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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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조울증, 번아웃증후군, 공항장애, 허언증, 화병, 강박증, 불안장애, 섭식장애, 외로움 등 한 번쯤 걸려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모든 일들이 잘되고 성공하는 삶을 살고 행복해질 줄 알았다.

 

 

 

돈을 더 많이 벌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나?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직장으로 이직을 해볼까? 빤한 월급쟁이 생활을 관두고 아예 창업을 할까? 요가나 필라테스를 시작하면 어떨까,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하나 다룰 줄 알면 내 일상이 좀 더 뿌듯히고 보람이 있을까? 어떻게 히면 지금처럼 쫓기지 않고, 좀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물었더니 아이러니하게도 좀 더 열심히, 부지런히 달려보라는 답이 돌아온다. -본문 78쪽

어린시절의 상처 때문에 부모님의 그릇된 양육방식 때문에 혹은 너무 내성적이거나 소심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아픈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이 곪아 썩어 너덜너덜해졌는데도 마음의 병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몸의 증상으로 나타났을 때 비로소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정이란 말 잘 듣는 하인이자 못돼먹은 주인이며, 다스리는 법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 생물학적 힘이다. 감정이 한껏 활개치도록 하되, 감정에 대한 조절의 끈을 놓지 말라. -크리스토프 앙드레, 본문 128쪽

감정은 소통의 기능을 있다. 나의 상태가 어떻다는 것을 다른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외침이다. 감정은 나쁘고 좋고가 없다. 화가 날때는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마주보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화가 난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되고 그 화의 근원을 알면 그 문제를 푸는 해결책이 보이기 마련이다. 감정은 전염된다.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과 있으면 즐겁지만 슬프거나 우울해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나 또한 우울하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바로 알아채고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온다. 하지만 마음의 병은 알아채리기도 힘들뿐더러 알았더라도 꼭꼭 숨기거나 아니면 모른척 마음구석에 내버려둔다.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억압하고 구속해버린다. 어떤것에 집착하지 않고 연연해 하지 않는 쿨함이 미덕이고 워너비의 표상이 되어버려 자신이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감정을 표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가족 중심의 집단문화이기에 개개인의 감정은 무시당하기 쉽다. 그래서 현대인들의 마음은 방치되고 방임되어 이렇게 병을 크게 만들어버렸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또는 아이를 키우면서 무기력, 우울, 번아웃증후군, 공항장애, 외로움 등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증상들이 왜 나타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과 해결책이 지금 마음이 병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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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 그리던 아버지가 되어 - 죽음을 앞둔 서른다섯 살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하타노 히로시 지음, 한성례 옮김 / 애플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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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그리던 아버지가 되었는데 암에 걸려 3년이라는 시한부를 판정 받았다. 이제 아들은 2살이 되었다. 아이는 아직 아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아기일 뿐이다. 이런 상황은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정말 가슴 찢어지는 일이다. 예전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되어>도 의사인 저자가 병에 걸려 아이가 태어나자마 얼마 안있어 세상을 떠났다. 그것이 미국판이라면 이 책은 일본판이다. 두 책을 함께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자신이 죽은 뒤 홀로 남을 아이를 위해 아빠가 세상을 살아보며 얻었던 삶의 지혜와 경험들을 토대로 세상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얼마나 섬세한 지 아이의 이름을 짓고 그 이름으로 생활하는 게 어떤지 직접 아빠의 이름을 아이의 이름으로 바꾸어서 생활해 보기도 한다. 편부모의 선입견으로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걱정이 되어 대처법을 남겨놓기도 하고 학교는 불합리한 곳이라고 조언한다. 경제적인 관념을 세워주려고 용돈 플러스 집안일을 도와주면 돈을 주는 계획도 세운다.

아이가 크면 백만엔의 목돈도 줄 계획이다. 아이가 이 돈으로 여행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젊음의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값진 경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남자들의 세계를 잘 아는 아빠의 조언은 옳은 것만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게 가르치고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하니 너도 그렇게 하라고 조언하지 않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항상 의문을 가지고 너도 하고 싶은 일들을 찾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마 더 많은 말들을 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만약 아이를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매일 매일 끊임없이 쓸 것이다. 하나라도 더 남기고 싶어서. 아이에게 이만큼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지금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부모들이 읽어 보면 좋을 것이다.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가 나를 키운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관심이 없었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몰랐던 것들을 깨닫게 된다. 가치관과 삶의 가치를 다시 세우고 아이를 위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런 하나하나의 과정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있다. 아빠들은 아마 더 공감하지 않을까싶다. 육아의 스킬보다는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삶의 지혜가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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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창의력을 죽이는가 - 표준화가 망친 학교교육을 다시 설계하라 학교혁명 2
켄 로빈슨.루 애로니카 지음, 최윤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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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학부모가 되면 자연스레 교육이 그리고 학교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의 문제는 오늘, 내일의 문제다 아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었나보다. 이 책은 미국의 학교교육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이제는 학교교육의 한계와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마치 한국사람이 쓴 거처럼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미국의 교육은 우리나라의 교육보다 창의적이고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바라보지 않는 창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기대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는데 미국의 교육도 그닥 혁신적이지 않음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과 비교하면 더 낫지만 말이다.

미국판의 책 이름은 <You, Your child, and school>이다. 저자가 쓴 의도와 목적에 딱 맞다. 이 책은 학부모가 된 당신이 대해, 그리고 당신의 아이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에는 학교에 대한 보고서이다. 먼저 학부모가 된, 이 책을 읽고 있는 학부모인 당신을 알아야하고 당신이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학부모인 자신을 알았으니 그 다음이 바로 당신의 아이에 대해 알 차례이다. 아이는 선천적으로 배우는 능력을 타고났다고 한다. 그렇기에 공부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거나 공부에 대한 압박을 넣기 보다는 아이가 차근히 자신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세상을 알아갈 수 있게 해주라고 당부한다. 


전 세계 39개 국가의 쌍둥이 1400만 쌍을 대상으로 1만 7000개 이상의 특징에대해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그 결과 유전자는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비율은 49퍼센트, 환경의 영향을 끼치는 비율은 51퍼센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문 85쪽


선천성과 후천성의 관계가 단지 2퍼센트 차이만 났다. 이것은 자녀교육에서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내 자녀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타고난 학습능력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배우고 성장한다. 그리고 비슷한 발달단계를 거친다. 오늘날의 문화에서는 부모가 모든 일상을 자녀에게 맞추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아이에게 맞추는 것들이 모두 외부적인 요소들, 즉 등하교를 시키고 숙제를 확인하고 친구들과의 약속 같은 것들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 아이가 지금 마음 상태가 어떠하며,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에 대한 것인데 그것들에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은 아이들이 학습하는 영역과 학습하는 방법 모두에서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내가 속한 세계를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야 한다. -본문 156쪽


저자가 말하는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함으로써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가는 한 개체로, 다른 사람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교육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사실을 알고 방법을 알고 상황을 아는 것의 세가지 형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학교에서 어떤 교사를 만나는 냐는 아이의 학교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아이를 너무 쉽게 수치로 평가하는 학교의 평가방법은 이제 더이상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제는 점점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단지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이들의 삶을 부모의 가치관과 관점으로 재단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형태는 공립학교, 사립학교, 대안학교, 홈스쿨링, 언스쿨링 등 다양하다. 비싼 사립학교라고 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홈스쿨링을 한다고 해서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이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잘아는 사람은 바로 그 아이의 부모이다. 부모가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언어와 수치를 잘하는 학문적인 공부에만 연연해 할 것이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문학, 과학, 수학, 사회 등등 감정과 지성이 발달을 이루어 자립할 수 있는 주체적인 아이로 키우는 것이 정말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학교를 입학할 나이가 되어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 하며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생각들이 어지럽고 다른 사람들의 말들에 혼란스러운 부모라면 학교에 대해서 아이에 대해서 부모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다룬 이 책이 입문서로 좋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이 책이 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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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2019-05-2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미래식당으로 오세요 - 식당의 한계를 넘어선 작은 정식집의 독특하고 합리적인 경영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해란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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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래식당"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로봇들이 음식을 만드는 미래의 식당일 거라 예상했다.

나의 예상은 완전히 깨졌다. 그리고 "미래식당 " 주인인 저자는 나의 상식을 완전히 깼다.

이공계 출신으로 엔지니어로서 6년간 회사에서 일하다가 점심메뉴 한가지만 있는, 좌석이 모두 12개인 작은 정식집을 연다. 미래식당의 정식메뉴는 매일 바뀌고 저녁에는 맞춤반찬을 제공한다. 50분을 가게일을 도와주면 한끼식사권을 준다. 이 한끼알바는 음식점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한다.

"누구든지 받아들이고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장소"를 경영 철학으로 매월 가계매출액을 공개하고 한 달에 한번은 가계매출액을 기부한다.

여기서는 음료는 팔지 않아 가져와서 먹을 수 있는데 대신 하나 더 가져와서 다른 손님과 나눠먹어야 한다.

미래식당의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모조리 타파한다. 어떻게 이런 효율적이고 기발한 시스템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저자는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상식에 대해 "왜 그래야만 하지?"를 꼭 생각한다고 한다. 토 달지 않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아무 생각없이 '쭉 그래왔으니까 이렇게 하는 거야'에 우리는 너무 길들여져 있다.

저자는 미래식당을 열기전에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노하우와 팁을 얻었고, 도서관에서 요리엫관한 책을 모조리 독파했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에 "이 글은 '당신의 보통을 맞추어 드리는' 미래식당을 창업할 때까지 쓰는 일기입니다."라고 하며 창업할 때까지 일기를 썼다. 창업할 때 필요한 준비과정을 상상하면서 글로 풀어냈으니 구체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들을 마치 이뤄낸 것처럼 상상하고 행동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시크릿의 내용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단지 요식업계 창업자를 위한 지침서만이 아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시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아주 예리하게 집어낸다.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아마도 디테일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정말 조그만 한거 하나까지도 메뉴얼을 만들어놓고 자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시스템으로 자신을 잘 세워놓았다. 굉장히 사소할 거 같지만 사실 엄청나게 중요한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사실 사소한 것에서 나오니까.

노력하는 모습을 감추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요. 라고 조언하면 많은 사람이 "맞아요. 저도 형태가 갖춰지면 보여주려고요."라고 대답한다. 완성하고 나서 과정을 공개하면 사람은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다. 현재 능력이 없는 상태는 다시 생각하면 굉장한 행운이다. -본문 67쪽

이 작은 책 한 권에 엑기스를 아주 잘 담아내었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쳐서 잘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저자는 잘 캐치해서 지혜롭게 해결한다. 또한 남에게 베풀면서 함께 공유하는 삶을 사는 저자의 철학이 깊이 다가온다.

중요한 일 외에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본문 47쪽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작업량이 아닌 시간을 목표로 설정한다. 정한 시간 동안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관건이다. -본문 55쪽

합리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저자여서 그런지 군더더기가 없다. 모든 내용이 깔끔하고 정확하고 간단명료하다. 그래서 주옥같은 말들이 이 작은 책 한 권에 다 들어있다. 저자의 말은 비단 창업자에게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지혜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유용할 것이다.

아참! 참고로 저자는 여성이다. 6살짜리와 이제 막 태어난 두아이의 엄마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응원의 메세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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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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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텔레비전에서 저자를 보았다. 푸근한 인상과 재치있는 말솜씨와 유머러스한 저자의 첫인상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그런데 클래식 듣는 것을 사랑하고 다독은 기본으로 하시고 독일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따고 독일 대학교 교수님이라는 반전에 좀 놀랬던 건 사실이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서는 산문이나 에세이 같은 감성적인 글과 그림들이 있을 거 같지만 전혀 예상을 뒤엎는다.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느낀, 또는 사회의 현상들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문화적으로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접근하여 풀어낸 글이다. 절대 속독으로 읽을 수 없었다. 정독으로 단어 하나, 하나까지 곱씹게 만들었다.

슈필라움(Spielraum)은 독일어에만 존재하는 단어로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이 말은 우리 말로 여유공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에 꼭 맞는 단어가 없기에 그 개념에 해당하는 현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인 문제는 이 슈필라움의 부재와 아주 깊은 관련이 있다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밝힌다.

그리고 저자는 이 슈필라움을 갖기 위해 여수로 내려온다.  여자만의 미역창고를 개조하여 자신의 화실, 서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다 놓고 자신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섬에 있기 때문에 배도 하나 구입하여 '오리가슴'이라고 명하고 자신이 그린 그림에 '오리가슴'이라고 낙관처럼 그려 넣는다.

'오리가슴'은 '오르가슴'의 한국식 표현입니다. 육체적 오르가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신적, 지적 오르가슴도 있는 겁니다.       -본문 258쪽

그의 글에는 이처럼 뼈있는 유모가 잔뜩 들어있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통쾌하게.

역사는 문화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지만 문화적인 접근으로 보는 관점은 흔치 않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라고 난리다.  하지만 그 단어와 개념을 전혀 의심해 보지 못했다. 저자는 산업혁명의 본질은 과학과 기술의 통합이라는 지식혁명이 있고 그것이 있었기에 산업혁명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의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낡은 개념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모두들 '인공지능'. '디지털 혁명'을 이야기한다. 앞으로 인간 삶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겁을 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감정'의 문화적 변동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 감정에 대해 도무지 아는 바도 없고 관심도 없다. 거참, 감정이야말로 삶의 본질인데.....          -본문 161쪽

저자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사람같다.  자주 욱하고 화도 낸다. 하지만 공공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에게, 얼굴 붉히지 않고 한 말은 촌철살인이었다.

여자를 외모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마 남자들의 본능인 가 보다. 이렇게 냉철하고 이성적이고 지성인인 저자는 여자들에 대해선 외모 지상주의적 관점을 아무 거리낌없이 드러낸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가 보는 이런 공개적인 인쇄물로 이름만 대면 전국민이 다아는 사람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아주 사적인 감정으로 거리낌없이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읽는 떄  좀 불편했다. 차라리 중국의 국가 주석 시진핑이 싫다고 말했던 것처럼  왜 싫은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꼬집어서 표현한다면 어느정도 납득이라도 가겠는데 말이다.

내 주위에는 자신의 '존귀와 위엄'을 지키느라 그 어떤 정서적 단서도 제시하지 않는 '시진핑식 표정'이 무척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본문 165쪽

심리학적으로 접근할 때 저자는 독일의 심리학자들을 많이 거론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영어권 나라에서 공부를 했거나 영문의 논문이나 연구를 많이 참조하기에  미국 심리학자들의 말을 많이 인용한다. 그런데 저자는 독일에서 공부했기에 독일 또는 유럽의 심리학을 거론해서 미국이 아닌 독일의 관점을 보는 것도 다양성의 관점으로 참 좋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도 역시 약하디 약한 인간인지라 이렇게 찌질하다라고 토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저자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정의하면서 지성인의 끝을 보여주는 가 하면, 다른 이의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하는 무개념의 사람들에게 일침을 통쾌하게 날려주는 핵사이기도 하다. 또한 남자들의 허세가 불러 일으키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유머러스하게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주기도 한다.

책의 글밥이 완전히 많지도, 책이 두껍지도 않지만 자꾸 멈춰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천천히 곱씹어 볼 책이다. 다음 책으로 저자의 다른책을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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