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에게 학문적인 추상세계는 신앙세계와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관념이야말로 산에 이르는 길,
별과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인간의 행위인 학문을 통해
사랑은 무엇이며 희망은 무엇인가 하는 관념을 깊이 파고
들 수 있다.
그리고 참혹한 바다를 뒤로 하고, 보다 나은 물 위를 치달리고자,
이제 내 재주의 조각배 돛을 올리나니
그곳에서 사람들은 천사를 자주 발견하고 구원을 기대할 수
있으며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동경할 수 있다.
제4곡
단테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옥의 제1원 림보에 와 있다. 이곳에 있는 자들
은 죄를 짓지 않았고, 덕성은 있지만 그리스도를 몰랐거나, 세례를 받지 못
하고 죽은 순진한 어린아디들의 영혼이다. 그들은 육체적 형벌을 받고 있지
는 않지만 천국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여기에서 단
테는 위대한 옛 시인들과 철학자들을 본 다
커다란 천둥소리가 내 머릿속의 깊은
잠을 깨웠고, 억지로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벌떡 일어선 나는 눈을 들어 사방을
둘러보며,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려고 주이 깊이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끝없는 고통의 아우성이
가득한 고통의 심연의 골자기
그 기슭 위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그곳은 깊고 어두웠으며, 안개가 얼마나
자욱하니 아무리 바닥을 보려고 해도
나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
이제 눈먼 세상으로 내려가 보자
핼슥한 표정으로 시인은 말을 꺼냈다.
내가 앞장을 설 테니 너는 뒤를 따르라.
나는 그분의 안색을 깨닫고 말했다.
내가 의심할 때 용기를 주시던 스승님이
놀라는데, 제가 어떻게 가겠습니까?
그분은 저 아래 있는 자들의 고통을
보고 내 얼굴이 연민으로 물들었는데
네가 그것을 보고 걱정 하는구나
머나먼 길이 재촉하니 어서 가자
그리고 몸을 움직여 심연을 둘러 싼
제1원 안으로 나를 들어서게 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가
아니라 탄식의 소리들이었고
그것이 영원한 대기를 흔들었다.
그것은 어린아이, 여자, 남자 들의
수많은 무리들이 겪는 신체적인
고통이 아닌 괴로움의 소리였다.
훌륭한 스승님은 네가 지금 보는
영혼들이 누구인지 묻지 않느냐?
더 나아가 내가 알았으면 한다
그들은 죄를 짓지 않았고 비록 업적이
있더라도, 네가 믿은 신앙의 본질인
세례를 받지 않았으므로 충분하지 않다.
그들은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으니
하느님을 제데로 공경하지 않았고
나 자신도 그들과 마찬가지이다.
다른 죄가 아니라 그런 결함 때문에
우리는 길을 잃었고, 단지 그 때문에
희망 없는 열망 속에서 산단다.
그 말에 커다란 고통이 내 가슴을
짓눌렀지만, 아주 가치 있는 사람들이
그 림보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스승, 주인이시어, 말해 주십시오.
모든 오류를 이기는 그 믿음을
확신하고 있어서 나는 말을 꺼냈다.
자기 공덕이나 타인이 공덕으로 이곳을
벗어나 축복 받은자가 있습니까?
내 말을 알아차린 그분이 대답했다.
내가 여기 온 지 얼마 안되었을 때
승리의 왕관을 쓴 어느 권능있는
분이 이곳에 오는 것을 보았지
그분은 최초의 아버지 아담의 영혼,
그의 아들 아벨, 그리고 노아의 영혼
율법학자이며 순종하던 모세의 영혼,
족장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그이 아버지 이삭, 그의 자손들
또한 그가 무척 정성을 쏟은 라헬
또 다른 많은 영혼들을 축복해 주셨지.
그들 이전에 구원받은 영혼은 아무도
없다는 것ㅇㄹ 네가 알았으면 한다.
스승님이 말한 대로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어떤 숲을, 말하자면
빽빽한 숲을 지나갔다.
내가 어두운 반구를 밝혀주던
번개를 보았던 그 꼭대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우리는 가고 있었다.
아직은 약간 멀리 떨어진 곳이었으나
그 장소에 어떤 명예로운 장소들이
있는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 이론과 기법의 명예를 높이신
분이시여,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저런 명예를 가진 자들은 누구입니까?
2.15
그분은 네가 사는 저 위 세상에서
들리는 그들의 명예로운 이름 덕택에
하늘의 은총으로 저렇게 구별되고 있지
그렇게 가는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귀한 시인을 찬양하라
떠났던 그의 영혼이 돌아오고 있노라
그 목소리가 멎고 잠잠해진 다음, 나는
커다란 네 그림자가 다가옴을 보았는데
즐겁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훌륭한 스승님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저기 세 사람 앞에서 마치 주인처럼
손에 칼을 들고 오는 분을 보아라
그는 최고이 시인 호메로스이다.
다음에 오는 이는 푸자 시인 호라티우스
셋째는 오비디우스 마지막이 루카누스다.
모두가 나와 함께 조금 전 한 목소리가
불렀던 시인의 칭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나를 찬양하는데 그것은 잘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 위를 나는 독수리처럼
가장 고귀한 노래의 주인 주위에
아름다운 무리가 모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잠시 함께 이야기 한 다음
나를 향해 인사하듯 손짓을 하였고
거기에 나의 스승님은 미소까지 지으며
나에게 더 큰 영광을 베풀어 주었으니
나를 자신들의 무리에 포함되어 주어
나는 현인들의 무리에 여섯째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불이 있는 곳까지 가면서
거기서는 말하는 것이 좋았던 만큼 여기서는
침묵 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리는 고귀한 성의 발치에 이르렀는데
일곱 겹의 높은 성벽에 둘러 싸여 있고
아름다운 냇물이 주위를 휘감고 있었다.
그 냇물을 단단한 땅처럼 밟고 지나가 나는
성현들과 함께 일곱 성문으로 들어갔고
신선하게 푸른 초원에 도착하였다.
거기에는 신중하고 위엄에 찬 눈빛과
권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들은 가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 모두를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는 한 쪽으로 물러났으며
높고 탁 트여 밝은 곳으로 갔다.
거기에서는 똑바로 푸른 초원 위로
위대한 영혼들이 내 눈에 들어왔으니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고양되었다.
엘렉트라가 여러 동료들과 있었는데
그들 중에서 헥토르와 아이네아스
독수리 눈매의 카이사르를 알아보았다.
또 카밀라와 펜티실레이아를 보았고
다른 한쪽에 딸 라이비니아와 함께
앉아 있는 라티누스 왕을 보았다.
타르퀴니우스를 쫓아낸 브루투스, 루크레티아
율리아,마르테니아, 코르넬리아
또 한쪽에 있는 살라딘을 보았다.
그리고 약간 위쪽을 바라본 나는
철학자의 가족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의 스승을 알아보았다.
모두 그를 우러러보고 영광을 돌렸는데
그들 중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있는
소크라데스와 플라톤을 나는 보았다.
세상의 우연의 산물로 본 데모크리투스,‘
디오게네스, 아낙사고라스, 탈레스
엠페도클레스, 헤라클리투스, 제논
그리고 위대한 약초 수집가였던
디오스코리네스, 또한 오르페우스
키케로, 리노스, 도덕가 세네카
기하학자 에우클리데스, 프롤레마이오스
히포크라테스, 아비켄나, 갈레노스
위대한 주석가 아베로에스를 보았다.
그들 모두를 충분하게 묘사할 수 없는데
기나긴 주제가 나를 뒤쫓고 또한 때로는
이야기가 사실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섯 시인의 무리는 두 명으로 줄었고
현명한 안내자는 다른 길을 통해 나를
평온한 곳에서 떨리는 대기 속으로 안내했으니
나는 빛 한 점 없는 곳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