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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은 필요 없다 - 집중하지 않고도 저절로 일이 술술 풀리는 최강의 두뇌사용법
모리 히로시 지음, 이아랑 옮김 / 북클라우드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집중력은 필요 없다 -모리 히로시 <북클라우드>
2018.11.11 *****

'집중력은 필요 없다.'라는 제목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끌렸다. 살아오면서 집중력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들 집중력이 중요하다고만 강조한다. 학생에게는 공부를 잘하려면 아이큐 높은 것보다 집중을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 일이 많은 회사원들에게는 집중력있게 일을 하라고 조언하는 이야기들 뿐이다. 나 또한 집중해서 공부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고 그랬기에 내 아이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무슨 일을 할 때 항상 집중해라."
하지만 저자는 집중력이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엄청난 호기심이 일었고 그토록 집착했던 집중력이 필요없음을 저자가 이야기해주자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노력해서 힘들게 얻기만 했던 집중력을 이제는 힘들게 얻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한가지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흥미있거나 새로운 것, 자극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집중하게 된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흥미로운 것에 금새 빠져들어서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귀마개를 한 것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 일에 집중해서 빠져있다. 그러다가 다른 새로운 것을 보면 또다시 거기에 온 정신을 집중한다. 우리가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은 인간을 기계로 만드는 것과 같다. 기계는 한가지 일을 빠르게 오래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하려면 집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집중하지 않고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저자는 당부의 말을 남긴다.
"무엇보다 독자들이 염두해 두었으면 하는 것은 집중의 방식에 대한 나의 대답은 결국 나만의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의 성격도 환경도 지금까지의 삶도 알지 못한다. 만약 안다 하더라도 당신과 나의 사고방식도, 지식도 다르기 때문에 완벽한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 결국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체득한 방법은 앞으로 평생 동안 당신의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사고방식 또한 변화하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길을 나아가기 훨씬 쉬워진다." -본문 49쪽
나는 저자의 이런 애매모호하지만 확실한 선긋기가 좋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도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획일화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당연하게 느껴져 성공스토리책을 보며 그들의 방법을 자신에게 무조건 적용하려고 하고 그들의 공부법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체질과 성향이 다르듯 삶을 살아가는 방법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우리는 삶 또한 성공한 삶에 획일적으로 맞추려고 한다. 내 답은 나만이 알 수 있고 찾을 수 있다는 진리가 여기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중하지 않으면서 사고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참으로 흥미롭다. 저자는 그것을 분산사고라고 칭한다. 저자는 일부러 한 가지 일을 10분이상 지속하지 않는다. 10분 글을 쓰면 다음에는 만들기를 하고 산책을 하고 여러가지 일들을 한다음 다시 10분을 글에 투자한다. 이런식으로 매일 한 시간을 글을 쓰는데 시간을 쓴다고 한다. 이렇게 쓴 자신의 책이 많을 뿐더러 한번도 마감일을 넘긴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오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가지 다방면으로 조사하고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넓게 공부하다가 만들기를 하다가 아니면 산책을 하다가, 정신이 이완하는 시점에서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는 황농문의 [몰입]이 떠올랐다. 그가 말한 몰입의 경지와 흡사한 묘사였다. 제대로된 사고를 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도 일독하기 바란다.
저자는 분산사고를 통해 동시에 여러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을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같은 바쁜 정보화 시대에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많은 성공담이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고 몰두해서 이루어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수많은 것을 검토하고 기존의 것에 집중하지 않는 유연한 대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에는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성공의 열쇠는 다양한 것을 살피고 자유롭게 생각을 발전시켜 나간 끝에 발견할 수 있었던 새로운 생각에 있다." -본문 143쪽

저자는 작가로서 많은 정보를 검색하거나 정보를 모을 때 메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많은 정보들을 써두지 않고 어떻게 기억을 하지? 우리는 사고가 언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단언하고 그것에 무한 신뢰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미지로 기억해놓으면 그 어떤 언어보다도 더 많은 내용을 저장할 수 있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을 더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다. 나 또한 소설책을 읽으면 그것이 언어로 남지 않고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장면 장면으로 머릿속에 기억된다. 그렇게 기억된 장면들은 언어보다 훨씬 더 오래남고 그 감정도 오래도록 간직되는 것을 경험했다.
저자는 마지막에 꾸준히, 조금씩, 다양한 습관을 만들어야 하며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한다. 점점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뇌의 10%도 안쓰고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그 말에 공감이 되어간다. 책을 읽는 것 또한 우리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사고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나만의 생각을 확립해가는 과정속에서 아이디어도 생기고 인격도 완성되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인간일수록 큰 소리, 강한 의견, 알기 쉬운 것,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 것에 휘둘린다. 하지만 현명한 인간이라면 적어도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생각할 정도의 소양은 갖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의견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생각을 해내는 사람이다. " -본문 208쪽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유일한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저자의 아버지는 자신이 어릴 적에 너무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고 늘 말씀하셨고 어머니는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항상 "열심히 해라.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하지만 나조차도 최선을 다한 것이 어떤 상태인지 아이에게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최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인가? 어느 누구도 어디까지가 그 사람의 최선인지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공부 열심히 해서 최고의 사람으로 성공해라."라는 말을 위해 모든 사람들이 오직 그 목표만을 위해 달려가는 것만 같다. 그랬기 때문에 '집중'이란 말은 단연 빠질 수 없는 언어였고 이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무장해야만 하는 무기였다. 하지만 그 '집중'이라는 덫에 걸려서 우리는 결국 집중할 수 없는 늪에 빠지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흥미를 쫒다보면 집중을 하게 되고 다시 한 눈을 팔면서 다른 것에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는 흐름을 우리는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집중'하기 위해 우리가 쓰는 노력과 에너지로 우리는 너무도 비효율적인 생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저자의 애매모호함이 좋다. 어떤 것도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모든 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으며 삶을 살아가면서 그 방법은 자신이 찾아가라는 말이 좋다. 모든 것에 집중하지 않는 삶의 태도에서는 여유가 있고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분산의 태도가 있다. 저자가 솔직해서 좋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만을 고수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하지 않아서 좋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해 늘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온 나에게 이만큼 좋은 조언이 있을 수 있을까. 저자의 책은 나를 해방시키고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