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의 아이 : 상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더픽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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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의 바닥에 남아있는 좋은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합니다. “몽환의 아이”/도서제공 더 픽션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메디컬설정은 배경일 뿐, 꿈을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스포일러라 엔딩을 제외하면 꿈에 빠져 돌아오지 않는 환자의 의식에 ‘의사’인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꿈으로 진입하고 영혼을 건져오는 ‘의식(리추얼)’을 진행하는 것이 전반부의 주요내용입니다. 여기서 영혼을 상징하는 ‘쿠쿠루’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엔딩까지 보고나면 용서와 치유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라고 적어둡니다.

 

“괜찮아. 이 소년 X는 진짜가 아니야. 네 공포심이 만들어낸 허상이야.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거잖아. 소년 X는 이제 너를 다치게 할 수 없어. 네가 강해졌으니까. 그러니까 놈을 이겨야지. 놈을 없애버려!”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기도 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주제는 가해자에게 주어지는 ‘용서’라는 개념일 수도 있고 살면서 축적한 ‘사랑’의 기억이 얼마나 힘이 세고 좋은 것인가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엔딩만 보면 성장물이자 셀프구원물이고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딱 좋은 소설입니다. 쿠쿠루를 인형으로 가지고 싶습니다. 표지가 매우 철학적인데 쿠쿠루와 귀여운 단발머리 어린 의사님으로 일미스타일이었어도 좋았겠다 싶습니다.

 

“자. 그럼 오늘도 같이 모험을 떠나볼까?”

 

철학적이고 분량도 꽤 되지만 설정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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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ㅣ 머묾 세계문학 자아 3부작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해영 옮김 / 머묾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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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지아 울프의 상상력에 박수를 논리 따위 버리고 뇌 빼고 읽으시죠. “올랜도”/도서제공 머묾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시간선이 혼재되어있는 소설입니다. 장르도 섞여있습니다. 귀족이 나오는 중세판타지인데 요즘 SF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성’에 갇힌 시대를 살았던 버지니아 울프가 사회가 여성을 다루는 방식을 비판하여 그것이 잘못된 기준이라고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정절은 여성들의 보석이고 중심적인 장식물이며, 그래서 그들은 필사적으로 그것을 지켜내려 하고, 빼앗길 경우 죽음도 불사한다. 그러나 30년 넘게 남자로 살아왔고 게다가 대사까지 지낸 여자라면 아마 그런 일로 그렇게까지 움찔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정말 소문대로 여왕을 품에도 안아보았고, 여왕보다는 신분이 낮은 귀족 여인 두어 명도 안아보았으며, 로시나 페피타라는 여자와 결혼까지 한 경험이 있는 여자라면 말이다.”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그녀는 일어나서 창가로 가며 생각했다. ‘집도, 정원도 옛날 그대로야. 의자 하나 옮기지 않았고, 자질구레한 장신구 하나 팔지 않았어. 똑같은 산책로, 똑같은 잔디밭, 똑같은 나무들, 똑같은 웅덩이,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그 안에는 똑같은 잉어가 있어. 물론 지금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니라 빅토리아 여왕이 왕좌에 있지만 무슨 차이가 있겠어...”

 

사랑을 받는 소년에서, 사랑을 하는 할 줄 아는 남성으로, 다시 상처받은 예술가에서 사랑받는 남성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성이 되어 남성으로 이룬 모든 것을 빼앗기고 결혼을 하고 평생 쓰던 시를 완성 한 후 아들을 낳고 나서야 수백 년 동안 이루고 싶었던 시집 출간을 해내고 모든 자아가 통합되는 경험을 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입니다. 남장과 여장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부터가 TS물인데 이걸 그 시대에 쓰셨다니... 놀랍습니다. 게다가 성별이 혼란스러운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한명이 아닙니다? 이 장르의 특징이 성별변화를 통해 내적자아와 사회적 위치등을 표현하는 건데 원조가 여기 있었네요. 전개가 굉장히 혼란스러워서 처음 읽으시는 분들은 메모지가 필수인 작품인데 그 귀찮음을 뛰어넘을 정도로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주인공이 시를 쓰는 사람으로 설정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닌가 싶고요.

 

“그는 항상 쥐 죽은 듯 고요한 순간에 왔다. 파도가 잔물결을 일으키고, 가을 숲속에서 얼룩얼룩한 나뭇잎이 그녀의 발 위로 천천히 떨어질 때. 표범이 미동도 하지 않고, 달빛이 물 위에 비치고, 하늘과 바다 사이에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을 때. 그럴 때 그가 왔다.”

 

가독성이 좋은 편이고 두께에 비해 빨리 읽힙니다. 표지에 남성귀족의 의상과 여성귀족의 의상이 놓여있는 것도 상징적이어서 좋았고요. 고전문학에서 환상적인 신기루를 맛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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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의 힘 - 단 한 줄을 쓰더라도 우아하게
사라 카우프먼 지음, 박혜원 옮김 / 서스테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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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말고 보여주기, 작가님들! 작법서로 들여가시죠. “동사의 힘”/도서제공 서스테인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명료함과 아름다움, 작가가 추구하는 두 가지 정점이다.”

 

한 문장으로 저를 감동시킨 책입니다. 책을 반만 읽고도 놀라서 벗들이 있는 단톡방에 한 권 씩들 사라고 추천했을 정도니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저를 믿고 읽어보세요. 각 챕터 마지막에 실린 동사연습이 정말 최곱니다. 아름다운 문장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말고‘정확한 동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건 처음이었는데 단순할수록 문장은 힘을 얻고 세상을 움직인다는 걸 느끼시게 됩니다. 최근 기업의 공고문들을 보면서 느낀 미묘한 느낌이 이거였어요. 장황하고, 반복적이고, 수사적이고? 그 원인은 동사에 있었습니다.

 

“수동태는 행위자를 경시하고 핵심 정보를 주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공직자들이 ‘실수가 벌어졌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런, 오류가 생겼네. 그래도 나는 무슨 말이라도 했으니까 문제 될 건 없지. 내 잘못은 아니라고!’ 참으로 유구한 수법이다.”

 

능동태와 수동태. 수동태가 왜 정치적인지 조목조목 설명하는 작가의 문장에서 분노가 느껴지죠? 공공기관의 젠체하는 태도의 문서들이 왜 이해하기 힘들게 배배꼬였나를 설명하는 내용을 읽으면 쾌감까지 느껴집니다. 이게 확실히 보이는 문장의 힘이죠. :)

 

“은유와 직유를 잘 활용한다면 주변에 산재한 모든 감정과 드라마를 강화할 수 있다. 독자는 바다가 끓어오르거나 산이 고통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은유적인 동사는 풍경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탁 트인 전망, 비좁은 협곡, 도시의 골목길, 어두운 실내. 이런 곳에서 작가는 자신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다.”

 

“동사는 소통을 지배한다.”

 

책상에 두고 글이 막힐 때마다 찾아보면 좋은 책이라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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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 최신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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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의 0번 소년의 여정 같은 이야기 “연금술사”/도서제공 북다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오랜만에 제 오래된 즐거움 중 하나였던 책을 다시 읽었습니다.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표지의 색이 바래버린 옛 책을 새 표지로 만나서 즐거웠고, 0번 소년처럼 계속해서 가진 것을 잃으면서도 처음의 목적을 잊지 않고 나아가는 산티아고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배우는 거야. 저 사람의 방식과 내 방식이 같을 순 없어. 하지만 우리 둘 다 자기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길이고, 그것이 내가 저 사람을 존경하는 이유지.’

 

“해 드린 것도 별로 없는데 너무 과분한 것을 주시는구려.”수도승이 말했다.

“다시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시오. 하늘이 그 말을 들으면 다음에는 당신 몫이 적어질 테니.” 연금술사는 이렇게 말한 뒤 산티아고 쪽으로 몸을 돌렸다.

 

결과가 아니라 삶의 여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 삶, 그 끝에 가서야 무엇이 중요한지 알게 된다는 메시지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꿈을 향해 걸어가도록 응원해 주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허무했고,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기다려요, 파티마. 곧 그대에게 달려가겠소.”

 

다 자라고 배우고 이해하게 되어 진짜 어른남자가 된 청년은 사랑하는 여인에게로 갈 것이고 우리는 지금 각자의 자리를 새로운 여정의 시작으로 삼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원한다면 세상이 우리를 위해 움직인다는 걸 알게 해주는 소설이거든요. 꿈꾸던 내가 되길 원한다면, 우리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게 산티아고가 여정을 통해 제가 깨달은 비밀이랍니다. 간절한 소원이 있으시다면 연금술사의 마법과 함께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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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엮음, 야니스 스테파니데스 그림, 김세희 옮김, 호메로스 원작 / 파랑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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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자들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오디세이아”/도서제공 파랑새에서 보내주셨습니다.

 

24권 완역판을 읽기 전에 입문서로 좋은 책입니다. 문장이 쉬운 편이라 청소년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삽화가 아주 예쁩니다. 끝내 길을 찾아낸 특별한 영웅의 일대기의 웅장함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현존하는 오디세이아의 편역본 중 중 가장 신화답다는 평가를 받았던 책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분이 상을 받으시기도 했고 점토판이나 벽화에 그려진 것 같은 그림체라 오디세이아와 딱 입니다. 전체 줄거리에서 드라마틱한 부분을 편집해서 그림과 함께 구성한 버전이라 영화적인 느낌도 충분합니다.

 

“그들이 다른 사람의 집에 몰락을 가져온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용기가 있다면, 모두 나를 모욕할 수 있겠지.”

 

문장이 자연스럽습니다. 원전은 서사시 형태라 시적인 리듬이 진입장벽이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아주 잘 읽힙니다. 호메로스의 문체를 살린 버전은 현대인이 읽기엔 좀 어려운 편이라고 느꼈는데 이 버전 읽고 원전버전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승리는 다시 오디세우스 것이었다. 만약 제우스와 아테나가 막지 않았다면 그는 그들을 모두 죽였을 것이다.”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보기 전에 처음 접해본다면? 좀 쉬운 판본인 이 책을 추천드린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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