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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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리즈가 있다니 자랑스러워집니다. “거장의 사생아들”/도서제공 모티브에서 보내주셨습니다.

 

해외에서 손꼽히는 출판사들은 모두 그 출판사를 대표하는 시리즈가 있죠. 펭귄. DK. 여러분은 어떤 출판사가 떠오르세요? 저는 이 ‘세계문화전집 시리즈’도 그런 대표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화가의 매칭은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콘셉트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거든요.

 

“책의 ‘들어가며’가 왜 여기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엮은이의 사견이나 해설없이 거장들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시간을 의도했습니다.”

 

와. 책의 구조의 정형성조차 바꿔버리는 과감함이라니... 이 책이 그림과 고전문학이라는 어찌보면 어려운 소재들을 매칭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상징적입니다. 작가는 거장의 사생아들의 주인공인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를 거울과 창문에 빗대었습니다. 주로 내면을 투영한 소설을 그린 톨스토이와 자신만큼은 그리지 않았던 르누아르... 그리고 둘 다 사생아를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죠.

 

“악한-혹은 약한-면을 다 본 뒤에도, 여전히 마음속 한 개의 방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늦게 도착하는, 그러나 가장 오래 유지되는 사랑일지 모릅니다. 저는 이 책을 그 늦은 사랑에 이르려고 썼습니다.”

 

고전명화와 고전문학을 큐레이션한 책이지만 작가의 해석을 기대하며 보는 책이었다고 적어둡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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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와인 ㅣ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7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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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딸의 파국적인 운명 “고독의 와인”/도서제공 레모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똑바로 앉아. 입 닫고, 나를 봐! 입이 헤벌어지고 입술은 축 쳐진 이 꼴 보기 싫은 얼굴 좀 보라지. 점점 멍청해지는 것 같아! 조심해, 그러다 잔 엎겠어! 거봐, 내가 뭐랬어? 잔이 깨졌잖아... 그래, 또 우는구나, 울 때가 됐지.”

 

드라마로 따진다면 주말 드라마급입니다. 안타까운 한 여인의 일생을 담은 작품이면서, 이 엄마와 딸의 관계를 통해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금전적·사회적인 보호만을 우선하는 현대사회가 ‘예민하고 사회 부적응적인’ 아이들의 원인이겠구나 짚어볼 수도 있었습니다. 아동학대급인 정서적학대를 빼면. 주인공은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난 외동딸인데, HSP입니다. 상처가 두려워 회피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는 전형적인 타입입니다. 이런 타입은 자기 파괴적인 연애를 하는데, 여기서는 엄마가 그걸 부채질합니다. 그리고 딸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엄마의 애인을 빼앗습니다.

 

아버지 캐릭터도 K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 작품 출판사가 왜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아요. 돈을 벌고 외부 일을 하느라 가족과 정서적인 관계는 유지하지 못하는 가장. 느낌 오시죠? 결국 전쟁과 풍파를 통해 그렇게 쥐고 있으려고 했던 재산도 다 잃고 원하던 걸 모두 잃게 되죠.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적이면서 지금의 우리와 닿아있는데 이게 1935년 작품입니다. 왜 우리의 가족관계는 이때와 비교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을까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면 작품의 배경과 주인공의 성장서사가 같이 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에 속해 있지만 제대로 속해있지 못했던 주인공과, 나중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망명자로 떠도는 가족들. 딸에게 사랑대신 주어졌던 돈과, 그 돈을 박탈당하는 가족들. 딸 대신 애인을 사랑했던 어머니, 그 애인을 빼앗는 딸... 그런데 이 소설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제는 고독입니다.

 

“나는 삶이 두렵지 않아. 지금까지는 배움의 시기였을 뿐 이야. 너무나도 혹독했지만, 그 시간들이 내 용기와 자존심을 담금질했어. 이건 내 것이야.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의 재산. 나는 혼자이지만, 내 고독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황홀해.”

 

개인적으로는 내내 그 고리를 끊고 떠나라고 소리치면서 읽었다고 적어둡니다. 문장의 아름다움과 사건의 분노 사이를 오가는 단짠 스타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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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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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생각나는 건 저 뿐일지도?“소년”/도서제공 북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자전적 회고소설입니다. 사춘기의 소년이 동경과 동성애의 그 어디쯤에서 자신의 내면을 향해 침잠하는 이야기로, 인 메모리엄과 데미안의 세계관 가운데 이 소설이 있습니다.

 

“어른스러워지고 싶다는 제 말에 선배는 어째서 두렵다고 말씀하셨을까요. 그냥 자연스럽게 되는 건데요. 하지만 어른스러워질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버릴 수 있을까요.”

 

사랑과 경외가 공존하는 관계의 묘사가 그러하고, 청춘의 감정의 변화가 이 세 소설의 결을 하나로 잇고 있습니다. 소년이 남성 타인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것도 공통정입니다. 데미안에서 상징적으로 묘사되던 관계가 인 메모리엄에서 연애서사로 발전한다면 소년은 편지라는 문학으로 승화시킵니다. 그렇게 한때의 감정은 종결되죠.

 

청춘, 영혼이 가장 복잡하고 아름다울 시기에 학교라는 좁은 세상에 갇혀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험난한 성장기를 넘겨내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가진 결핍이 사랑으로 채워지게 된다는 구원서사로 마무리 됩니다.

 

‘언젠가 저를 만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그때 우리 두 사람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오묘한 선을 넘지 않고 문학적으로 마무리된 작품이라 좋았다고 적어둡니다. 역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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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조선사 - 500년 역사가 단숨에 읽히는 ㅣ 지식의 본질만을 압축하다, 초압축 시리즈
로빈의 역사 기록 지음, 유정호 옮김 / 믹스커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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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역사를 아카이빙한 “초압축 조선사” 도서제공 믹스커피에서 보내주셨습니다.

 

건국이후 외세의 공격이 끊이지 않던 나라는 책상놀음 정치질로 인해 피폐해진 민심을 다독이지 못하고 혼란을 거듭하다가, 서양문물의 유입이 시작되자 민중의 봉기를 시작으로 사회적변화가 일어나 결국 끝을 맺습니다. 한 권으로 압축된 책을 저는 세 줄로 압축해 보았습니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읽어 보고 있자니 지금의 나라꼴이 과거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과 명분에만 집중하고, 정작 세금내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거들떠보지 않는 것도 같고, 개개인의 능력으로 나라의 목숨을 이어가는 것도 그때와 같습니다. 만약에 조선에 이순신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때 세도 정치가 조금 더 앞서 무너졌더라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연습문제가 없는 책이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지는 책입니다. 전통이라고 주장하지만 조선에는 없었던 현재의 남녀차별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전통이요? 조선시대에는 그런 전통 없었는데요?

 

“조선 전기의 가족 제도는 고려 시대의 전통을 상당 부분 계승해 부계와 모계가 함께 중시되는 양계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남녀의 구별 없이 자녀에게 재산을 균분 상속했으며, 호적에는 아들과 딸 관계없이 태어난 순서대로 기재했습니다. 재산 상속이 균등하게 이뤄진 만큼 제사 역시 자녀들이 돌아가며 담당했고, 아들이 없는 경우 양자를 들이지 않고 딸이 제사를 지내거나 외손자가 제사를 모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추석등의 명절에 시댁에 먼저 가는 건 전통이 아닙니다. 며느리는 누군가의 딸이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면 그게 먼저니까요. 재산 상속이나, 호적도 전통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과 다릅니다. 이 책 아니었으면 그냥 모르고 조선시대가 문제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누구? 조선시대에는 없었던 것을 만들어내며 남녀차별하시는 분들이 문제인거죠.

 

조선이 멸망으로 향해가는 흐름을 보고 있으면 지금과 겹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젊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실용적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조선은 끝이 납니다. 조선후기 서민 문화의 발달은 조선의 마침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한국역사의 마지막 문장이 쓰이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좀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에서 배우지 못한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은 이런 책을 읽으라는 말인 것 같고요.

 

해석은 독자에게 맡기는 스타일의 책입니다. 그러니 읽고 직접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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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에세이 - 고대철학에서 현대 심리학까지, 인간의 마음을 탐구한 2500년의 여정
문심춘 지음 / 그루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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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향한 여정 “심리학 에세이”/도서제공 그루칸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에세이가 제목에 들어있지만 일반인을 위한 심리학 입문서에 가깝습니다. 나 자신을 돌보는 방법으로 심리학 공부를 선택할까? 고민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은 정도로 용어가 좀 사용되는 편이지만 내용은 가벼운 편이라고 적어둡니다.

 

“감정을 억누르면 사라지지 않는다. 압축되어 더 강하게 돌아온다. 충분히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지나간다.”

 

“융 심리학에서 꿈은 자아가 자기와 대화하는 통로다. 억압된 것이 아니라 아직 의식화되지 않은 것,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 꿈을 통해 나타난다.”

 

“그가 발견한 것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전 세계 어디서든 같은 상황에서 같은 표정을 짓는다는 것, 슬픔, 기쁨, 공포, 분노, 혐오, 놀람. 아프리카의 어린아이도, 유럽의 어른도, 아마존의 원주민도 같은 감정을 같은 얼굴로 표현했다.”

 

“마지막 질문이다. 감정적으로 상처받은 것이 나을 수 있는가. 심리학의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완전히는 아닐 수 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철학에서 심리학까지의 심리학의 발전여정을 담은 책으로 제가 보는 핵심은 4부입니다. 책 속에서 발전의 여정을 통해 개인의 마음에 도달한 심리학은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열쇠인 “관계”를 발견합니다. 안전한 관계가 주는 옥시토신, 따뜻한 존재가 주는 신경계안정의 효과. 우리는 혼자서 행복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치유의 과정을 통해 발견하는 심리학의 여정이 흥미로운 책입니다.

 

살아있는 타인과의 만남이 뇌를 만들고 대체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AI시대 외로워도 화나도 AI와 해결하는 우리의 일상이 괜찮은지 고민하게 되었고요. 단절과 손절이 아닌 좋은 고독이 필요한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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