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ㅣ 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반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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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가. “내가 죽였다.”/도서제공 반타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정해연월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김무일시리즈의 시작입니다. 넓은 범위의 “죄”를 다루는 작품으로 과연 죽음의 책임은 어디까지 있느냐를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캐릭터 세팅 자체가 독특해서 이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이야기가 되는 거지? 라는 의문을 가지고 따라가게 됩니다. 정해연작가의 특징인 뒤통수 때리는 반전보다는 철학적 해석 쪽이 재미있는 작품이라 팬 층에서는 웰메이드로 손꼽히는 작품! 다시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또다시 잠깐 잊고 있었다. 개업 변호사는 의뢰를 수락하는 사람이 아니다. 수락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의뢰인이 찾아오면 대국민 오디션이라도 보는 것처럼 자신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무일은 큰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주십시오.”’

 

“우린 아무것도 해결한 게 없어.

응. 아무것도 해결한 건 없이 죽을 뻔했지.”

 

이 작품의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는 현실적인 엔딩입니다. 정권이 바뀌고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블록버스터급 블랙코미디”는 오늘도 벌어지고 있고요. 그래서 이소설이 재밌지만 그래서 답답한 엔딩이었다고 적어둡니다. 얼른 “내가 죽이지 않았다”를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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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롱이 이야기 - 아직 그리고 있습니다, 그 병아리
김진솔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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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나를 품어주는 따뜻함을 그린 인스타툰과 비하인드를 담은 책 “뾰롱이 이야기”/도서제공 모티브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사랑을 형태로 그린다면 무엇으로 그릴 수 있을까. 둥글둥글하고 포근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안아주는 뾰롱이 덕분에 외로웠던 날에도 내가 무가치하다고 느꼈던 날에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다음날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찐 독자로 보던 그 노란 병아리를 책으로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사람을 그릴 수 없어서 대안으로 선택했던 병아리, 오백 원짜리 병아리가 남긴 흔적을 십 수 년이나 담고 그려낸 작품이었다니! 그저 따뜻해서, 귀여워서 보았던 그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적어둡니다.

 

“마냥 좋은 댓글만 달릴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막상 받아보니 불편한 감정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처음 받아 본 그 악플스러운 댓글에 ‘좋아요’가 400개 넘게 찍히는 현상을 보았다. 수천 개의 칭찬보다 단 하나의 뾰족한 화살이 마음에 더 깊이 박히는 법이다. 그날 나는 모니터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대중의 관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달콤하고도 따가운 것인지 온몸으로 실감해야 했다.”

 

10만 팔로워 계정을 해킹당한 사연, 새로 시작한 인스타에서 움직이지 않는 숫자가 늪처럼 느껴지던 때 이야기, 대학자퇴, 수많은 실패의 사연들이 뾰롱이를 크고 다정한 존재로 성장하게 한 게 아닐까요. 이 책은 한 사람이 실패를 걸어오며 차근차근 다져온 인생의 기록입니다.

 

우울증 약봉투를 책 밑에 숨기며, 작고 고독한 희망을 그려낸 뾰롱이는 많은 사람들의 아픈 날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뾰롱이와 친구가 꼭 붙어 안아주는 모습들이 마음에 닿았던 것은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어서였구나 알 수 있었고요. 이 깊고, 따뜻하고 노란병아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기원하며 책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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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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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이런 시리즈가 있다니 자랑스러워집니다. “거장의 사생아들”/도서제공 모티브에서 보내주셨습니다.

 

해외에서 손꼽히는 출판사들은 모두 그 출판사를 대표하는 시리즈가 있죠. 펭귄. DK. 여러분은 어떤 출판사가 떠오르세요? 저는 이 ‘세계문화전집 시리즈’도 그런 대표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화가의 매칭은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콘셉트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거든요.

 

“책의 ‘들어가며’가 왜 여기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엮은이의 사견이나 해설없이 거장들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 시간을 의도했습니다.”

 

와. 책의 구조의 정형성조차 바꿔버리는 과감함이라니... 이 책이 그림과 고전문학이라는 어찌보면 어려운 소재들을 매칭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상징적입니다. 작가는 거장의 사생아들의 주인공인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를 거울과 창문에 빗대었습니다. 주로 내면을 투영한 소설을 그린 톨스토이와 자신만큼은 그리지 않았던 르누아르... 그리고 둘 다 사생아를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죠.

 

“악한-혹은 약한-면을 다 본 뒤에도, 여전히 마음속 한 개의 방을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늦게 도착하는, 그러나 가장 오래 유지되는 사랑일지 모릅니다. 저는 이 책을 그 늦은 사랑에 이르려고 썼습니다.”

 

고전명화와 고전문학을 큐레이션한 책이지만 작가의 해석을 기대하며 보는 책이었다고 적어둡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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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와인 ㅣ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7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하진화 옮김 / 레모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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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딸의 파국적인 운명 “고독의 와인”/도서제공 레모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똑바로 앉아. 입 닫고, 나를 봐! 입이 헤벌어지고 입술은 축 쳐진 이 꼴 보기 싫은 얼굴 좀 보라지. 점점 멍청해지는 것 같아! 조심해, 그러다 잔 엎겠어! 거봐, 내가 뭐랬어? 잔이 깨졌잖아... 그래, 또 우는구나, 울 때가 됐지.”

 

드라마로 따진다면 주말 드라마급입니다. 안타까운 한 여인의 일생을 담은 작품이면서, 이 엄마와 딸의 관계를 통해 정서적으로 고립되고, 금전적·사회적인 보호만을 우선하는 현대사회가 ‘예민하고 사회 부적응적인’ 아이들의 원인이겠구나 짚어볼 수도 있었습니다. 아동학대급인 정서적학대를 빼면. 주인공은 부잣집에서 곱게 자라난 외동딸인데, HSP입니다. 상처가 두려워 회피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는 전형적인 타입입니다. 이런 타입은 자기 파괴적인 연애를 하는데, 여기서는 엄마가 그걸 부채질합니다. 그리고 딸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엄마의 애인을 빼앗습니다.

 

아버지 캐릭터도 K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 작품 출판사가 왜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아요. 돈을 벌고 외부 일을 하느라 가족과 정서적인 관계는 유지하지 못하는 가장. 느낌 오시죠? 결국 전쟁과 풍파를 통해 그렇게 쥐고 있으려고 했던 재산도 다 잃고 원하던 걸 모두 잃게 되죠.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적이면서 지금의 우리와 닿아있는데 이게 1935년 작품입니다. 왜 우리의 가족관계는 이때와 비교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을까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면 작품의 배경과 주인공의 성장서사가 같이 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족에 속해 있지만 제대로 속해있지 못했던 주인공과, 나중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망명자로 떠도는 가족들. 딸에게 사랑대신 주어졌던 돈과, 그 돈을 박탈당하는 가족들. 딸 대신 애인을 사랑했던 어머니, 그 애인을 빼앗는 딸... 그런데 이 소설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제는 고독입니다.

 

“나는 삶이 두렵지 않아. 지금까지는 배움의 시기였을 뿐 이야. 너무나도 혹독했지만, 그 시간들이 내 용기와 자존심을 담금질했어. 이건 내 것이야.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의 재산. 나는 혼자이지만, 내 고독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황홀해.”

 

개인적으로는 내내 그 고리를 끊고 떠나라고 소리치면서 읽었다고 적어둡니다. 문장의 아름다움과 사건의 분노 사이를 오가는 단짠 스타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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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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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생각나는 건 저 뿐일지도?“소년”/도서제공 북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자전적 회고소설입니다. 사춘기의 소년이 동경과 동성애의 그 어디쯤에서 자신의 내면을 향해 침잠하는 이야기로, 인 메모리엄과 데미안의 세계관 가운데 이 소설이 있습니다.

 

“어른스러워지고 싶다는 제 말에 선배는 어째서 두렵다고 말씀하셨을까요. 그냥 자연스럽게 되는 건데요. 하지만 어른스러워질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버릴 수 있을까요.”

 

사랑과 경외가 공존하는 관계의 묘사가 그러하고, 청춘의 감정의 변화가 이 세 소설의 결을 하나로 잇고 있습니다. 소년이 남성 타인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것도 공통정입니다. 데미안에서 상징적으로 묘사되던 관계가 인 메모리엄에서 연애서사로 발전한다면 소년은 편지라는 문학으로 승화시킵니다. 그렇게 한때의 감정은 종결되죠.

 

청춘, 영혼이 가장 복잡하고 아름다울 시기에 학교라는 좁은 세상에 갇혀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험난한 성장기를 넘겨내는 소년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가진 결핍이 사랑으로 채워지게 된다는 구원서사로 마무리 됩니다.

 

‘언젠가 저를 만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그때 우리 두 사람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오묘한 선을 넘지 않고 문학적으로 마무리된 작품이라 좋았다고 적어둡니다. 역시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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