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노한동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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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나라를 위해서야! 영화에서 많이 듣던 빌런의 대사죠?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도서제공 사이드웨이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나라는 괜찮지가 않구나”를 알게 됩니다. 토론과 리더쉽을 배우지 못하고 자란 사람들은 다면평가도 편 가르기로 이용하고, 실적주의는 희생양을 낳습니다. 서구의 좋은 제도들은 자리 잡기 위해 사람도 함께 변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가 매우 짧다는 데서 시작합니다. 


주피터 VS 헤라클레스 


왕정에서 식민지 다시 민주주의로 건너뛴 우리나라는 리더 집단이 나라를 경영하는 주피터식에서 전체 국민의 의견을 취합하는 헤라클레스형으로 말 그대로 건너뛰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피터식과 헤라클레스식을 구분하지 않고 정권이 바뀌거나, 혹은 여론대로 실험하다 보니 아직도 정부조직의 체계는 혼돈 그 자체. 덕분에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는 말은 만병통치약에 가깝습니다. 책임소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대책을 세울 사람도,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발언도 불가능한 겁니다. 


권한과 의무의 불일치


핵심은 받는 만큼 일하고 책임지는 겁니다. 권한은 정치권에, 의무는 공무원이 지고 있으니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각 제도에 따른 환경이나 법률은 모른 채, 다른 나라의 제도들을 패치워크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공은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는 회사에서 일한다면 최대한 책임지지 않고 덜 일하려고 할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나라 정부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으니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죠.  


“파도처럼 성난 여론이 무서워 아무런 방향성 없이 상황을 방치하는 무능한 리더십은 공무원을 좌절하게 만들고, 결국 정부의 역량마저 마비시킨다.”


“진짜 문제는, 연공서열을 타파한 결과 공직사회의 전체적인 상과와 일에 대한 열의가 오히려 낮아진다는 점이다.”


“공직사회는 대부분의 공무원을 낙오 없이 끌고 가려는 온정주의와 개인보단 조직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다. 부정적인 면도 존재하지만, 어쨌든 이와 같은 정서는 공직사회의 하방을 지지한다.”


“우리 사회는 책의 비문을 쓰고 있다”는 챕터에서는 책의 위기가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독자가 원하고 관심있는 책을 제때에 충분히 내고 있지 못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죠. 저는 이 말에 동의합니다. 절대다수의 숫자를 차지하는 독립출판과 1인 출판사 편집자는 “내가 내고 싶은 책”을 내는 중이거든요. 장경명 작가님과 황석영작가님도 한국문학 스스로가 현실과 너무 멀어졌다거나, 대중이 처한 현실 대신 작가의 사생활만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그쳐 생긴 문제라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책을 읽고 내린 결론은 명쾌한 답이라는 건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 정답이라는 근사치를 향해 가기 위해 토론하고 노력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나라를 위한다”는 말은 거짓말일 수도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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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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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역을 휩쓴 코로나는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죠. “그해 봄의 불확실성” 열린 책들이 보내주셨습니다.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처럼 전 인류에게 영향을 준 사건들은 문학작품에 남아있습니다. 코로나도 같습니다. 전쟁과는 또 다른 양상을 가졌던 코로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개인을 “고립”시키고 세상과 “단절”되는 경험을 치르게 했습니다. 보통사람들에게도, 작가들에게도 이 체험은 영구히 남은 흉터가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살아남기 위해 고립과 단절을 택했던 그 시기의 가늠할 수 없는 무형의 분위기를 실체화한 소설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혼돈스럽고, 누군가의 트라우마로 가득 찬 머릿속 같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을 써야지”


소설의 끝의 끝으로 가서야 이 소설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수많은 장치는 코로나라는 시기에 우리에게 있었던 그 다양하고도 개인적인 사건들, 그러나 모두가 겪었던 인간이라는 군집에게 내려진 형벌 같았던 시기의 모자이크입니다. “소설로 위장한 기록물”인거죠. 주인공이 소설가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고요. 원제가 “약한 것” 정도로 해석되기 때문에 유행병에 죽어 나간 인간을 뜻하는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두려움은 사람들을 어린애로 만든다.”


작가님이 코로나에 걸려 고열에 들떠 받아쓰기하신 내용을 넣으셨나 할 정도로 혼돈 그 자체인 구간도 있지만 이 책의 재미는 주인공이 책을 많이 읽은 책덕후라는 점입니다. 작가님의 덕후력을 확인하게 하는 다양한 작가들과 대사와 작품들의 향연! 이게 이 책의 즐거움이고요. 언급된 책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는 거!


저는 이 소설을 :“코로나 때 아파트가 통째로 고립된 상황을 겪은 작가의 생생한 일기”정도로 기억해두려고 합니다. 


“내 삶도 다른 모든 사람들의 삶과 마찬가지로 지나간다.”


휴우. 


“매우 불완전한 글이 될 것이다.” 


네네 괜찮습니다. 불완전해서 더 생각의 여지가 많았던 소설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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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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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할 수 있는 모든 물성을 동원해 나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안규철 작가의 신작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도서제공 @hdmhbook 현대문학에서 보내주셨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검정이 있고, 차갑고 딱딱한 검정이 있다.”


작가는 장르와 상관없이 “관찰자”시각에서 시작한다. 보고 느낀 것을 쓰는 사람, 그리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안규철 작가의 세 번째 이야기는 사물에서 시작해 사유로 움직인다. 우리는 그림을 가장 먼저 보지만 -뇌과학상- 사물의 전후를 보고 글로 완성하는 것이 이 작가의 특별한 작법.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에서는 시간의 진행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에 닿았다. 신호를 듣지 않고 마음대로 써서 이제 값을 받아내려는 육체 “이명” 쌓아둔 채로 멈춰있는 책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속의 길” 교수를 거쳐 다시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을 그린 자신만의 그림을 꺼내놓기 시작한 그는 소박한 것들을 살펴보며 기록한 것들을 그림과 함께 이 책에 담았다. 


“잡초의 진심”을 읽으면서는 나는 치열했나를 생각하게 되고 “인연”은 만남의 빛나는 순간으로 의미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이제는 만나지 않는 사람들의 시간이 지워졌다가 살아난다. 


표지의 그림은 싱크홀이라는 2022년 작품인데 “원목마루”와 함께 실려있다. 가짜를 들여다보며 그 정교함과 진짜를 향한 욕망의 이야기를 작가와 함께 하다 보면 세상은 사유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림자를 말하는 사람은 “그대도 말하라”는 시에서 시작되었다. “나의 젊은 날은 남들처럼 예와 아니오를 가르느라 다 지나가 버렸다.” “이제라도 내가 시인의 말을 실천해 볼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을까.” 아직 깨어있는 작가의 고뇌는 끝이 없다. 그래서 그는 그림과 글로 오늘도 말을 걸어온다. 


아름답습니다. 느릿하게 읽게 되어 평화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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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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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을 가장 잘 안다는 건 환상이죠. 거짓에 가깝습니다.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소설 /도서제공 모로에서 보내주셨습니다. 


- 형사시리즈의 첫편.

- 남은 가족들의 고통과 지옥


직접적인 살인을 한 사람과 살인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 서로 다른 범죄는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요? 세대를 건너뛰어 혼돈으로 완성된 이야기는 동기를 수사의 기본으로 삼는 추리물에 의문을 던집니다. 이래도 맞출 수 있을까? 라고 질문하는 거죠. 


이 소설은 끝나지 않는 지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살인사건의 피해자, 강간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모두가 질문에 정신을 갉아 먹힌 채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정확한 가해자마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들은 모두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될까요? 문제는 이런 상황은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질문은 해답을 찾지 못합니다. 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살아있지 않기 때문이죠. 가족들의 사랑은 광기만 남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또 다른 피해자의 가족. 망상과 추리의 어느 지점쯤 아들이 실종된 할머니에게도 지옥이 시작됩니다. 며느리를 의심하고, 쓰레기통에선 살해 도구로 느껴지는 천조각이 발견되죠.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형사 중 하나는 또 다른 지옥의 주민입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유를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알고 싶은 겁니다.”


어머니가 살해되고 알려진 범인을 인정할 수 없었던 그는 형사가 되어 끝없이 그 답을 찾아 헤매죠. 그가 순간 기억을 가진 능력자라는 것은 약간의 장치일 뿐입니다. 그는 그저 고통속에 살아가는 피해자의 가족이거든요. 


“그가 죽어야 했던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모르는 가족에 의해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어떤 피해자는 “눈을 감고 어둠 속에서 지내는 것”을 선택합니다. 밝혀지지 않아서 좋은 것도 있죠.


추리물의 원칙을 따르면서도 정통적인 주인공은 피해자나 가해자를 빗겨나 그 가족들이 중심이어서 새로운 시도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고 적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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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귤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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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가 손쉽게 해결되길 바라는 우리에게 뼈 때리는 이야기가 찾아옵니다. “가짜 가족” /도서제공 우리학교에서 보내주셨습니다.


요즘 성인 문학에는 이런 점이 부족하죠. 확실한 선악 구조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교훈적인 소설. 그 어려운 걸 찾으신다면 아직 청소년소설에는 있습니다. 특히 가짜 가족은 비유나 쿠션 없이 확실하게 현실을 극대화해 보여줍니다. 


“규칙은 세 가지입니다. 규칙을 지키면 모든 걸 얻는다. 규칙을 어기면 모든 걸 잃는다. 규칙을 지키면 아무 일이 없다.”


어느 날, 지긋지긋한 현실을 벗어날 기회가 찾아옵니다. 대신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삶을 리셋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떠나고 보니 아쉬운 것투성이입니다. 용돈을 모아 피씨방을 함께 가던 소중했던 친구도, 구질구질했던 살림도 힘겨웠던 노동도 “나”를 구성하는 것들이니까요. 


“네가 싫다고 버린 삶, 누가 가지든 무슨 상관이야. 네가 그랬잖아. 남이 버린 건 가져도 된다고.”


그런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인생을 날려버린 주인공들의 손을 놓지 않고 삶으로 당겨준다는 점이 이 소설의 예쁜 점이죠. 신분을 들키면 안되는 이 거대한 야반도주 사업의 장애물이 된 건 바로 그들을 기억하고 있던 이웃들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싸우고 사과하기 싫어서 도망갔던 그 친구도 주인공을 기억하고 무사한지 확인하려 했죠. 친구의 얼굴을 한 가짜를 알아낸 겁니다. 그건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추억과 비밀 때문이었죠. 


나와 나를 가장한 가짜. 걱정 없는 단순한 삶과 치열하고 피곤한 진짜 삶. 이 소설은 질문합니다. 삶을 놓고 세상에서 사라진 가족을 따라 다니면서 알게 됩니다. 먹고 자는 삶, 어려움이 없는 편안한 삶이 상상처럼 행복하지 않다고요. 


인두겁이라는 아이템이 뜻하는 바도 의미심장합니다.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사람은 아니죠. 


“힘들게 얻어야 만족을 느끼고, 몸이 아파 봐야 건강이 귀중한 걸 깨닫고, 슬픔을 느껴야 기쁨도 느끼지. 그래서 너희 가족 자리는 서로 가고 싶어 해. 최악의 고난을 극복하면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으니까.”


어때요? 저승에서도 인기폭발인 인생 포기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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