한 뒤에야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까?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젊은 소설가여, 매일 그걸 해라."
 그래. 매일 그냥 한 번 써보는 것이다. 까짓거!
"소설가란 어떤 사람들인가? 초고를 앞에 놓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자기가 쓴 것을 조금 더 좋게 고치기'가 바로 소설가의 주된 일이다."             -본문 75쪽
"이렇게 생각하고 다시 쓰는 게 소설가에게 중요한 이유는 우리를 둘러싼 언어의 세계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제일 바깥쪽을 추상적이고 큰 단어들, 예컨대 평화, 정치, 슬픔, 절망 따위의 단어들이 단단하게 감싸고 있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구체적이고 작은 단어들이 숨어 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쓸 때, 우리는 대개 제일 바깥에 있는 단어들로 글을 쓴다. '5월을 보내는 마음이 슬프다'느니, '그녀는 질투심이 많다'느니. 자기가 쓴 초고를 보면 누구나 약간의 구토증세를 느끼는데,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이 우주가, 아니, 우리를 둘러싼 언어의 세계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좀 쓸 만한 단어는 그런 너저분한 단어들을 뚫고 가야 나온다."             -본문 75쪽
 이래서 초고를 토할 때까지 고쳐쓰는 토고라는 한 저자의 말 뜻을 이해할 거 같다. 좋은 문장이 나올 때까지 계속 고쳐쓰는 것이다. 그건 정말 괴로운 일인데, 조금 다른 일이지만 낭독봉사를 할 때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읽고 녹음한 것들을 다시 듣고 틀린 부분을 삭제해가며 완성본을 만드는 것인데 다시 듣기가 참으로 고역이다. 책 읽는 기계가 아닌지라 발음이 꼬인 부분이 읽고 띄어읽기를 잘 안한 부분이 있고 잘못 말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삭제해서 고쳐야 한다. 그런데 틀린 부분 없이 읽은 문장들도 다시 들으면 참으로 다시 녹음하고 싶어진다. 좀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다시 녹음을 하고 싶지만 그럼 녹음의 진도가 안 나갈꺼 같아 그냥 넘기곤 하는데 아마도 소설가의 다시 고쳐 쓰기는 시간이 무한정 있고 나의 이름을 걸고 창작을 하는 것이니 좀 더 완성도를 높이고 싶은 욕심이 엄청 들긴 할 거 같다. 토고. 그래서 토 나올때까지 고치는 것인가 보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소설에 푹 빠진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허구가 아니다. 그게 다 핍진한 문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플롯을 짜는가가 모두 이 핍진성에 기초한다. 여기까지 이해됐으면 이제 소설가의 일은 서론이 끝난 셈이다."     -본문 84쪽
 여기서 핍진성이란 어려운 말을 소설이라는 허구이지만 진실처럼 들리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설을 읽지만 등장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제 플롯과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소설을 다 쓰고 난 뒤에 우리는 플롯을 짤 수 있다. 플롯부터 짜고 소설을 쓰는 건 뭐랄까 바지 위에다 팬티를 입는 일과 같다. 플롯과 관련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일단 팬티부터 입자"는 것. 그러니까 플롯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불타는 다리를 건너갈 때가지 일단 토고부터 쓰자."                                 -본문 110쪽
 명쾌해서 좋다. 나는 플롯을 짜야지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뼈대를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이야기가 중구난방 이리튀고 저리 튈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어차피 상상력으로 쓰는 것이니 이리 튀어서 괜찮으면 그걸로 쓰면 될 것이 아닌가. 나는 항상 기승전결의 방식에만 매여있었던 거 같다. 기승전전전이면 어떠랴. 읽는 동안 재미있게 읽으면 된 거 아닌가. 예전에 추리소설의 베스트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이 떠오른다. 자신은 책이 재미없어서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재미있지 않은 소설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 뿜뿜이다.
"우리가 욕망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에 그 욕망을 가리기 위해 짐짓 하는 말들이 바로 문학의 말이다. 욕망의 말들은 뜨거운 불꽃과 같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다.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대통령이 되고야 말겠어. 그 녀석보다는 더 많은 돈을 벌 거야. 현실의 우리는 너무나 입체적이고 복잡해서 이런 말을 할 때도 그게 과연 진심인지 아닌지 본인부터가 헷갈리는 경우가 많지만,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종이로 오려낸 사람들과 같아서 이런 뜨거운 욕망의 말들을 날것으로 입에 담다가는 그 자리에서 타버릴 것이다. 캐릭터가 자기 속마음만 말하지 않아도 그는 어느 정도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이 된다. 대놓고 얘기하지 않는다."
                                                                   -본문 116쪽
"문학적 표현이란 진부한 말들을 새롭게 표현하는 걸 뜻한다. 결국 문학이란 남들과 다른, 더 나아가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걸 뜻하니까."     -본문 131쪽
"소설을 쓰겠다면 '크리스마스 캐럴'의 마지막 장면을 항상 기억하기를. 어떤 인간이라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중략......그러므로 소설을 쓰겠다면 마땅히 조삼모사하기를. 아침저녁으로 말을 바꾸고 표정을 달리하고 안 하던 짓을 하기를. 그리하여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본문 141쪽
"흔히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소설 속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본문 174쪽
"많이 쓰기만 하면, 잘 쓰는 소설가가 된다. 왜 소설을 쓰면 쓸수록 남들보다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일까? 1)소설가는 워낙에 양으로 승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2)소설가는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남들보다 많으므로 기회가 닿는 한, 말의 질을 따지기 전에 일단 밀린 말부터 빨리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3) 소설을 쓰느라 열심히 조사했는데 하나도 써먹지 못하고 버리는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기 때문에. 4) 신인 시절에 선배 소설가들 앞에서 입 한 번 벙긋하지 못하고 그 많은 말들을 다 들어준 한이 마침내 폭발했기 때문에.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이런 것이다. 소설가들에게는 말의 내용이 하나도 중요하지 않거나, 원래 내용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본문 188쪽
"소설을 계속 쓰면 쓸수록 행동하는 것. 말하는 것. 쓰는 것 등,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 그 자체가 중요하지, 내용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는 걸 점점 깨닫게 된다."    -본문 188쪽
 소설가들이 말을 많이 하는 이유를 읽으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몇 개는 나도 공감하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하는 일도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하니 자연스럽게 말을 안하게 되고 사람들을 안 만나게 된다. 그래서 가끔 모임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듣는 거보다는 말하는 것에 내가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본다. 말을 하고 싶어서 그 말을 남들이 말을 하고 있는 동안 까먹지 않기 위해서 자꾸 남이 하는 말을 뭉텅뭉텅 자르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이다. 한 번 나에게 말할 기회가 오면 어떻게서든지 말을 많이 하려고 한다. 나이가 그리 많이 먹지 않았는데 벌써 꼰대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서평을 쓰면서도 내 이야기를 이렇게나마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는가 보다.
"소설가는 문장만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해 앉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다. 거기에 내가 쓸 내용 같은 건 없다고 오직 문장뿐이라고....중략.....소설가는 내용을 고치는 사람이 아니다. 문장을 고치는 사람이다. 잘 고치는 사람, 그러니까 본인이 만족할 정도로 충분하게 많이......, 남들보다 더 많이 고치는 사람. 그게 다다."                  -본문 193쪽
 마지막의 그게 다다라는 말은 왜 이렇게 처량하고 슬프게 들리는 걸까. 결국엔 소설또한 고치고 다듬고 마지막까지 계속 문장만을 다듬는 사람이였던 것이다. 나는 문장을 잘 발견하고 잘 파고 다듬고 깎고를 할 수 있을까. 인내와 끈기가 엄청나게 필요한 직업이었네.  문장 장인.
"소설을 쓸 때, 생각하지 말자고 한 것은,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고 쓴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소설은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만질 수 있는 단어들로 문장을 쓰는 일이다. 생각이 아니라 감각이 필요하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뭐가 보이고 들리고 맛이 나고 냄새가 나고 만져지는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게 소설 문장의 시작이라면, 끝은 그렇게 알아낸 감각적 묘사를 유사한, 하지만 좀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다른 감각적 표현으로 치환하는 일이다. 이 치환을 좀더 능숙하게 하려면 평소에 감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서 더 많은 감각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금 뭐가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지,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맛이 나는지, 자신에게 묻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라도 쓸 수 있다면, 그걸 문장으로 쓰자. 자기가 지금 뭘 보고 듣고 만지고, 또 어떤 냄새와 어떤 맛이 나는지. 언젠가 나는 삼십 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느 법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사실상 소설가의 일은 이게 전부다."                                              -본문 217쪽
 아...항상 마지막은 뭔가 허무하다. 별거 없으니 환상은 절대 금물이라고 대목을 쾅쾅 박는 듯 하다. 복선과 위기를 한 땀, 한 땀 놓는 장인이 아니라 문장을 한 땀 한 땀 놓고 다시 푸르고 다시 박는 장인이라니... 조금 허무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소설가의 일이라는 것을 두리뭉실하게 묶어 하늘에 걸어놓지 않고 옛다 정답!하고 바로 던져주니 이걸로 만족해야겠다.
"신과 소설가의 공통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를 창조하되 자신은 그 시간 바깥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신은 우주의 바깥에, 소설가는 소설의 바깥에. 어떻게하면 소설의 신이 될 수 있는지 그간 궁금했다면, 여기 그 해답이 있다. 소설의 바깥에 있으면 된다.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기를."                                         -본문 241쪽
 저자는 일관성이 정말 긴 자처럼 반듯하다. 마지막까지 소설가의 본분을 잊지않고 신신당부하듯 알려준다. 소설가의 일과 본분. 저자가 말한 것들을 다 지켜가면서 나도 한 번 문장을 써봐야겠다. 플로베르는 말했다. 소설가는 문장과 문장을 잇는 사람이라고.
"시간이 충분히 흐를 수 있도록 천천히 써야 할 것이다. 느리게 쓴다는 건 나만이 바라본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눈에비친 이 세계의 모습은 과연 어떤지 알게 될 때까지 쓴다는 뜻이고, 더 나아가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어떤 플롯에 의해 짜여졌으며, 그 이유와 의미는 무엇인지 알 때까지 쓴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일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십 년을 넘기기도 하고, 때로 평생을 다 바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귀스타브 플로베르나 레오 톨스토이나 제임스 조이스가 한 일, 그러니까 소설가의 일이다."             -본문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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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은 필요 없다 - 집중하지 않고도 저절로 일이 술술 풀리는 최강의 두뇌사용법
모리 히로시 지음, 이아랑 옮김 / 북클라우드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집중력은 필요 없다                 -모리 히로시 <북클라우드>

 2018.11.11 *****



 '집중력은 필요 없다.'라는 제목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끌렸다. 살아오면서 집중력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들 집중력이 중요하다고만 강조한다. 학생에게는 공부를 잘하려면 아이큐 높은 것보다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 일이 많은 회사원들에게는 집중력있게 일을 하라고 조언하는 이야기들 뿐이다. 나 또한 집중해서 공부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고 그랬기에 내 아이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무슨 일을 할 때 항상 집중해라."
 하지만 저자는 집중력이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엄청난 호기심이 일었고 그토록 집착했던 집중력이 필요없음을 저자가 이야기해주자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노력해서 힘들게 얻기만 했던 집중력을 이제는 힘들게 얻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한가지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흥미있거나 새로운 것, 자극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집중하게 된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흥미로운 것에 금새 빠져들어서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귀마개를 한 것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 일에 집중해서 빠져있다. 그러다가 다른  새로운 것을 보면 또다시 거기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우리가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은 인간을 기계로 만드는 것과 같다. 기계는 한가지 일을 빠르게 오래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하려면 집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집중하지 않고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저자는 당부의 말을 남긴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염두해 두었으면 하는 것은 집중의 방식에 대한 나의 대답은 결국 나만의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성격도 환경도 지금까지의 삶도 알지 못한다. 만약 안다 하더라도 당신과 나의 사고방식도, 지식도 다르기 때문에 완벽한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체득한 방법은 앞으로 평생 동안 당신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사고방식 또한 변화하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길을 나아가기 훨씬 쉬워진다."                                                              -본문 49쪽
 나는 저자의 이런 애매모호하지만 확실한 선긋기가 좋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도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획일화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당연하게 느껴져 성공스토리책을 보며 그들의 방법을 자신에게 무조건 적용하려고 하고 그들의 공부법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체질과 성향이 다르듯 삶을 살아가는 방법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우리는 삶 또한 성공한 삶에 획일적으로 맞추려고 한다. 내 답은 나만이 알 수 있고 찾을 수 있다는 진리가 여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중하지 않으면서 사고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참으로 흥미롭다. 저자는 그것을 분산사고라고 칭한다. 저자는 일부러 한 가지 일을 10분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10분 글을 쓰면 다음에는 만들기를 하고 산책을 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한다음 다시 10분을 글에 투자한다. 이런식으로 매일 한 시간을 글을 쓰는데 시간을 쓴다고 한다. 이렇게 쓴 자신의 책이 많을 뿐더러 한번도 마감일을 넘긴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오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조사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넓게 공부하다가 만들기를 하다가 아니면 산책을 하다가, 정신이 이완하는 시점에서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황농문의 [몰입]이 떠올랐다. 그가 말한 몰입의 경지와 흡사한 묘사였다. 제대로된 사고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도 일독하기 바란다.
 저자는 분산사고를 통해 동시에 여러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을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같은 바쁜 정보화 시대에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많은 성공담이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고 몰두해서 이루어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것을 검토하고 기존의 것에 집중하지 않는 유연한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에는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성공의 열쇠는 다양한 것을 살피고 자유롭게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 끝에 발견할 수 있었던 새로운 생각에 있다."                           -본문 143쪽 


 저자는 작가로서 많은 정보를 검색하거나 정보를 모을 때 메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많은 정보들을 써두지 않고 어떻게 기억을 하지? 우리는 사고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단언하고 그것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미지로 기억해놓으면 그 어떤 언어보다도 더 많은 내용을 저장할 수 있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더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다. 나 또한 소설책을 읽으면 그것이 언어로 남지 않고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장면 장면으로 머릿속에 기억된다. 그렇게 기억된 장면들은 언어보다 훨씬 더 오래남고 그 감정도 오래도록 간직되는 것을 경험했다.
 
 저자는 마지막에 꾸준히, 조금씩, 다양한 습관을 만들어야 하며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점점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뇌의 10%도 안쓰고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그 말에 공감이 되어간다. 책을 읽는 것 또한 우리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사고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나만의 생각을 확립해가는 과정속에서 아이디어도 생기고 인격도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인간일수록 큰 소리, 강한 의견, 알기 쉬운 것,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 것에 휘둘린다. 하지만 현명한 인간이라면 적어도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생각할 정도의 소양은 갖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의견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생각을 해내는 사람이다. "                          -본문 208쪽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유일한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자신이 어릴 적에 너무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고 늘 말씀하셨고 어머니는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항상 "열심히 해라.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하지만 나조차도 최선을 다한 것이 어떤 상태인지 아이에게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최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인가? 어느 누구도 어디까지가 그 사람의 최선인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공부 열심히 해서 최고의 사람으로 성공해라."라는 말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오직 그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만 같다. 그랬기 때문에 '집중'이란 말은 단연 빠질 수 없는 언어였고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무장해야만 하는 무기였다. 하지만 그 '집중'이라는 덫에 걸려서 우리는 결국 집중할 수 없는 늪에 빠지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흥미를 쫒다보면 집중을 하게 되고 다시 한 눈을 팔면서 다른 것에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는 흐름을 우리는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집중'하기 위해 우리가 쓰는 노력과 에너지로 우리는 너무도 비효율적인 생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애매모호함이 좋다. 어떤 것도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모든 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으며 삶을 살아가면서 그 방법은 자신이 찾아가라는 말이 좋다. 모든 것에 집중하지 않는 삶의 태도에서는 여유가 있고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분산의 태도가 있다. 저자가 솔직해서 좋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만을 고수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하지 않아서 좋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해 늘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온 나에게 이만큼 좋은 조언이 있을 수 있을까. 저자의 책은 나를 해방시키고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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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적 기업이다 - 사회적 기업 창업과 경영의 모든 것
이나현 지음 / 비엠케이(BM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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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나현 <Bmk>

2018.11.15 ***


 한때는 청년들의 창업이 열풍이었다. 스펙을 아무리 많이 쌓아도 취직이 안되는 시대에서 창업이란 창조적인 대안이었다.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의 의식 또한 많이 바뀌었다. 나만 잘 살자고 차리는 회사보다는 무언가 뜻깊은 일들을 하는 회사들을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아졌고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비영리단체랑은 무엇이 다를까? 비영리단체는 말 그대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기부금이나 자원봉사만으로 단체를 이끌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이익도 개인이 가져갈 수 없으며 오로지 자선, 봉사로 기금이 쓰인다. 반면 사회적 기업은 이익을 추구한다. 이것은 다른 기업과 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좀 다르다. 직원들을 취약계층의 사람들로 고용하거나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취약계층에게 제공해서 이익을 추구한다. 취약계층에게 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 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산더미 같은 서류작업에 불시점검과 회계장부검사 등등 엄청나게 까다로운 절차들이 많이 있다. 차라리 이 꼴 저 꼴 안보고 내가 그냥 회사 창업해서 돈 많이 벌어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 것이 나을 거 같기도 하다. 그렇기에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속에 굳건한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그런 소명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대문에 이런 말을 써놓았다.
"얼마를 벌었는가보다 얼마나 나누었는가가 기업의 성공 요건이 되는 날을 기원하며."
 요즘 나도 남아있는 삶 동안에 내 주변의 이웃들에게 나누고 베풀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많이 들곤 해서 저 말이 참으로 마음에 깊숙이 와 닿는다.
 나누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회사라는 것이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익이 있어야만 회사가 생존할 수 있고 그 곳에서 일하는 직업들의 미래가 보장된다. 책 표지에 나온 저자( (주)ODS)의 모습은 산전 수전 다 겪고 지금의 회사를 일군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너무나 예쁘고 해맑은 여린 여자로 보였다. 어떻게 그녀가 이런 험난한 과정을 어떻게 겪어나갈 수 있었을까? 처음에 시작은 수학 지도자 과정을 필리핀 이주여성이 수강하면서 인연은 시작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에게 교육을 하고 강사로 나갈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ODS(Our Dream in Society, '옹달샘'의 약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을 보면 역시 여린 미소 안에는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다.
 사회적 기업의 중심은 언제나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이 있기에 '소통' 또한 빠질 수 없다.
"모든 관계와 네트워크는 결국 사람과 사람,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기 때문이다....(중략)....기본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며, 그것을 다시 비지니스 용어로 부른다면 '협력'과 '네트워크'다. '협력'과 '네트워크'는 서로를 발전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각자의 고유 영역을 지켜주기도 한다."                                  -본문 103쪽
사회적 기업이든 창업이든 일반 회사든지 한 번 일을 하기 시작하면 어떤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 그리고 성공하기를 원한다. 저자도 자신이 일군 기업이 성공하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회적 기업이란 무엇일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며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무언가를 이루어온 것이 아니라 그저 법적, 행정적 단계를 밟아온 것이다. 그 단계를 밟아오는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란 걸 말이다."             -본문 133~134쪽
 사회적 기업을 일구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들과 소명의식들 사이에서 방황했고 갈등했으며 매일 얼마나 마음속으로 자신과 싸웠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회적 기업의 지원제도와 소셜 프랜차이즈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리고 그것을 겪으면서 얻은 소중한 가치와 경험들도 저자는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고용이란 방법이 아니고 목적이며, 직원은 소모품이 아니라 구성원이라는 것. 그리고 기업주와 기업은 고용을 위한 희생양이 아니라 동반성장의 주체임을 믿고 실천하는 것."
                                                                                            -본문 170쪽
사회적 기업뿐 아니라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마음 깊이 새겨야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마음에 간직하는 말이 3가지 있다.
- 사회적 기업은 사람이 중심인 기업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 하지만 사람에게 기대거나, 과대,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 사회적 기업가로서 포기해야 할 것은 바로 대상을 막론한 막연한 '기대'다.


 사회적 기업은 사람을 위해 생겨났고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사람을 위해 일하는 기업이다. 뉴스에서 심심찮게 듣는 기업들의 직원해고와 비정규직 등 이런 것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얼마나 해치는 일인지 알면서도 우리는 선뜻 그것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최고이고 이것이 목표이기가 쉽다. 이런 시대에서 '돈'보다 '사람'에게 가치를 두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다문화 육성 프로그램 교육에 참여했는데 그 프로그램 마지막에 주최측은 '스타트업'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라고 저자에게 큰 짐을 안겨주었다. 고민 끝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가 한 말이다.
" '돈은 똥이다. 쌓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뿌리면 거름이 된다.'고 말씀하시며 나눔을 평생 실천하신 강원도 정선 함백마을의 고 이인옥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밤새 펑펑 울었던 경험은 돈과 나눔을 바라보는 저의 시각과 삶에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 낸 결정적 동기가 되었습니다."                                           -본문 185쪽
 돈이 최고이고 목표인 세상에서 고 이인옥 할머니의 말씀은 큰 여운을 남긴다.
 사회적 기업 창업과 경영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고 자신의 굳은 의지를 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한 특별한 소명의식이 없다면 그냥 마음속으로 간직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인 거 같다. 사람보다 돈을 귀하게 여기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좋은 귀감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 싶은 이에게는 기업의 방향성과 목표, 마음가짐, 태도 등 선배의 노하우와 방법들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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