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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더트
제닌 커민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작년에 한동안 아마존 킨들에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던 책이 바로 <아메리칸 더트>였다. 그래서 꼭 읽어 보고 싶었으나 원서로 읽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내가 과연 완독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망설이다가 결국에는 읽지 못했다. 그런데 쌤앤파커스에서 번역본을 출판한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웠다.
<아메리칸 더트>는 원서와 제목과 표지도 똑같다. 그래서 표지를 보고 한글 제목을 보는 순간, 너무 반가웠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지만 역시나 순식간에 읽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이 되면서 아메리칸을 위대하게 하는 정책 중의 하나인 반이민정책이 시행되면서 멕시코와 미국이 접하는 접경지대에는 장벽이 견고하게 세워졌다. 불법으로 그 국경지대를 넘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막대한 세금이 그 장벽에 쏟아지고 있었다.
그 후, 우리는 뉴스를 통해서 어떤 상황이 정확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리적으로 우리와 너무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고, 우리의 일상과는 너무 먼 이야기들이라 관심조차 없었던 거 같다.
불법체류자들로 불리는 사람들은 법을 어긴 범죄자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각각의 사연을 들어보면 범죄자와는 거리가 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웃들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치르는 부모들.
소설은 멕시코의 아카풀코의 한 가정집에서 시작된다. 한 소녀의 성년식을 축하하기 위해서 친척들이 리디아의 집에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시작된 총성. 리디아와 그녀의 아들 루카는 화장실에 있었다. 갑작스런 총성에 그들은 욕조 칸막이에 숨죽이며 몸을 숨기고 있었다. 단 몇 분만에 마당에 있던 가족과 친지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하루 아침에 그녀는 남편과 어머니, 형제 자매, 조카들을 모두 잃었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 루카만 겨우 목숨을 건졌다.
멕시코는 카르텔이라고 하는 폭력조직이 정치와 경제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그들에게 반항했다가는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다. 그들에게 협조하는 것이 신상에 좋은 것이다. 하지만 리디아의 남편은 언론인으로서 그동안 카르텔과 관련된 살인과 범죄들의 진실을 알리는 기자였다. 이번에 그는 카르텔의 보스인 하비에르에 대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녀는 일가 친지를 잃고 그녀의 아들과 함께 살인현장에서 살아남았다. 그녀는 자신과 아들의 목숨을 노리는 카르텔에게서 멀리 도망치기위해 미국으로 건너가는 여정에 오른다. 불법으로. 난민들과 함께 말이다.
멕시코에서는 카르텔의 눈을 피할 방법이 없다. 과일가게 종업원이 카르텔의 조직원일 수 있다. 학생이 조직원일 수 있고, 호텔리어가 조직원일 수 있다. 그녀는 루카를 살리기 위해서 멕시코를 떠나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다.
난민에 대해서, 그리고 미국으로 불법으로 입국하는 여정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뉴스에서 난민에 대한 기사는 그저 현장의 일부분 사진이거나 불특정 인물들의 단편적인 부분만 보여줄 뿐이다. 그들의 사연은 뉴스에서 들을 수 없다. 그들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들을 겪게 되는지, 어떻게 목숨을 잃게 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여정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모두들 목숨을 걸고 기차를 탄다. 화물기차를 말이다. 달리는 기차를 옆에서 뛰면서 잡아 타거나, 다리에서 뛰어내려 기차칸 옥상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다가 목숨을 잃는 일도 부지기수다. 과연 그녀는 루카를 데리고 미국까지 잘 갈 수 있을까?
10살밖에 안 된 루카는 너무나 끔찍하고 충격적인 일들을 단 몇시간동안 겪었다. 아빠, 할머니, 사촌, 이모들이 모두 총격으로 사망한 일의 트라우마가 회복되지 않은 채 더 큰 일들을 감당해야 했다. 루카와 같은 나이의 아들을 둔 엄마로서, 난 리디아를 모른척 할 수 없었다. 그녀의 고민과 그녀가 받았던 정신적인 충격과 망연자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을 살려내기 위해, 지켜내기 위해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들도 마땅히 해야만 했던 것까지... 내가 그녀인지, 그녀가 나인지 분간이 알 될 정도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모두들 그녀처럼 했을 것이다. 내가 살자고가 아닌, 자신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리디아와 루카가 아무것도 모른 채, 난민들이 타는 기차에 오르면서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온 많은 난민들을 만난다. 카르텔의 조직원에게 찍힌 너무나 예쁜 솔레다드. 그녀는 그 남자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가 그녀의 동생, 레베카를 언급하자 솔레다드는 레베카를 살리기 위해서 난민이 되기로 결심하고 미국입국을 시도하게 된다. 그 둘이 몰래 도망을 가자, 그녀의 아버지는 그 조직원으로부터 보복성 폭행을 당하고 끝내 사망하게 된다. 홀로 난민이 된 10대 소년부터 미국에서 버젓한 직장을 가진 중산층의 평범한 엄마조차 이민자라는 이유로 십대의 두 딸을 홀로 집에 남겨둔 채, 그대로 미국에서 추방된 사람들까지.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법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가족들을 갈라놓고 있었다. 짐승보다도 더 심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 권력을 가진 이들은 그들의 인권을 무슨 권리로 짓밟고 있는 것인가....
굶어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자신의 신변에 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이책을 읽고 깨달았다. "안전"이라는 것이 이렇게 삶에 중대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나라, 치안이 좋은 나라에 사는 것이 복이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커가는 것이 정말 다행이구나를 느꼈다.
다른사람의 불행을 보고 다행을 느끼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수가 없다. 전쟁을 겪지 않음에 감사하고, 총성을 듣지 않는 곳에서 사는 것에 감사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세상을 살아감에 감사했다. 멕시코처럼 정치가 부패하지 않음에 감사하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가 아님에 감사했다.
책읽는 치어리더 <cheer_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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