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리커버)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마츠나가 노부후미

2018.12.1     *****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남자아이는 집 평형을 다 활보해 다니고 여자 아이의 행동 범위는 한 평 남짓이다. 남자아이는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에너자이저이다. 그래서 여자인 엄마는 늘 피곤하고 체력적으로 딸린다. 남자와 여자의 뇌가 생물학적으로 달라서인지 아들이 도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시키면 왜 하나만 기억하는지 엄마들은 늘 이해가 안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아들을 키우는 데는 항상 딸 키우는 것보다 배의 힘이 든다. 그래서 나는 아기티를 벗고 엄마의 손이 덜 갈 무렵에는 남자 아이는 아빠가 키우는 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참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아들의 상징인 '고추의 힘'입니다. 고추의 힘이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몸을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에너지입니다. 쓸데없는 일을 벌이는 힘, 엉뚱한 일을 생각해내는 힘. 어쩌면 엄마나 학교 선생님(특히 여선생님)의 눈에는 그러한 모습이 침착하지 못하고 눈에 띄고 싶어서 안달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에너지야말로 남자의 자주성과 자립성, 창조성, 지성, 추진력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들어가며



제1장 내 아들의 '고추의 힘'을 살려라

1 많이 놀아본 사내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2 사내아이는 '재미'를 발견하는 데 천재다 


3 당연한 일에 아들은 왜 "왜?"라고 묻는 걸까
 감정적으로 아들을 야단치는 것은 머리 나쁜 아이로 만들겠다고 작정한 것과 같다. 사내아이를 대할 때는 일부러라도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도 설득력 있게 해야 한다. 아이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도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만 알 정도면 충분하다. 


4 '딸'로 태어난 엄마는 '아들'의 본성부터 알아야 한다
 사내아이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흥미를 끄는 물건이 보이면 호기심이 발동하는 특성 때문에, 설령 잠깐 동안은 얌전히 종이접기를 한다 해도 어느새 색종이를 집어 던지고 음식점 안을 휘젓고 돌아다닌다.


5 아들에게는 '화'보다는 '차가움'이 통한다
 아들을 야단칠 때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논리를 세워서 설득해야 한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말을 듣지 않을 때에는 아이가 말을 걸었을 때 "그러니? 그런데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라고 건성으로 대답하고 자신이 할 일에 몰두한다. 그러면 아이는 '어쩐지 엄마가 차가워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차츰 '아무래도 화가 난 것 같다.' '내가 야단맞을 짓을 했나?' '큰일 났다. 아직 숙제를 안 했다.'로 발전한다. 이처럼 스스로 알아서 하게 만드는 작전이 중요하다. 어엿한 한 남자로 대하는 냉정한 태도가 중요하다.


6 아들은 말로만 야단치면 듣지 않는다
 부모가 한번 주의를 준 일은 당장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키고, 한 번 주의를 준 일은 반드시 끝내게 한다.


7 엄마가 "안 돼!" 를 자주하면 아무것도 안되는 아들이 된다
 어려서부터 쌓은 경험은 새로운 일에 부딪혔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이끌어주는 나침반 구실을 한다. 부모는 아이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안 돼!'라는 말은 가능한 줄여야 한다.


8 아들의 질문에 전부 답해주지는 마라
 잘 모르겠는데 우리 같이 조사해볼까?라고 유도해 보는 것이 좋다. 혹은 아이 혼자서 찾아보게 하자. 이때 단순히 찾아보라고 말만 하지 말고 도감이나 책, 인터넷 등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준 뒤에 내 생각에는 00일 것 같은데 정확한 건 네가 알아보는 게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에게 찾아보고 싶은 의욕과 호기심이 생길 수 있다.


9 아들을 100% 다 믿지 마라
진위가 분명치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부모는 '반드시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믿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분별없는 짓은 하면 안 되겠다.'고 긴장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절대로 '나만 좋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10 외동딸보다 위험한 외동아들
 외동아들을 키운다면 절대로 허락할 수 없는 이외에는 가능한 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마보이에게 매력을 느낄 여자는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엄마 자신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11 집안일을 시키면 공부에 요령이 생긴다
 집안일을 하면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학습 능률까지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아이에게 다양한 발상을 이끌어내게 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물론이고 칭찬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은 궁리를 할 것이다.


12 사내아이의 근본은 '고추의 힘'이다


제2장 엄마의 올바른 교육관이 아들을 똑똑하게 만든다

1 학원을 맹신하면 아이를 망친다
 학원에 다니느라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그 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편이 아이의 학습 능력 신장에 훨씬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 공교육에 속지 마라
 이제는 부모가 나설 때다. 학교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면 부모가 자녀를 관찰하고, 고민이 있으면 들어주고, 공부하다 막히는 곳이 있으면 함께 자료를 찾아보는 등 최적의 공부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인 시대다. 그러므로 부모는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가려낼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3 학원을 너무 많이 다니면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
한번 시작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서 끝낸다. 이런 책임감이야말로 성공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시켜야 한다. 생각외로 빨리 끝내더라도 다른 일을 추가하지 말자. 대신 수고했다며 많이 칭찬해주고 상으로 마음껏 놀게 하자.


4 다른 아이의 성공담은 귓전으로 흘려라 
 학부모는 아무리 마음을 끄는 성공담을 들어도 우리 아이한테는 맞지 않겠다 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아이를 잘 관찰해서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이 능력이 생긴다.


5 좋아하는 과목에 집중시켜라
 우선 좋아하는 과목을 파고들어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 향상된 학습 능력으로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공부법이다.


6 아이의 국어 실력을 키워줘라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효과가 좋은 방법은 글을 써보는 것, 바로 글짓기를 하는 것이다. 글짓기는 문장을 이해하는 힘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정답을 고르는 객관식 문제에 강해진다는 이점도 있다. 글로 쓰기 전에 먼저 자세하게 이야기해보면 글을 훨씬 쉽게 쓸 수 있다. 그리고 무조건 칭찬하자.


7 책을 소리내어 읽게하라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체언에 붙은 조사와 보조 동사'에 주의해서 문장을 천천히 큰 소리로 읽으면서 문장 구조를 이해하는 음독법이다. 자녀의 국어 실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꼭 한번 시도해보자.


8 논술 잘하는 아들로 키워라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가족들의 모습은 아이에게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 '좀 더 재미있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마음이 들게 하고, 아이의 표현력을 기르고자 하는 의욕을 부추긴다.


9 이어폰을 달고 사는 아이는 공부를 못한다
원래는 꾹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어폰만 있으면 간단히 해방된다. 손쉽게 편리해지는 아이에게는 사회적 인내심이 자라기 어렵다. 더구나 외부의 자극을 차단해버림으로써 생각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관찰력도 무뎌진다.


10 학원에 보내기보다 차라리 개인 과외를 시켜라
개인 과외 선생님은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아이의 고민을 들어주는 형이나 누나가 되어주기도 한다.


11 잘 가르치는 과외 교사를 골라라

 과외교사를 구하려면 대학교 학과실에 과외 교사 모집 광고를 낸다. 그리고 면접을 잡는다. 이때 조용한 호텔이나 커피숍으로 정한다. 과외교사의 옷차림과 태도, 하는 말들을 잘 살핀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함께 하면서 아이에 관해 이야기를 하거나 과외교사의 이야기도 듣는다. 식사태도를 보면 교사의 인성을 알수 있다. 여러 단계를 걸쳐서 뽑은 과외교사라면 끈끈하게 맺어졌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가족처럼 생각할 것이다.


12 주입식 학습은 진전한 호기심을 망친다
 친구와 놀면서 생긴 궁금증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스스로 깨닫는 기쁨을 많이 경험해본 아이일수록 호기심이 왕성하고, 공부에서도 원리를 잘 찾는다.


13 목적 없이 공부하는 남자는 권위주의자가 된다
 이 일을 하고 싶어서 그 학교에 간다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라. 이것은 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14 부모의 학벌 콤플렉스로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지 마라
사회는 많이 배운 사람보다 믿을 수 있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행복한 인생은 성적순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15 '명문대' 환상은 줏대 없는 남자를 만든다


제3장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엄마의 행동법칙


1 가르치기에 앞서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라
 어떤 일에 자주적으로 참여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인정받은 아이는 공부도 의욕적으로 한다. 이렇게 공부하면 부모가 강요해서 할 때보다 학습 능력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부모 마음대로 이상형을 그리지 않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 이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다.


2 거짓말을 꿰뚫어볼 줄 알면 객관식에 강해진다
 거짓말을 가르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상업 광고다. 아이의 나이에 맞게 여러 가지를 지적해준다. 이처럼 세상의 이면과 거짓말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익히면 객관식 문제를 푸는 힘이 저절로 길러진다.


3 뜻밖의 일이 일어나는 캠프에 보내라
 부모는 아이가 좀 더 많은 것을 배울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지켜보기만 하고 가능한 한 모든 일, 즉 짐 정리를 비롯하여 텐트치기, 밥 짓기, 모닥불 피우기 등을 모두 아이에게 맡긴다.


4 머리를 쓰는 게임을 시켜라
게임의 기본은 전략이다. 확률, 순서, 조합을 생각해서 재빨리 전략을 세워 상대가 걸려들게 만든다.


5 아름다움을 찾을 줄 아는 아들로 키워라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동하는 마음을 기르지 못한 아이들은 사물을 음미할 줄 모르게 된다. 사물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모르는 아이는 '세상은 아름답고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멋지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세상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또 스스로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아이는 좌절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6 엄마가 정성껏 만든 요리가 아들의 등교 거부를 막는다
아이가 자주 먹는 음식으로 '사물을 보는 각도를 바꾸는 방법'을 터득하면 문제를 피해가는 기술도 쉽게 배울 수 있다. 보는 각도나 접근 방법에 따라 하기 싫은 일도 즐거운 일로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아이는 자신의 미래에 희망을 갖게 된다.


7 사과할 줄 아는 엄마가 아들을 멋지게 키운다
반성하지 않는 아이는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시험 문제를 틀려도 왜 틀렸는지 어디에서 실수를 했는지, 확인도 반성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성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공부도 못한다.


8 아들의 사소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라
 일하던 손은 멈추지 않아도 괜찮다. 또 아이가 웃기려고 할 때는 웃어주자. 아무리 시시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고 웃어주는 부모의 반응이 아이의 표현력을 풍부하게 길러주는 비결이다.


9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취미를 선물하라
부모가 취미를 즐기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부모가 열심히 취미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반드시 나도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야지 하고 마음 먹는다.


10 리더로 키우려면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라


11 아이는 부모의 윤리관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12 방에만 있는 아이로 키우지 마라
 젊었을 때의 좌절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 된다. 그러나 자신감을 잃었을 때 자신을 지켜줄 것이 없으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아이가 즐거워하고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어 방에만 있으려는 아이를 어서 빨리 밖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


13 미래의 아버지상에 어울리는 남자로 키워라
사내 아이는 어렸을 때 충분히 놀고, 아름다움을 접하고,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성장한 뒤에는 다양한 취미를 즐겨야 한다. 미래의 이상적인 남성상은 여성에게 배우잣감으로 인정받는 남자이고, 이는 남자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다. 



저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더욱 더 남자를 속속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 거 같다. 마치 남자아이 사용법처럼 원인과 이유를 밝히고 남자아이의 장점을 살려주기 위해서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일과 남자아이에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주의사항들을 아주 상세하게 자세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남자 아이의 본성과 에너지의 원동력을 이해하고 보니 이제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내 남자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거 같다. 아마도 모든 남자아이를 둔 엄마들의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아이를 둔 엄마들이 읽으면 참으로 좋은 책이다.




https://blog.naver.com/imanagei/22143796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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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정석 - 어느 지식인의 책장 정리론
나루케 마코토 지음, 최미혜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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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의 정석(어느 지식인의 책장 정리론)    -나루케 마코토<비전코리아>

 2019.1.8 *****

 
 독서를 어떻게 하는 방법론에 대한 책은 많다. 하지만 책을 보관하는 곳이 책장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사실 찾기 힘들다. 어떤이는 무조건 책을 사서 보고 소장하느라 집이 책방을 방불케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여 어떤 책도 사지 않고 인터넷에 소장하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는 것으로 책을 소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해도 집에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책은 고히 책장에 모셔두고자 한다. 그렇다면 어떤것을 소장하고 어떤 것은 처분해야 할까? 그리고 얼마큼의 책을 소장하는 것이 좋을까? 나만의 서재를 구상하는 중에 이런 좋은 책에 반가움이 앞섰다.

 "책장에는 신선함이 생명인 논픽션 책을 중심으로 둬야 한다. 그리고 내 머릿속을 업데이트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책장을 최신 신간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은 머릿속의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책장 속 책이라는 물체를 순환시킴으로써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받아들이고 흡수할 수 있다. 이것은 책장이 가진 훌륭한 기능이다."            -본문 21쪽(ebook기준)

 저자는 세 개의 책장을 마련하라고 한다. 신선한 책장, 메인책장, 타워책장이다. 각각의 기능이 있다. 신선한 책장은 산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늘 손이 닿는 곳에 두어 외출시에 한 두권 정도 들고 나갈 수 있는 접근성을 높인다. 철칙은 받아들이는 책을 제한하지 않는 것이다. '신선한 책장'은 항상 변화하는 책장이고 자신이 지금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진열대다.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도 여러 권을 동시에 읽으면 속독, 다독이 가능하다고 썼는데 이 신선한 책장에서 읽을 책을 무작위로 선택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다. 메인책장은 신선한 책장에서 다 읽은 책으로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책들을 놓는다. 단 논픽션을 주를 이룬다. 4*2단 책장이면 충분하다. 한 단마다 분야를 정하여, 과학, 역사, 경제, 사건/사회, 문화/예술 등으로 나누어 놓고 '특별전시'코너도 만들어서 가장 관심이 가는 테마를 정하여 테마를 주제로 쓴 각 분야의 책들을 이곳에 함께 놓는다. 특별전시의 교체 빈도는 한 달의 한 번 정도가 기준이다. 1년에 열두 번이면 열두 가지 특별 테마에 대한 교양이 깊어진다. '메인 책장'에 넣는 기준은 '재미, 신선함, 정보량'이다. 고민이 된다면 사진이나 그림이 많은 책을 선택한다. 전문적인 사진이나 그림은 소장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맨 아래칸 오른쪽에는 무거운 책이나 큰 책을 분야 상관없이 꽂는다. 그리고 맨 아래칸의 왼쪽에는 이제는 책장에서 방출될 책들을 모아놓거나 기준이 애매한 책들을 놓는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한 분야의 책이 다른 분야의 칸으로 조금씩 넘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역은 정확히 정한다. 책장은 일주일에 한번씩 새로 꽂혀질 책들과 처분할 책들을 교체해준다. 이런 순환이 일주일 단위로 흘러가야지 일주일 단위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책읽기를 게을리 한 것이다. 이 메인책장은 나의 지식흐름을 보여주고 내가 일주일 동안 어떤 것에 관심을 가졌는지를 실질적으로 효율적으로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나의 두뇌를 시각화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읽은 책은 안쪽에서 세워서 꽂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앞에 눕혀서 쌓는 것이다. 책장 깊이가 깊은 것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메인 책장에는 주로 논픽션을 꽂는 이유는 소설책이나 에세이는 이야기나 흐름을 따라 쭉 읽어나가는 형태로 읽기를 한다. 하지만 논픽션은 차례대로 읽는 것보다는 내가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읽거나 궁금한 것을 찾아서 읽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정보를 검색하기에 좋다. 그렇기에 책장에 두고 내가 궁금할 때 꺼내서 읽기 때문에 논픽션으로만 채운다. 논픽션은 정보가 생명이므로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타워책장이다. 일하는 곳에서 손을 뻗어 닿는 범위내에 설치하여 참조하고 싶은 책을 쌓아 두는 곳이다. 사전이나 백과사전, 연표, 지도, 도감, 핸드북 등으로 구성되고 지식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이미지이다. 타워책장은 한마디로 냉장고다. 타워책장의 필수 아이템은 명언집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거나 끊임없이 새로운 발상을 끌어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책장 '지성의 전당'은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 용기를 준 책, 마음을 치유해 준 책등을 소장한다. 주의할 점은 단 하나,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일수록 기준에 따라 다루지 않으면 관리가 어려워진다. 많아도 서른 권 정도가 적당하다.



 "현대 사회를 살아남는 데 필수 조건은 '유익하고 신선도 높은 정보를 얻는 것'과 '얻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정보를 많이 얻는 것'이 유리했을지도 모르지만 인터넷이 보급된 지금은 누구나 쉽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가, 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본문 22쪽(ebook기준)


 "남과 다른 새로운 책을 계속 읽어 나가는 것이 '남다른' 사람이 되기 위한 지름길이다.   -본문 28쪽


 "서평문장에는 쓰는 사람의 개성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에서 개성을 표현할까? 답은 어떤 책을 고르는가다. 재미있는 서평이 될 지 아닐지는 책을 고른 시점에 이미 결정된다."          -본문 29쪽


 "승부수가 될 책을 고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읽은 책 모두를 평하려고 하면 틀림없이 재미없는 서평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본문 29쪽


 "큐레이터도 편집자도 의도를 갖고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 정한다. 책장에 진열하는 책에도 그러한 의도가 필요하다. 의도가 없는 책장은 단순히 책을 놓는 공간일 뿐이다."         -본문 31쪽


 "매일 책장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현재 자신의 지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책장을 보고 자신의 지적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거울을 보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본문 50쪽


 "책장은 외장형 두뇌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이런 책장의 성격을 기초로 책장을 편집하면 인생까지 편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본문 59쪽



 책장 만들의 포인트

1. 보기 편할 것
2. 20퍼센트의 여백이 있을 것
3. 승부수가 될 책 만들 것
4. 다양성은 갖되 위화감을 없앨 것
5. 언제나 변화할 것
('승부수가 될 책만'꽂을 때는 꽂지 않을 책을 정해 놓는 것이 최고의 지름길이다.)    -본문 59~60쪽


 "언제나 집에 있는 일정한 시간을 정리 시간으로 정해 둔다. 제한 시간을 정해 놓고 라디오를 켜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정리 시간을 가진다. 이 정리 시간은 책장의 신진대사를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 주에 한 번 30분만이라도 정리 시간을 가지면 책장은 단순히 책을 꽂는 자리가 아닌 외형적인 아름다움도, 외장형 두뇌로서의 기능도 확보할 수 있다."    -본문 104쪽


  
 '신선한 책장'은 널찍한 공간보다는 뭔가에 몰두할 수 있는 곳에 책을 두면 그 앞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난다. 관심 없어진 분야는 모아서 팔고 변화가 빠른 분야의 책은 치워버린다.


 "멀리 보면 지식과 교양에 욕심이 많아서 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그것을 무기로 계속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 책 읽는 법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은 서점에 자주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본문 159쪽


 "살지 말지는 한 권당 5분 정도 들여서 생각한다. 먼저 프롤로그, 머리말을 읽는다. 거기에는 저자가 그 책의 테마에 대해서 핵심을 간추린 요지가 들어 있다. 그러니 내용에 끌리고 글에서 거부감이 들지 않으면, 괜찮은 글이라고 생각된다면 첫 번째 관문은 돌파한 것이다. 남은 문제는 사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을 종일 반복한다.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열심히 자신에게 투자하려면 '살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산다!'가 원칙이다."         -본문 163~164쪽


 읽을 책을 정하는 기준이 있다. '목차', '장정'. '번역가'이다. 목차를 보고 여기에 하나라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거나 흥미를 끄는 구절,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이 있으면 그 책은 산다. 좋은 책은 스타일이 좋다. 스타일이 좋은 책은 산다. 장정은 출판사에서 공을 들여 만든 것이다. 커버의 책등과 표지가 눈이 가고 스타일리쉬하고 가름끈이 있다면 산다. 도판과 사진이 많이 들어있는 책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 거기에 꼼꼼한 해설이 있다면 더욱 더 좋다. 특정분야의 도서는 대형 출판사보다는 중소출판사의 책들을 주목하자. 내용에 보다 깊이를 더해 핵심 독자에게 전달하는 힘이 뛰어나다.

 새로운 분야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들어가야 한다. 역사의 경우에는 흥미나 관심이 가는 시대를 중심으로 넓혀간다. 예술 분야는 '만약 내가 산다면?'의 가정을 하고 읽으면 나름대로 진지하게 읽게 된다. 예술은 그 작품 자체에 끌리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해서 지식을 늘려 가면 된다.

 고전은 책장의 밑거름이다. 나중에 읽고 싶은 책은 갖고 있자. 그런 책으로는 고전이 어울린다.
 소설책이 아니면 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일부러 중간부터 읽어야 하는 책도 있다. 독서에 싫증이 난다면 잠깐 책읽기를 쉰다. 그리고 쉬는 동안 다른 책을 읽는다. 한 권을 단번에 전부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비어 있는 시간에,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데까지 읽는다. 계속해서 그렇게 읽어 나가면 된다. 이런식으로 여러권의 책을 동시에 일근 사람의 머릿속에서만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이것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읽은 책을 남겨 둘지 말지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신선한 책장'에서 '메인 책장'으로 옮길 대의 선별, '메인책장'에서 탈락시킬 때의 선별이 내 지성의 앞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선별을 효율적으로 돕는 것이 포스트잇이다."     -본문 194쪽


 "책을 읽다 붙일 곳은 '놀랍고 새로운 사실'이나 '남에게 소개하고 싶은 구절'이다. 이 두 군데에 붙이면 나중에 내용을 기억해 내기 쉬워진다. 서평을 쓸 때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읽어 나가면 책을 다 읽고 봤을 때 필요한 곳에 포스트잇이라는 자기만의 전용서표가 끼워져 있다. 나는 한 권당 50군데 정도 포스트잇을 붙인다.

 외출시에 '신선한 책장'에서 한 두권을 가지고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신선한 책장'에 둔다. 재미있을 거 같은 장만 골라 읽고 다음날이 되면 다른 책을 가지고 나간다. 매일 책을 바꾸는 것이다.

 다읽은 책이나 부분적으로라도 다 읽은 책이 재미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며 전해야 한다. 내가 다른이에게 전하면서 확실하게 이해되어 그 정보와 지식이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서평을 쓰는 방법이 있다. 서평은 도서 감상문도 아니고 문예 작품도 아니다. 그 책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만 말하면 된다. 서평을 쓰는 사람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쓸 필요가 없다. 재미있다는 사실을 전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서평의 기초는 먼저 책 제목은 겹화살괄호로 하고 어미를 통일한다. 수식어와 피수식어를 너무 떨어뜨리지 않는다. 같은 표현도 다르게 변화시켜 표현한다.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면 교열을 꼼꼼하게 하고 서평을 쓴 다음날에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이다. 총괄1,2를 쓴 다음 에피소드, 감상, 저자, 일러스트순으로 쓴다. 개성은 서평 쓸 책을 선택할 때 발휘한다. 재미있는 책만을 소개한다는 원칙은 절대적으로 고수한다. 서평 블로그에서 어떤 서평을 쓰는지는 '메인책장'에 어떤 책을 넣는지와 완전히 같은 행위이다.

 책장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 내 삶의 기준을 세우는 것. 내가 하는 작은 일에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지킨다면 나다운 삶으로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준으로 책을 진열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보자. 책장의 기준이 생기면서 무엇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기준도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https://blog.naver.com/imanagei/22143794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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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고미숙 지음 / 프런티어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프런티어>

 2019.1.8 *****




 백수란 무엇인가? 백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백수의 비전은? 백수의 일상은?
 청년들의 실업률이 증가하고 은퇴한 노년들이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분투노력하는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젊으나 늙으나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으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백수의 삶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지하게 백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마땅하다.

 저자는 옛날 사대부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과거에 급제하여 고위관직을 탐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학문을 갈고 닦으면서 중국을 여행하며 글을 쓰고 유유자적 살았던 진정한 백수의 원조, 연암 박지원의 삶을 통해 진정한 백수란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지 살펴본다.

 21세기는 백수의 시대이다. 4차산업혁명에서 인간의 노동은 더이상 가치가 없다. 인간의 노동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백수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백수들은 더이상 화폐의 증식으로 통해 지금의 행복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고 잘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립이 필수다. 관계와 활동을 중심으로 삶을 유연하게 살아보니 자기 삶의 매니저가 되어보자!


 "전후에 보낸 소고기 장볶이는 잘 받아서 조석 간에 반찬으로 하니? 왜 한 번도 좋은지 어떤지 말이 없니? 무람없다, 무람없어. 난 그게 포첩이나 장조림 따위의 반찬보다 나은 것 같더라. 고추장은 내 손으로 담근 것이다. 맛은 좋은지 어떤지 자세히 말해주면 앞으로도 계속 두 물건을 인편에 보낼지 말지 결정하겠다."    -박지원 저, 박희병 역<고추장 작은 단지를 보내니>,35쪽 / 본문 57쪽

 연암 박지원이 자식들에게 쓴 편지이다. 요즘 가정주부도 할 줄 아는 이가 드문 볶은고추장을 손수 만들어서 자녀들에게 보내놓고 왜 맛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 없냐고 채근한다. 주부10단의 어머니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 시대에 사대부 양반의 자제인 남자가 장을 담글 줄 알다니... 그래서 그는 자신의 아내와 사별한 후에 재혼하지 않고 홀로 지낼 수 있었다. 의식주를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진정한 자립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란다. 천하의 사람들에게. 황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기뻐할 일은 아니요, 없다고 해서 반드시 슬퍼할 일도 아니다. 이유도 없이 자기 앞에 황금이 굴러들면 천둥이 치는 것처럼 놀라고 귀신을 만난 듯 무서워하며, 길을 가다가 수풀에서 뱀을 만나 머리칼이 쭈뼛 서도록 소스라쳐서 물러나듯이 해야 할 것이다."           -박지원 저, 김혈조 역,<열하일기3권>,(황금대기),296쪽 / 본문 67쪽

 백수 연암 박지원은 당당하게 홀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욕망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연암집안은 일찌감치 청빈을 모토로 삼았던 까닭에 절대 넉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돈에 연연하지 않고 살았음을 물론이고 그렇기 했기에 평생 돈에 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에서는 이익으로써 사귀고, 면전에서는 아첨으로써 사귀는 법이다. 따라서 아무리 서로 좋아하는 살이라도 세 번 손을 내밀면 누구나 멀어지게 되고, 아무리 묵은 원한이 있다 해도 세 번 도와주면 누구나 친해지기 마련이야. 그러므로 이익으로써 사귀면 지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써 사귀면 오래갈 수가 없지. 대단한 사귐은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되고, 두터운 벗은 서로 가까이 지내지 않아도 된다네. 다만 마음과 마음으로 사귀고, 그 사람의 덕을 보고 벗을 삼으면 되는 것이야. 이것이 바로 도의로써 사귄다는 것일세."               -박지원 저, 김명호 역<지금 조선의 시를 써라>,(예덕선생전),67쪽 / 본문 91쪽

 밥맛이 떨어졌을 때 입맛을 돋워주고 살맛이 떨어졌을 때는 삶을 보는 시선을 바꾸어주는 존재가 바로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우정을 지속하려면 의기투합해야 한다. 무엇으로? 취미처럼 변덕스럽지 않고 화폐가 끼어들 수 없는 활동. 그건 지성, 존재와 세계에 대한 탐구다. 생명을 위한 배움이다. 지성의 비전을 공유하면 우정은 저절로 깊어진다.


 집은 베이스캠프이다. 그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충전하면 그만이다. 아침을 먹고는 활동의 무대로 뛰쳐나와야 한다. 집이 성지인 것 마냥 떠받들고 거기에 모든 인생을 투자하면 지금의 나의 행복은 물 건너가게 된다. 운동삼아 걷는 것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그럼 자연히 수면 또한 깊어진다. 다리를 움직이면 머리가 맑아진다. 밖에 나가 활동하게 되면 돈이 필요하다. 백수들은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공유경제에 접속해서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한다.
 다른 생각, 다른 정서, 다른 관계 등과 마주치는 여행을 떠나라. 방향을 바꾸면 사건이 벌어진다. 진정한 삶의 주역이 되고 싶다면 여행하는 동안 사건을 겪고 이야기를 창조해라! 맛집을 향하는 미각과 사진찍는 데 여념이 없는 시각에 탐닉해서는 곤란하다. 미각과 시각에서 청각과 촉각, 후각 등으로의 전환 혹은 확장, 여행의 성패는 거기에 달려 있다. 관찰하고 기록해라!

 "길 위에서 길을 묻는 연암. 길은 언제나 유동한다. 저들과 나 사이에서, 언덕과 물 사이에서, 또 이것  저것 '사이'에서. 이것과 저것이란 세상을 지배하는 이분법을 지칭한다. 거기에 포획되며 길을 잃는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사이에서' 사유해야 한다. 그래야 이것 아니면 저것을 강요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창안할 수 있다. 그것은 늘 우발적이고 유동적이다....(중략)....그 역동성과 스릴을 즐기려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존재의 심연, 삶의 본질에 가닿는 원초적인 질문을. '난 누구? 여긴 어디?' 이것이면 충분하다.               -본문 203쪽


 "나를 비우고 내려놓는 그만큼 세상이 내게로 온다. 삶이 저 심층에서 솟아오른다. 소유에서 접속으로! 증식에서 생성으로! 노마드가 되는 첫 번째 스탭이다. 길은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그 한 걸음이 '천 개의 길, 천 개의 고원'으로 이어질 터이니."               -본문 205쪽


 백수는 직업이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경제활동을 주도하는 존재이다. 자신의 고유한 리듬을 알게 되면 타자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상호작용이 존재와 세계에 대한 인식의 확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들에 대한 탐구와 공부가 백수가 주력해야 할 학문이다. 그것을 위해서 가장 핵심적으로 해야할 활동이 바로 '독서'이다.

 "천하의 모든 이들이 책을 읽는다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다."            -본문 232쪽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마음에 드는 글을 새로 창작했을 때 한두 사람 뜻이 맞는 이들과 조금 술잔을 기울이다가 글을 잘 읽는 의젓한 젊은이로 하여금 음절을 바로하여 한 번 낭랑하게 읽게 하고서는 누워서 글에 대한 평이나 감상을 듣는 것이다."        -박종채 저, 박희병 역<나의 아버지 박지원>,115쪽 / 본문242쪽

 "읽고 쓴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주 사이의 가장 통쾌하고 거룩한 일"     -정조대왕, 본문242쪽


 "꿈이나 목표 따위는 필요없다. 반드시 이루어야 할 사명 따위란 없다. 삶에는 본디 어떤 의미도 없다. 삶은 오직 사는 것 그 자체만이 목표다. 살다 보니 돈도 벌고 만나고 헤어지고 창작도 하고 정치도 하는 것이지, 그 반대는 절대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사랑을 위해! 예술을 위해! 정치적 이념을 위해! 그렇게 목표 지향적으로 살다보면 결론은 허무다."        -본문 258쪽


 "나는 이제야 도를 알았다. 명심(깊고 지극한 마음)이 있는 사람은 귀와 눈이 마음의 누가 되지 않고, 귀와 눈만을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섬세해져서 갈수록 병이 된다. 지금 내 마부는 말에 밟혀서 뒷수레에 실려 있다. 그래서 결국 말의 재갈을 풀어주고 강물에 떠서 안장 위에 무릎을 꼰 채 발을 옹송그리고 앉았다. 한 번 떨어지면 강물이다. 그땐 물을 땅이라 생각하고, 물을 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마음이라 생각하리라. 그렇게 한번 떨어질 각오를 하자 마침내 내 귀에는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릇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건만 아무 근심 없이 자리에서 앉았다 누웠다 그야말로 자유자재한 경지였다."          -고미숙 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361~362쪽 / 본문 260~261쪽




 이 세상에서 백수로 살기는 참으로 외롭고 처절하다. 하지만 저자는 특유의 재치와 낙관성으로 '백수'라는 어감에서 오는 쓸쓸함과 슬픔을 웃음과 해학으로 승화시켜 백수의 삶이 이토록 고귀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가능케한다. 이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백수들이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가정주부, 은퇴, 명퇴를 한 장년층들이 해당된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 또한 언제가는 백수가 될 터. 이 책은 백수들뿐만 아니라 100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하는지에 대하여 지혜롭고 명쾌한 해석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여 준다. 또한 저자가 워낙 유쾌하고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순식간에 책을 후루륵 읽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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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여자들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5
박문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지상의 여자들 -박문영<그래비티북스>

2019.1.4 ***

새로운 젠더감수성을 일깨우는 한국형 페미니즘 SF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SF'라는 장르와 나에게 소설로는 좀 생소한 '페미니즘'. 과연 이 둘의 결합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단순한 호기심이 일었다. 'SF'만 있거나 '페미니즘'만 있었더라면 아마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SF'라는 장르는 왠지 가독성은 있지만 아이들의 상상력만큼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유치할 거 같고 가벼울 거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한 문장,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섬세한 묘사와 관찰력, 그리고 육감을 사용한 감각적인 묘사들이 빛을 발했다. 문학적 감수성이 여기저기서 팡팡 터졌다. 신선한 묘사들로 읽는 묘미를 더했다.

"성연이 쇠똥구리처럼 그들의 일상을 공굴리고 있었다." -본문 29쪽

"붓기가 남은 입술이 명태처럼 벌어져 있었다." -본문 92쪽

어느 날부터인가 구주시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내에게 화를 내고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들이 폭력을 행하는 순간에 연기처럼 그자리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실종자들이 점점 늘어나자 정부와 관계부처에서는 왜 이런 사건이 발생하는지 과학조사를 벌이고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연구를 시도해보고 원인을 파악하기에 이른다. 원인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라면을 사재기 하고 서로를 불신하며 외출을 삼간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예방책을 내놓는다.

* 성인 남성 유의사항

1. 손을 씻고 2. 마스크를 하고 3. 외출을 자제해요.

조작된 유인물을 유포한 사람은 결국 체포된다. 이런 불안속에서 남자들은 자신이 목숨을 언제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과 의료원, 보건소에 방문했고 주민들은 식료품을 모으고 소화제, 해충 박멸제, 호신용품 따위를 사들였다. 어떤 이들은 항생제를 모으기도 했다. 점점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이 사라지자 구주에는 착한 남자들과 여자들만이 남게 되어 안전한 도시로 급부상하게 된다. 타지의 여자들은 이곳으로 이사를 오기도 하고 방문을 한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 맞는 말이네요. 역시 남자들이 갈 곳은 하늘." -본문 146쪽

그동안 남성들의 권위주의와 여자를 은근히 무시하며 자신들의 영역 넓히기에만 힘쓴 남성주의의 사회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여자들은 점점 더 큰 목소리를 내며 실종된 남자들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늘 모든 주장에는 반대편이 언제나 존재하는 법. 실종자들을 감싸며 남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대치한다.

구주시가 폐쇄되어 사람들의 이동이 금지되었을 때 성연의 남편은 타지로 외근을 간 상태였다. 오랫동안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성연은 자신의 대학선배인 희수와 점점 더 가까워지고 남편의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감정들이 상하기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던 남여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과감없이 밝히고 그것으로 남과 여를 대치상태에 놓이게 한다. 그동안 남성들의 사회에서 여자가 당연히 참고 살아야한다는 상황들이 남자들이 실종되어 없어지자 여자들은 해방감을 느끼며 남편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간절히 바란다. 남자들이 없어지자 비로소 여자들은 마음속 깊이 자유를 느끼게 된 것이다. 피해자였지만 가해자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했던 여자들이 드디어 족쇄를 풀고 자유롭게 홀로 당당히 존재하게 된 것이다.

폭력성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사라지자 구주시에는 술집, 백반 식당, 중국집 등 영업을 포기하는 상점들이 늘어났다. 술에 취한 남성들의 무리를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가슴에 띠를 두른 남자들이 문학관 밖으로 나왔다. 그들은 부서진 옹벽 앞을 지나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캠페인 홍보지 몇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1. 매사에 감사합니다. 2.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세요. 3. 누구에게나 반갑게 인사해 봐요. 4. 칭찬을 아끼지 마세요. 5. 미소를 지어요. 6. 정직하게 지내요. 7.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랍니다.' 아이들이 인쇄물로 종이배를 접었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어른 전부가 괴상하게 친절했다. 그들은 지금 여기와 여름성경학교의 차이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본문 181쪽

"화를 못 참는 자는 더 허약한가. 모두가 허약할 뿐이라면 무엇을 탓할 수 있을까. 고개를 젓던 성연은 이런 나날을, 외부의 개입과 관여를 오랫동안 은밀히 기다려왔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판단은 금방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사라지지 않는 남편을 성가셔하는 여자들이 있었다. 단란한 가정을 조소하는 이들이 있었다. 성연은 자신이 선택한 배우자를, 기능이 다 한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여자들이 잔혹하게 느껴졌다. 그들의 말은 러시아 해협을 떠도는 유빙보다 차고 무정했다." -본문 247쪽

실종자의 가족들을 옹호하는 성연과 실종자들의 폭력성에 희생당한 여자를 옹호하는 희수는 자신의 관점을 철회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 말했어? 거기서 꼭 그런 소릴 해야 돼?"

"넌 실종이 해방이라고 생각해?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 뜻은 맞지. 여자들을 억누르고 있던 건 남자들이잖아."

"단순히 남자로 태어났다는 게 실종의 원인일 수 있어?"

"그래. 그 단순한 차이를 차별로 바꾼 게 누군데?"

"그래서 남자들이 불시에 사라지는 게 정말 옳은 거니?"

"그럼 나쁜 거야? 나아진 건지, 아닌지 그것도 분별이 안돼?"

"입장을 정하면 책임이 따라오지. 그래서 결정하라고 하는 걸 알아. 하지만 속도가 다르다면, 판단을 내리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끄는 건, 성연아. 속도가 아니라 상태지. 정체성이고."

"저 사람들은 나를 간단히 규정했어. 판단을 확신하는 건 폭력이라고."

"아니, 보류하고 방치하고 침묵하는 게 폭력이야. 실종자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저 사람들에게 모독이란 걸 모르겠어? 남자들이 우리한테 기생하면서도 희생을 강요해왔잖아."

"뭐가 그리 쉬워? 넌 왜 네가 가장 미워했던 사람처럼 굴지?"

"누구? 헤어진 남편? 없어진 아버지? 도망간 어머니?"

"넌 어떻게 움직이질 않아? 어떤 남자들이 없어졌는지 알면서?"

"희수야. 사람이 없어지고 있어. 놀랍지 않더라도 놀라야 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래선 안 된다고 경악해야 해. 우리는 더 나아져야지."

"왜 우리만 나아져야 하는데?"

"나아지지 않으면, 함께 저열해지니까. 예전으로 돌아가니까."

-본문 260~262쪽

"넌 다시 태어나면 어떤 성으로 살 거야?"

"여성."

"또 감수할 수 있다고? 왜? 버틸 만은 했던 건가?"

"희수야. 난 여성으로 살면서 생각하고 싶어."

"그러니까 약자는 되기 싫지만 약자성은 갖고 싶다는 거네?"

"비꼬지만. 나는 고민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변하기 않겠다는 말이잖아. 네 말은 언제까지나 이리 저리 떠돌면서 스스로를 연민하겠다는 소리로 들려. 그건 의심도 방황도 아니야. 분열이지. 우리가 평생 겪어 온 감정."

"우리가 남자 곁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은 늘 단순하지 않았니? 도망치고 싶다. 성장하고 싶다. 이 자리는 틀렸다. 이 와중에도 남자만을 사랑하다니, 나는 네 시야가 너무 갑갑해."

"난 남자만을 사랑하는 게 아니야. 사랑하게 된 것을 사랑할 뿐이야."

"그건 사랑이 아니라 관성이지."

-본문 262~263쪽

얼마전에 미투운동이나 여혐현상을 보고서 우리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골은 너무나 깊게 파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상의 인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흑백논리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고 남과 북, 빨강과 파랑으로 극명하게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거 같다. 지구를 이루는 것은 인간인 남성과 여성이 아니라 동물, 식물, 땅, 하늘, 자연 등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너무 인간적인 시각으로만 현상을 보며 평가하는지도 모르겠다. 성연과 희수의 대화에서 나 또한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느꼈다. 인권을 외쳐야 하는지 피해를 본 사람들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 말이다. 그 사이의 간극은 어떻게 좁혀질 수 있을까?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문제들을 흑백으로 나누어 놓고 어느쪽에 서야할지 고민할 때가 많다. 이제는 모든 문제들을 오히려 흩트려 놓고 멀리서 관찰해야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 소설은 나의 기대와는 상당히 많이 다르게 흘러갔다. 성연과 희수의 사랑은 뭔가 흐지부지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끝이 난 느낌이었다. 페미니즘이 강한 소설이라 남자들이 읽거나 또는 페미니즘에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힘들수도 있겠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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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라치아 마리아 델레다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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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머니            -그라치아 델레다<본북스>

2019.1.2 ***



 "풀은 오늘밤에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녀는 그의 방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제발 그가 나가지 않고 잠자리에 들 수 있기를 간절히 신께 기도한다. 하지만 그녀의 바램과 달리 폴은 세찬 바람을 뚫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집으로 돌진한다. 폴의 어머니는 남편과 일찍 사별을 하고 오직 외아들 하나만 바라보며 평생을 아들만을 위해 헌신한다. 아들을 자신의 소망대로 사제로 키우기로 마음을 먹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하녀로서 힘들게 살다가 드디어 아들이 자신의 뜻대로 사제가 되어 이 마을의 신부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폴은 사제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인간과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어머니는 그를 사탄의 유혹에서 꺼내기 위해 그를 필사적으로 말린다.
 폴은 아그네스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자신의 신분에서는 결코 해서는 안되는 사랑이기에 그 사랑을 단념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려고 노력한다. 아그네스에게 이별 통보의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전달해 달라고 맡기면서 그는 아그네스와의 이별을 잊으려고 애를 쓴다. 마을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하면서 그는 아그네스를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마치 자석이 철을 잡아당기듯이 그녀는 여전히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 당기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마음 깊은 곳에서 산을 내려온 이후 가장 참기 힘든 일이 바로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그녀의 침묵,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지는 것임을 깨달았다."                 -본문 116쪽


 사제를 돕는 어린 복사, 안티오쿠스는 폴을 존경하고 그처럼 사제가 되고 싶어한다. 항상 신부님 곁에서 그를 보좌하고 그를 따라 다니며 그를 위해 헌신한다. 안티오쿠스는 순수하고 맑고 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안티오쿠스의 어머니를 뵈러 가면서 폴은 어머니에게 자신이 곧바로 돌아오겠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문을 잠그지 말라고. 아그네스를 절대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머니는 폴이 다시 죄를 지을 것임을 알았지만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들이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것에 깊은 연민을 느꼈다.


"그런데 왜.... 오, 주님! 왜, 어째서입니까?" 그녀는 감히 질문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우물 바닥에 있는 돌처럼 그녀의 마음 밑바닥에 남았다. 오, 주님. 왜 폴은 여인을 사랑할 수 없을까요? 사랑은 모두에게, 심지어 하인과 목동에게도, 맹인과 감옥에 있는 죄수에게도 허락된 것인데 왜 그녀의 아이 폴은 사랑이 금지된 유일한 사람이어야 합니까?"     -본문 120쪽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에 대한 강한 모성애와 연민이 느껴진다. 신께서 주신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연스러운 아름다운 본능과 욕구가 폴에게는 죄가 된다는 사실이 모순처럼 느껴진다.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안티오쿠스는 이렇게 말한다.


"사제등 중 가장 젋은 사람들이 스스로 여인과 떨어져 순결하고 자유롭게 살도록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본문 120쪽


 교회의 부조리와 모순이 아닌 인간의 고뇌와 번민으로 그려진다. 왜 사제들은 결혼을 할 수 없고 목사들은 결혼을 할 수 있는 걸까? 사제와 목사와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 걸까?


"본능은 결코 우리를 그릇된 길로 이끌지 않아. 하지만 자, 안티오쿠스. 어머니 앞에서 사제가 되고 싶은 이유를 말해보렴. 너도 알겠지만, 사제는 직업이 아니야.  숯꾼이나 목수가 되는 것과는 달라. 지금 넌 사제가 되는 것이 쉽고 편안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아주 어렵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다른 모든 사람에게 허용되는 기쁨과 즐거움이 우리에겐 금지되어 있고, 진정으로 주님을 섬기길 원한다면 우리 삶은 지속적인 제물이란다."            -본문 128쪽


 안티오쿠스는 폴의 선하고 순수하고 믿음이 확고한 어릴 적의 모습을 반영하는 거 같다. 안티오쿠스는 폴이 아무리 달래고 힘든 일이라고 알려줘도 그 뜻을 굳히지 않고 오히려 더욱 더 사제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확실히 드러낸다. 안티오쿠스의 어머니를 만나고 나서 그는 어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바로 가려고 했지만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아그네스를 만나고야 말았다. 그곳에서 그는 그가 얼마나 아그네스를 원하고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폴은 자신의 어머니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고 신부의 옷을 벗어던지고 그녀와의 사랑을 위해 멀리 도망갈 수도 없다.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와 그녀와 결별을 선언한다. 폴에게 실망한 아그네스는 신도들에게 이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한다.


 다음 날 성당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폴은 아그네스가 성당에 있는 것을 본다.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손까지 떨며 머리속에 하애진다. 과연 아그네스는 그들의 열애를 폭로했을까?


 하루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인물들의 입장에 따라서 심리 묘사를 차분하게 이어간다. 어머니의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들이 행동으로 잘 묘사되어 있고 폴이 아그네스를 만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들이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 사제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폴이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껏 사랑할 수 없음에 좌절하고 고뇌하고 번민하는 과정들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어가 있다. 어머니는 그저 폴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며 사제를 시켰는데 그게 과연 아들을 위해 옳은 선택이었을까? 어머니가 바라던 삶을 그대로 산 폴은 그 삶에 과연 만족했을까? 폴은 사랑하는 여인보다 자신의 구역인 교구를 지키는 일이 더 먼저였을까? 아니면 인간에 대한 사랑보다 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일까? 아직 신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믿을 수 없는 나에게는 모든 것들이 물음표로 남았다. 그리고 누가 처음으로 사제의 사랑과 결혼을 금지시켰는지 궁금해진다.







-리뷰어스의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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