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와인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7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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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딸의 파국적인 운명 고독의 와인”/도서제공 레모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똑바로 앉아. 입 닫고, 나를 봐! 입이 헤벌어지고 입술은 축 쳐진 이 꼴 보기 싫은 얼굴 좀 보라지. 점점 멍청해지는 것 같아! 조심해, 그러다 잔 엎겠어! 거봐, 내가 뭐랬어? 잔이 깨졌잖아... 그래, 또 우는구나, 울 때가 됐지.”

 

드라마로 따진다면 주말 드라마급입니다. 안타까운 한 여인의 일생을 담은 작품이면서, 이 엄마와 딸의 관계를 통해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금전적·사회적인 보호만을 우선하는 현대사회가 예민하고 사회 부적응적인아이들의 원인이겠구나 짚어볼 수도 있었습니다. 아동학대급인 정서적학대를 빼면. 주인공은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난 외동딸인데, HSP입니다. 상처가 두려워 회피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는 전형적인 타입입니다. 이런 타입은 자기 파괴적인 연애를 하는데, 여기서는 엄마가 그걸 부채질합니다. 그리고 딸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엄마의 애인을 빼앗습니다.

 

아버지 캐릭터도 K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 작품 출판사가 왜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아요. 돈을 벌고 외부 일을 하느라 가족과 정서적인 관계는 유지하지 못하는 가장. 느낌 오시죠? 결국 전쟁과 풍파를 통해 그렇게 쥐고 있으려고 했던 재산도 다 잃고 원하던 걸 모두 잃게 되죠.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적이면서 지금의 우리와 닿아있는데 이게 1935년 작품입니다. 왜 우리의 가족관계는 이때와 비교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을까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면 작품의 배경과 주인공의 성장서사가 같이 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에 속해 있지만 제대로 속해있지 못했던 주인공과, 나중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망명자로 떠도는 가족들. 딸에게 사랑대신 주어졌던 돈과, 그 돈을 박탈당하는 가족들. 딸 대신 애인을 사랑했던 어머니, 그 애인을 빼앗는 딸... 그런데 이 소설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제는 고독입니다.

 

나는 삶이 두렵지 않아. 지금까지는 배움의 시기였을 뿐 이야. 너무나도 혹독했지만, 그 시간들이 내 용기와 자존심을 담금질했어. 이건 내 것이야.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의 재산. 나는 혼자이지만, 내 고독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황홀해.”

 

개인적으로는 내내 그 고리를 끊고 떠나라고 소리치면서 읽었다고 적어둡니다. 문장의 아름다움과 사건의 분노 사이를 오가는 단짠 스타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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