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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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소중함

모두들 의무에서 벗어나 기다리던 자유로운 때를 꿈꾸고 그 시간이 오면 본업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자투리 시간에는책을 쓰거나 연구를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변명을 하면서, (…)

세월이 흘러서 마침내 기다리던 자유를 얻었다. 고대했던 그 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때쯤이면 더 이상 자신이원하던 일을 하지 못하게끔 변해 있었다.
- P16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탓에 독자들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의 삶은 외면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하고 진부하게 보일 수 있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의 눈에 그는 전형적인 ‘운 나쁜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그는 조화로운 정신력의 소유자였고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종류의 사람이 더이상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오래 전에 멸종한 공룡처럼 말이다.
탐험가가 대륙을 처음 발견했을 때, 혹은 천문학자들이 새로운 별을 찾아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작가도 새로운 인물을 세상에 소개하면서 아주 커다란 행복감을 느낀다. 문학사를 보면 많은 작가들이 그러한 행복을 누렸다.  - P25

나 자신의 ‘이상‘을 찾아냈다. 솔직히 ‘이상‘이라는 단어가 류비셰프에게 별로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누구나 그를 알았지만,
누구도 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나는 커다란 강당에 앉아 있었다. 앞쪽으로 백발, 대머리, 짧게 다듬어진 학생 머리, 헝클어진 장발, 유행을 따른 듯한 가발,
꼬불거리는 흑인머리 등이 강렬한 전등 불빛을 받고 있었다. 교수, 박사, 대학생, 기자, 역사학자, 생물학자들이 모인 자리였다. 

특히 수학자들이 많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날의 행사를 수학회에서 주최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알렉산드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셰프Aleksandir Aleksandrovich Lyubishev를 기리는 첫 번째학술 모임이었다.


나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못했다. 더구나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다니! 그들은 아마 호기심때문에 온 듯했다. 아직 류비셰프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할테니 말이다. 류비셰프는 생물학자도 아니고 수학자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일까? 아마추어인가? 그렇다, 아마추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지방의회 의원으로 일하면서 취미로 수학을 공부했던 페르마Pierre de Fermat(1601~1665), 철 - P26

제강법을 발견해낸 베서머Henry Bessemer(1813~1898), 재판소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화학을 공부해 새로운 제철 제조 과정을 개발한 토마스S,G, Thomas(1850~1885)가 그랬듯이 말이다.
류비셰프를 이끌어간 철학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생기론生氣論(물질적인 요인만으로는 생명 현상을 이해할 수 없으며 설명하기힘든 독자적 법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론. ― 옮긴이)도, 실증주의도, 이상주의도 아니었다. 그는 이단아였다.


발표자들도 류비셰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한 사람은 생물학자라고 했고 또 다른 사람은역사학자라고 했으며 곤충학자 혹은 철학자라 부르는 이도 있었다.


발표자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류비셰프가 탄생했다. 각자 그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하여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이는진화론과 유전학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던 류비셰프를 혁명가라 칭했고 다른 누군가는 이단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혹은 반대파에 대하여 한없이 너그럽고 선랑한 러시아 지식인의 올바른표본이라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류비셰프는 어떤 유파의 철학이든, 거기에 비판정신과 창조성이담겨 있으면 그것을 매우 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류비셰프는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냈고 항상 - P27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사고를 자극했습니다."
"어느 유명한 수학자가 ‘천재적인 수학자는 이론을 제시하고 실력 있는 수학자는 그 이론을 증명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류비세프는 후자 쪽이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류비셰프는 자신의 능력을 너무 분산시켰습니다. 그는 처음부터분류학에만 치중하고 철학적인 문제에는 아예 관여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류비세프는 인간이 집중력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면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본보기였습니다. 그는한평생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는 수학적 친재성을 바탕으로 형성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철학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종의 기원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실증론자였습니다."
"그는 유물론자였습니다."
"그는 공상가이자 직관론자였고 모든 것에 풍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몰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발표를 한 사람들은 모두 류비셰프와 오랜 시간동안 알고 지내면서 그의 연구를 수차례 접했던 이들이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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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3곡(지옥편)


그분은 네가 사는 저 위 세상에서

들리는 그들의 명예로운 이름 덕택에

하늘의 은총으로 저렇게 구별되고 있지

그렇게 가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귀한 시인을 찬양하라

떠났던 그의 영혼이 돌아오고 있노라

그 목소리가 멎고 잠잠해진 다음, 나는

커다란 네 그림자가 다가옴을 보았는데

즐겁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훌륭한 스승님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저기 세 사람 앞에서 마치 주인처럼

손에 칼을 들고 오는 분을 보아라

그는 최고이 시인 호메로스이다.



다음에 오는 이는 푸자 시인 호라티우스

셋째는 오비디우스 마지막이 루카누스다.

모두가 나와 함께 조금 전 한 목소리가

불렀던 시인의 칭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를 찬양하는데 그것은 잘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 위를 나는 독수리처럼

가장 고귀한 노래의 주인 주위에

아름다운 무리가 모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잠시 함께 이야기 한 다음

나를 향해 인사하듯 손짓을 하였고

거기에 나의 스승님은 미소까지 지으며

나에게 더 큰 영광을 베풀어 주었으니

나를 자신들의 무리에 포함되어 주어

나는 현인들의 무리에 여섯째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불이 있는 곳까지 가면서

거기서는 말하는 것이 좋았던 만큼 여기서는

침묵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리는 고귀한 성의 발치에 이르렀는데

일곱 겹의 높은 성벽에 둘러 싸여 있고

아름다운 냇물이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그 냇물을 단단한 땅처럼 밟고 지나가 나는

성현들과 함께 일곱 성문으로 들어갔고

신선하게 푸른 초원에 도착하였다.



거기에는 신중하고 위엄에 찬 눈빛과

권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들은 가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 모두를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는 한 쪽으로 물러났으며

높고 탁 트여 밝은 곳으로 갔다.

거기에서는 똑바로 푸른 초원 위로

위대한 영혼들이 내 눈에 들어왔으니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고양되었다.



엘렉트라가 여러 동료들과 있었는데

그들 중에서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독수리 눈매의 카이사르를 알아보았다.

또 카밀라와 펜티실레이아를 보았고

다른 한쪽에 딸 라이비니아와 함께

앉아 있는 라티누스 왕을 보았다.



타르퀴니우스를 쫓아낸 브루투스, 루크레티아

율리아,마르테니아, 코르넬리아

또 한쪽에 있는 살라딘을 보았다.

그리고 약간 위쪽을 바라본 나는

철학자의 가족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스승을 알아보았다.


모두 그를 우러러보고 영광을 돌렸는데

그들 중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소크라데스와 플라톤을 나는 보았다.

세상의 우연의 산물로 본 데모크리투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헤라클리투스, 제논

그리고 위대한 약초 수집가였던

디오스코리네스, 또한 오르페우스

키케로, 리노스, 도덕가 세네카

기하학자 에우클리데스, 프롤레마이오스

히포크라테스, 아비켄나, 갈레노스

위대한 주석가 아베로에스를 보았다.


그들 모두를 충분하게 묘사할 수 없는데

기나긴 주제가 나를 뒤쫓고 또한 때로는

이야기가 사실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섯 시인의 무리는 두 명으로 줄었고

현명한 안내자는 다른 길을 통해 나를

평온한 곳에서 떨리는 대기 속으로 안내했으니

나는 빛 한 점 없는 곳으로 갔다.

 

4

단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옥의 제1원 림보에 와 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덕성은 있지만

그리스도를 몰랐거나 세례를 받지 못

하고 죽은 순진한 어린아이들의 영혼이다.

그들은 유체적 형벌을 받고 있지 않았지만

천국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여기에서 단테는 위대한 옛 시인들과 철학자들을 본다.

 

커다란 천둥소리가 내 머릿속의 깊은

잠을 깨웠고,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벌떡 일어선 나는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며,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끝없는 고통의 아우성이

가득한 고통스러운 심연의 골짜기

그 기슭 위에 서있음을 깨달았다

그곳은 깊고 어두웠으면 안개가 얼마나

자욱하지 아무리 바닥을 보려고 해도

나는 아무것 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제 눈먼 세상으로 내려가보자.

핼쑥한 표정으로 시인은 말했다.



내가 앞장을 설테니 너는 뒤따르라

나는 그분의 안색을 깨닫고 말했다.

내가 의심할 때 용기를 주시던 스승님이

놀라는데 제가 어떻게 가겠습니까?

그분은 저 아래 있는 자들의 고통을

보고 내 얼굴이 연민으로 물들었는데

네가 그것을 보고 걱정하는구나

머나먼 길이 재촉하니 어서 가자

그리고 몸을 움직여 심연을 둘러싼

1원 안으로 나를 들어서게 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울음소리가

아니라 탄식의 소리들이었고

그것이 어리아이, 여자, 남자 들의

수많은 무리들이 겪는 신체적인

고통이 아닌 괴로움의 소리였다.

훌륭한 스승님은 네가 지금 보는

영혼들의 누구인지 묻지 않느냐?

더 나아가 전에 네가 알았으면 한다.



그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비록 업적이

있더라도, 네가 믿는 신앙의 본질인

세례를 받지 않았으므로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으니

하느님을 제대로 공경하지 않았고

나 자신도 그들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죄가 아니라 그런 결함 때문에

우리는 길을 잃었고, 단지 그 때문에

희망 없는 열망 속에서 살고 있단다.



그 말에 커다란 고통이 내 가슴을

짓눌렀지만, 아주 가치 있는 사람들의

그 림보에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나의 스승, 주인이시여, 말해주십시오.

모든 오류를 이기는 그 믿음을

확신하고 싶어서 나는 말을 꺼냈다.

자기 공덕이나 타인의 공덕으로 이곳을

벗어나 축복받은 자가 있습니까?

내 말을 알아차린 그분이 대답했다.



내가 여기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승리의 왕관을 쓴 어느 권능 있는

분이 이곳에 오는 것을 보았지

그분은 최초의 아버지 아담의 영혼

그의 아들 아벨, 그리고 노아의 영혼

율법학자이며 순종하던 모세의 영혼

족장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그의 아버지 이삭, 그의 자손들

또한 그가 무척 정성을 쏟은 라헬

또 다른 영혼들을 축복해주셨지.

그들 이전에 구원받은 영혼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내가 알았으면 한다.



스승님이 말한대로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어떤 숲을 말하자면

영혼들의 빽빽한 숲을 지나갔다.

내가 어두운 반구를 밝혀주던

번개를 보았던 그 꼭대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우리는 가고 있었다.



아직은 약간 멀리 떨어진 곳이었으나

그 장소에 어떤 명예로운 사람들이

있는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 이론과 기법의 명예를 높이신

분이시여,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저런 명예를 가진 자들은 누구입니까?

그분 은 네가 사는 저 위 세상에서

들리는 그들의 명예로운 이름 덕택에

하늘의 은총으로 저렇게 구별되고 있지

그렇게 가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귀한 시인을 찬양하라

떠났던 그의 영혼이 돌아오고 있노라

그 목소리가 멎고 잠잠해진 다음

나는 커다란 네 그림자가 다가옴을 보았는데

즐겁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지구가 림보이다. 시련과 고통속에서도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이곳은 천국이기도하고 지옥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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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강의 - 서양 고전 읽기의 典範
이마미치 도모노부 지음, 이영미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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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사유

밤의 평가와 연옥

그런데 일반적으로 낮은 노동의 시간, 밤은 휴식의 시간 이라는 사고가 있다. 낮에는 여러 가지 것들을 보고 듣는다. 밤은 『만요슈』에 ‘칠흑 같은 밤‘ 이라고 나와 있듯이 매우 어둡다. 캄캄한 밤에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신을 떠올릴 수 있다.

 밤에 단순한 자연 상태에서 자신의 주위를 정화하면 주위의 아름다운 사람, 편리한 도구, 예술 작품, 자기가하고 싶은 일의 소재 같은 가시적 대상은 모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자기 마음만 남게 되므로 밤이야말로 기도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수도원에서는 세속을 끊어 내는 그러한 밤 시간을 중시했다.

밤이 신과 만나는 시간이라는 생각은 중세 신앙서 속에서 많이 발견되며, 기도수도회 예를 들면 베네딕트회나 시토회(트라피스트희)에서는밤에도 시종(時鐘)에 맞춰 몇 번이고 일어나서 성당으로 향하고 기원을 노래한다. 밤 아홉 시경 그날의 마지막 기도를 올리면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든다. 

한밤중인 자정에 일어나 모두 함께 40분 정도 시편을 낭송하는 기도를 행한다. 다시 잠들었다가 새벽 세 시쯤 일어나 기도한다. 카르투지오회는 이를 혼자서 행한다. 밤은 기도의 시간이다.


그러나 밤은 한편으로 다른 사람의 눈도 없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로부터 벗어나 있으므로 나쁜 일을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검은 옷을입은 악마는 밤에 슬그머니 찾아온다. 대부분의 죄는 밤에 일어난다.


따라서 밤은 신이 부여해 주신 시간이긴 하나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13세기 신학적 문제의 하나였다.
- P345

아직 연옥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연옥 들판에 있던 베르질리오와 단테는 성을 향해 가던 도중 우연히 마주친 소르델로(Sordello)에게 지름길을 묻는다. 그러자 소르델로는 위로 오르는 일은 밤에는 할 수 없으니(ed andar su di notte non si puete;) (연 · 7.44)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문답은 이어진다.


그것은 어인 연유요, 밤에 오르고자 하는 이는 다른 이에게 방해를 받기 때문이오, 아니면 힘이 미치지 않아 스스로 오르지 못함이오착한 소르델로가 손가락으로 땅을 그으며 이르기를, 보시오, 그대는 해가 진 후에는 이 금 하나도 넘기 어려우리허나 오르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은 밤의 어둠뿐이니, 그 어둠이 힘을 앗아 의지를 가로막으리 (연 · 7. 49-57 야마카와)

이 세상의 밤은 신에게 다가가는 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죄로 기우는 때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연옥에서는 밤의 어둠이 사람의 힘을빼앗아 의지를 약화시킨다. 따라서 연옥에서는 밤에 움직이면 안 된다.


우리는 하루 종일 온갖 일들에 마음을 빼앗겨 신을 생각할 수 없다.
밤에야말로 신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밤은 아름다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시간이므로 밤에야말로 사색의 능력이 커지고 사색의 의지도 강해진다. 그러한 시간에 우리의 마음도 천국을 향한 방향으로 조금은 가까워진다. 

그러나 동시에 밤에는 나쁜 마음이 일거나 사악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현세를 사는 우리의 마음에는 양극성이 있다. 그에 비해 연옥의 밤은 부정성 하나로 결정되어 있으며 그것은 죽음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단테의 지옥과 연옥은 모두 현세 자체를 깊게 생각하게 하는 것들로 - P346

가득 차 있다. 지옥편에서는 이 세상에서 절망하면 그것이 곧 지옥임을배웠는데, 밤이 가지는 양면성 중에서 밤의 어둠 속에서 자신의 의지가약해지고 능력도 빼앗길 때는 살아 있으되 연옥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읽어 나가면 지옥이나 연옥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도문학의 의미를 통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곡』은 현세를 사는사람들에게 현세와는 다른 세계를 현세의 현실 행위와 관련시켜 생생하게 묘사해 줌으로써 어느새 현세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 깊은 질문을던지게 하는 책이다. 이는 신앙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만인에게 열린 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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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에게 학문적인 추상세계는 신앙세계와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관념이야말로 산에 이르는 길,

별과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행위인 학문을 통해

사랑은 무엇이며 희망은 무엇인가 하는 관념을 깊이 파고

들 수 있다.

 

그리고 참혹한 바다를 뒤로 하고, 보다 나은 물 위를 치달리고자,

이제 내 재주의 조각배 돛을 올리나니

그곳에서 사람들은 천사를 자주 발견하고 구원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동경할 수 있다.

 



4

단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옥의 제1원 림보에 와 있다. 이곳에 있는 자들

은 죄를 짓지 않았고, 덕성은 있지만 그리스도를 몰랐거나, 세례를 받지 못

하고 죽은 순진한 어린아디들의 영혼이다. 그들은 육체적 형벌을 받고 있지

는 않지만 천국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여기에서 단

테는 위대한 옛 시인들과 철학자들을 본 다

 

커다란 천둥소리가 내 머릿속의 깊은

잠을 깨웠고,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벌떡 일어선 나는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며,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주이 깊이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끝없는 고통의 아우성이

가득한 고통의 심연의 골자기

그 기슭 위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그곳은 깊고 어두웠으며, 안개가 얼마나

자욱하니 아무리 바닥을 보려고 해도

나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제 눈먼 세상으로 내려가 보자

핼슥한 표정으로 시인은 말을 꺼냈다.

내가 앞장을 설 테니 너는 뒤를 따르라.

나는 그분의 안색을 깨닫고 말했다.

내가 의심할 때 용기를 주시던 스승님이

놀라는데, 제가 어떻게 가겠습니까?

그분은 저 아래 있는 자들의 고통을

보고 내 얼굴이 연민으로 물들었는데

네가 그것을 보고 걱정 하는구나

머나먼 길이 재촉하니 어서 가자

그리고 몸을 움직여 심연을 둘러 싼

1원 안으로 나를 들어서게 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아니라 탄식의 소리들이었고

그것이 영원한 대기를 흔들었다.

그것은 어린아이, 여자, 남자 들의

수많은 무리들이 겪는 신체적인

고통이 아닌 괴로움의 소리였다.

훌륭한 스승님은 네가 지금 보는

영혼들이 누구인지 묻지 않느냐?

더 나아가 내가 알았으면 한다

그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비록 업적이

있더라도, 네가 믿은 신앙의 본질인

세례를 받지 않았으므로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으니

하느님을 제데로 공경하지 않았고

나 자신도 그들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죄가 아니라 그런 결함 때문에

우리는 길을 잃었고, 단지 그 때문에

희망 없는 열망 속에서 산단다.

그 말에 커다란 고통이 내 가슴을

짓눌렀지만, 아주 가치 있는 사람들이

그 림보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스승, 주인이시어, 말해 주십시오.

모든 오류를 이기는 그 믿음을

확신하고 있어서 나는 말을 꺼냈다.

자기 공덕이나 타인이 공덕으로 이곳을

벗어나 축복 받은자가 있습니까?

내 말을 알아차린 그분이 대답했다.

내가 여기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승리의 왕관을 쓴 어느 권능있는

분이 이곳에 오는 것을 보았지

그분은 최초의 아버지 아담의 영혼,

그의 아들 아벨, 그리고 노아의 영혼

율법학자이며 순종하던 모세의 영혼,

족장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그이 아버지 이삭, 그의 자손들

또한 그가 무척 정성을 쏟은 라헬

또 다른 많은 영혼들을 축복해 주셨지.

그들 이전에 구원받은 영혼은 아무도

없다는 것ㅇㄹ 네가 알았으면 한다.

스승님이 말한 대로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어떤 숲을, 말하자면

빽빽한 숲을 지나갔다.

내가 어두운 반구를 밝혀주던

번개를 보았던 그 꼭대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우리는 가고 있었다.

아직은 약간 멀리 떨어진 곳이었으나

그 장소에 어떤 명예로운 장소들이

있는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 이론과 기법의 명예를 높이신

분이시여,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저런 명예를 가진 자들은 누구입니까?

 

2.15

그분은 네가 사는 저 위 세상에서

들리는 그들의 명예로운 이름 덕택에

하늘의 은총으로 저렇게 구별되고 있지

그렇게 가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귀한 시인을 찬양하라

떠났던 그의 영혼이 돌아오고 있노라

그 목소리가 멎고 잠잠해진 다음, 나는

커다란 네 그림자가 다가옴을 보았는데

즐겁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훌륭한 스승님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저기 세 사람 앞에서 마치 주인처럼

손에 칼을 들고 오는 분을 보아라

그는 최고이 시인 호메로스이다.

다음에 오는 이는 푸자 시인 호라티우스

셋째는 오비디우스 마지막이 루카누스다.

모두가 나와 함께 조금 전 한 목소리가

불렀던 시인의 칭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를 찬양하는데 그것은 잘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 위를 나는 독수리처럼

가장 고귀한 노래의 주인 주위에

아름다운 무리가 모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잠시 함께 이야기 한 다음

나를 향해 인사하듯 손짓을 하였고

거기에 나의 스승님은 미소까지 지으며

나에게 더 큰 영광을 베풀어 주었으니

나를 자신들의 무리에 포함되어 주어

나는 현인들의 무리에 여섯째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불이 있는 곳까지 가면서

거기서는 말하는 것이 좋았던 만큼 여기서는

침묵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리는 고귀한 성의 발치에 이르렀는데

일곱 겹의 높은 성벽에 둘러 싸여 있고

아름다운 냇물이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그 냇물을 단단한 땅처럼 밟고 지나가 나는

성현들과 함께 일곱 성문으로 들어갔고

신선하게 푸른 초원에 도착하였다.

거기에는 신중하고 위엄에 찬 눈빛과

권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들은 가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 모두를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는 한 쪽으로 물러났으며

높고 탁 트여 밝은 곳으로 갔다.

거기에서는 똑바로 푸른 초원 위로

위대한 영혼들이 내 눈에 들어왔으니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고양되었다.

엘렉트라가 여러 동료들과 있었는데

그들 중에서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독수리 눈매의 카이사르를 알아보았다.

또 카밀라와 펜티실레이아를 보았고

다른 한쪽에 딸 라이비니아와 함께

앉아 있는 라티누스 왕을 보았다.

타르퀴니우스를 쫓아낸 브루투스, 루크레티아

율리아,마르테니아, 코르넬리아

또 한쪽에 있는 살라딘을 보았다.

그리고 약간 위쪽을 바라본 나는

철학자의 가족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스승을 알아보았다.

모두 그를 우러러보고 영광을 돌렸는데

그들 중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소크라데스와 플라톤을 나는 보았다.

세상의 우연의 산물로 본 데모크리투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헤라클리투스, 제논

그리고 위대한 약초 수집가였던

디오스코리네스, 또한 오르페우스

키케로, 리노스, 도덕가 세네카

기하학자 에우클리데스, 프롤레마이오스

히포크라테스, 아비켄나, 갈레노스

위대한 주석가 아베로에스를 보았다.

그들 모두를 충분하게 묘사할 수 없는데

기나긴 주제가 나를 뒤쫓고 또한 때로는

이야기가 사실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섯 시인의 무리는 두 명으로 줄었고

현명한 안내자는 다른 길을 통해 나를

평온한 곳에서 떨리는 대기 속으로 안내했으니

나는 빛 한 점 없는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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