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ce 선택이 기회다
왕창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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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창의 이력만큼이나 특이한 책을 읽었다. 중국 최고의 대학 청화대를 나와서 세일즈를 투신했다면 사람들이 그를 이상하게 봤다는 그 말이 설득력이 있다.

중국도 인구가 많고, 각각 한 명 한 명이 '소황제'라고 불리울 만큼, 선택받은 아이들의 경쟁이 심하다. 자연히 교육열이 대단해서, 대학은 대단한 사람이 가는 학교다. 북경대학을 나온사람은 관리가 많고, 청화대학을 나온 사람은 기업인이 많다는 말이 있다. 

그런 저자가 과연 비즈니스 현장에서 분석하고 써낸 글 답게 실용적이면서도 술술 읽힌다. 단지 인명이 좀 어려웠다. 중국식으로 한자를 읽으니까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런 건 차치하고,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쉽게 생기지 않는 비즈니스의 감각. 특히 정치 감각을 길러준 책을 만난 듯 싶다. 지난 번 하얀거탑을 보면서도 내가 얼마나 정치감각이 떨어지는지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사회생활이 공식대로 흘러가면 얼마나 좋겠나. 사실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또, 실력과 실적이 다 평가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싶지만, 그 실적이란 것도 순수하게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 그거야 말로 '가상현실'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분명히 깨달았다. 

선택이 기회라는 제목은 각 챕터마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어떻게 해야할지 시뮬레이션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붙인 것 같다. 주인공 홍쥔은 보수적일 수도 있고, 진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사내연애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검은 돈을 주며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모든 것이 흑백논리로 명쾌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것을 옳다고 지지하지 않는다. 선택에 따라 많은 변수가 파생되며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지는 까닭에 비즈니스는 정글이다. 

그런 세계이지만, 한편 바둑의 정석처럼 새겨두어야 할 것도 있었다.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이메일보다는 전화'라는 것이었다. 이메일이란 통보란 느낌이 강하다. 난 전화를 기피하고 이메일로 처리하려던 단적인 사람이었다. 허나 그것이 받는 입장에서는 단호한, 선언적인 것이 될 수 있다면, 전화가 백번 낫다. 내가 '전화'를 잘 이용하지 못한다고 이메일을 택했다면 오히려 무덤을 판 것이다. 상대는 내가 전화를 잘하든 못하든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기본적으로 이메일보다 호의적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상사가 둘 이라는 대목도 크게 와닿았다. 줄서기란 측면에서 얼마전 난 확실히 선택을 해야했다. 물론, 무엇이든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걸 깨달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상사가 한 명이면 좋지만, 지역과 업무에 따라 상사가 둘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상하 관계, 역학관계를 잘 알고, 상대에게 내가 적의를 갖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며 객관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되, 필요이상으로 말하지 않고, 경청하는 것. 비즈니스 맨의 필수다. 


늘 느끼지만 정치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권모술수가 더럽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실제 인생살이에도 정치는 개입된다. 큰 것만 정치는 아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추임새 하나 제대로 넣는 것. 그것도 정치다. 현명한 여자의 연봉 협상법, 달라진 현실을 이용하는 여자가 되라는 책을 보면 여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도 일한 만큼 챙겨가지 못하는지, 남자들은 얼마나 게임에 익숙한지 언급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여자는 '징징댄다' 자기를 PR하는 것이 약하다. 그리고 상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걸 종종 잊고, 회사에 유익이 되는 일을 먼저 택하는 우를 범한다. 

상사가 관심있는 일이, 회사도 사는 일...이라는 이야기,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게 정치인 듯하다. 홍쥔은 자기의 위치와 앞으로 비전, 그걸 가늠하는 탁월한 감각으로 일했다. 그러나 감각만은 아니다. 매순간 그가 헤쳐가는 선택의 결과가 이 책이다. 시뮬레이션 게임같기도 하고, 실전 입문교과서 같기도 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비법말이다. 

이제 다음 책으로는 전쟁의 기술을 고르고 싶다. 한번 붙어보자는 이야기지.....정치로 나를 일으키고싶진 않지만 정당한 몫을 빼앗기거나 고객을 놓쳐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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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리들 - 미래의 최고 경영자
김성재.구본준 지음 / 해바라기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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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만을 대상으로 쓴 책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신입사원도 혹시 대리가 되고픈 마음에 기웃거려보고 싶은 제목의 책이다. 대리는 비전을 진로를 놓고 고민이 많은 직급이며 나이 때다. 관리자도 아니고, 신입사원도 아닌, 업무가 두루 걸쳐있는 ‘마당쇠’이기도 하다. 업무영역도 넓고, 그렇다고 해서 결정권자도 아닌 애매한 입장이다. 따라서 업무는 무한대로 하고, 결정권은 없다는 점이 어렵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결정권자가 아니라서 마지막 보호장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실력을 키울 마지막 기회‘가 대리 때이며, 과장부터는 실전에 싸워야 하므로 실패를 두려워말고 도전하라고 권한다. 실패할지라도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받는 시기라는 이야기다.

과거에 늘 해왔던 방식으로 하지 말고 ‘왜?’라는 질문으로 창의력과 기획력을 발휘해서 톰 피터스가 말한 ‘당신만의 프로젝트로 만들라’고 한다.
폭넓은 인맥은 곧 실력이자, 업무의 전문성이다.
사방이 당신을 지켜보는 눈이다. 적을 만들지 말아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기계발을 하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기와 맞지 않는 업무에,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는 직장이면 그만두되, 아니라면 현직 프리미엄을 버리고 나서는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간곡히 말한다.

회사에서 매력있는 사람은 어학보다는 업무 능력이 출중한 사람, 눈치가 빠르고 타부서의 정보, 타 기업의 정보까지 두루 꿰고 있는 사람이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두 개 더 할 수 있는 사람, 일의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서 자기한테서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하고, 필요에 따라 잘못된 물줄기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다. 자기 직급보다 높은 마인드로 일해야 한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며, 모른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강호에 전해오는 비급은 사실 별거 아니다. 실행이 문제여서 그렇지. 이 책의 내용은 사실 몰라서 못했다기 보다는 균형잡힌 사고를 하지 못하고 날마다 시간을 보내노라면 흔히 잊기 쉬운 내용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게 비급이다. 꾸준히 무공을 연마하고 약점을 커버하는 것. 나를 알고 적을 아는 그것. 필요할 때 동맹을 활용할 줄 아는 것. 이 책에서는 대리의 역할에 대해 잘 말하고 있는데, 난 마치 CEO가 되는 조건인줄 알 정도로 팔방미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의 지도자가 될 대리라면 이래야 한다는 주문이었으니 조건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자기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란 뜻은 다음과 같다. “맡겨진 일에 대해 사전 보고를 제대로 하고, 진행과정을 제대로 보고하면서 기안대로 맞추고, 못 맞추면 사전에 보고를 잘해서 조처를 취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인사고과에 평가가 낮은 사람들은 한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상사가 인지하지 않은 것은 일이 아니다.(이 대목은 현명한 여자의 연봉협상법_길벗.을 참조해보시라)

회사는 조직이고 대리는 중간에 끼어있다. 업무를 마무리까지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러기에 보고는 생명이다.

이 책은 선배가 비급을 전수하는 마음으로 씌여졌다고 난 믿는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선배가 조용히 아끼는 후배에게 할 말들로 적혀있다. 당연히 알아야 하고, 모르면 독이 되는 그런 일들이다. 이제 대리로서 제대로 자리매김을 할려면 이 책을 통해 자기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하나 아쉬운 것은 통계와 설문 자료를 인용한 부분이 있는데, 도표나 신문기사 그대로를 인용해주었으면 시간과 지면을 아꼈을 것같다. 말로 풀어놓으니 어째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 외에는 여러 모로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선배들이 충고하는 ‘대리10계명’
1. 일찍 출근하라. 부지런함은 대리의 기본이다.
2. 완벽함보다는 성실함을 보여라, 열정은 대리의 생명이다.
3. 한 가지를 주문하면 그 이상에 도전하라, 도전정신은 대리의 덕목 중 하나이다.
4. 멀티플레이어가 되 어라, ‘모른다’고 대답하지 말라
5. 신뢰감을 심어주어라, 실수를 줄여라.
6. 장점과 특기로 강한 인상을 남겨라, 자신의 캐릭터를 상사의 기억에 남겨라.
7. 빠른 감각을 잃지 말라, 눈치로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다.
8. 대리 때 배운 업무가 평생을 좌우한다, 전문가가 되는 길이다.
9. 인맥 관리에 힘써라, 최소한 적은 만들지는 마라.
10. 장기전에 대비하라. 인생은 마라톤, 자기계발과 체력단련을 소홀히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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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크랩의 파파 기도 - 전에는 해보지 않은 새로운 기도
래리 크랩 지음, 김성녀 옮김 / IVP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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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래리 크랩의 결혼건축가란 책을 읽었었다. 아직까지도 싱글인 걸 보면 그의 책이 내게 미친 ‘결혼’에 대한 영향력은 별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농담이다. 뭔가 시니컬하면서도 절제된 감정표현, 지적인 것이 특징이었던 같기도 하고. 이 저자에 대한 나의 느낌은 그랬다. 오버하지 않는 사람. 이번에 파파기도를 읽게 된 무렵, 나는 무척 힘든 상황이었다. 기도도 싫었고, 오랜 만에 제대로 슬럼프였다. 교회도 싫고 예배도 싫었다. 사람 때문이었다. 오버하는 것이 싫고, 신앙이라면서, 응답이라면서 자기 기준으로 사람을 난도질하는 행위 따위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으니까.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파파기도에 응모를 했고, 기적은 일어났다.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지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기적이었다. 마음이 변했으니까. 마음이 즐거워졌고, 기도하고 싶어졌다.

저자가 말하는 파파기도를 난 오해했다. 제목에서 ‘아바 아버지’처럼 ‘파파’에게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는 말로 선입관을 잔뜩 가지고 연 책은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솔직해질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나님 앞에 꾸밈없이 기도하라고 권유하고 있었다.

응답이란 걸 받기 위해 자신을 허다하게 속인다. 고마운 척 하고, 감사하다는 치장으로 시작하며 온갖 요구를 늘어놓다가 기도는 끝난다. 설사 원망스러운 것, 기대하는 바가 있어도 교묘하게 속인다. 우리 아버지에게도 통하지 않는 속임수다. 사람은 눈빛으로도 진실을 전달한다. 긴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릴 만드신 분한테 그런 간교한 꾀가 통한다고?

기도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고 산 30년이다. 물론 교회에서 배우기도 했다. 하나님 자체를 즐거워하라. 그 관계를 추구하고 그분을 사랑하라. 하는 저자의 주장을 말이다. 이 부분이 책에서 언급한, 그분과 함께 있다보면 그분이 좋아하시는 일이 무언지 알게 되고, 그걸 구하는 것이 ‘이제부터는 너희가 무엇이든지 내 이름으로 구하라. 그리하면 내가 시행하리니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니라’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라고는 배웠어도 "why"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윽박질렀다. 한쪽에서는 마냥 '구하면 다 주시는 분인데 왜 안 구하냐'고 야단이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하나님이 도깨비방망이냐 뭘 그렇게 구해쌓냐. 관계만 잘 맺으면 어차피 다 주신다.'하고 야단이었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바른 관계를 잡아주지 않았다. 애석하다.

출제자의 의도를 알고 푸는 문제는 쉽다. 하나님이 뭘 원하시는 지 알고, 그걸 구하는데 안 주실 리가 없다. 문제는 그분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얼마나 자주 다르냐에 있다. 우린 사탕을 원하고 아버지는 몸에 좋은 섬유소를 원한다면? 있는 힘껏 몸에 안좋은 대로 먹고 성인병이 걸리도록 살면서 병은 안 걸리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면? 전형적인 응답되지 않는 기도다. 이럴 때도 우린 하나님이 잘 응답해주시는 것 같을 때 “하나님이 제대로 그분의 일을 하고 계시는군”이라고 생각한단다. 맙소사! 저자는 너무 예리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생각 속에 수술 메스가 들어왔다. 그리고 무거운 짐을 벗었다. 난 가장하는 기도를 싫어했다. 그러면서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괴로와 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기도책을 읽어도 답이 없었다. 근원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냉철한 사람이라 무척 신뢰가 간다. 오버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거부감이 들어서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셨다. 오버하는 기도에 응답하는 분이 아니었다. 무조건 미주알 고주알 달라고 하면 주는 우리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셨다.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전지전능한 하나님은 이미 모든 걸 다 아시는데 왜 내가 굳이 시간을 들여서 ‘언니가 사업이 어려운데요 하나님 도와주세요’하고 청해야 하는지. 물론 간청하는 기도도 필요하다고 나온다. 그런데,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하나님께 가지고 가서 하나님 앞에 내 정직하게 선다. 그리고 그분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가진다. 정직하게 모든 것을 말 씀드린다. 내가 생각할 때는 언니의 문제가 이러하다고. 당신의 생각은 어떠시냐고. 바로 이 부분이 빠졌다. 하나님은 언니를 다루시기 위해 어려움을 보내셨을 수도 있고, 더 좋은 걸 위해 잠깐 겪는 어려움인지도 모르는데 당장 그 장애물만 치우라고 하나님한테 고함치는 꼴이었다. 하나님의 의견이 온다. 아하..그러셨군요.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기 바라셔요? 이렇게 기도하고, 언니한텐 이렇게 말해주렴. 아 그러면 될까요?

파파기도는 관계를 말한다. 기도는 one way 가 아니라 two way였다. 하나님도 말씀하실 시간을 드려야 한다. 흔히 죽 늘어놓고는 응답하실 시간 잠깐 내드리고 기다린다. 아니다. 죽 늘어놓기 전에 시간을 드려야 한다. 문제를 가지고 가서 내놓고 그분의 의견을 받은 후에 간청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일도 아니다. 그분과 함께 탁구를 치고 있는 그 시간이다. 주거니. 받거니. 삶은 더 이상 힘겨운 전쟁터도 아니고 나홀로 외로운 싸움은 더더욱 아니다. 나와 함께 하는 그분이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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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의 기술 - 한 장으로 끝내는 천재들의 사고법, 마인드 맵
드니 르보 외 지음, 김도연 옮김 / 지형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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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웠다. 이 책을 읽으며 쉬엄쉬엄 마인드맵을 그려보았다. 내 복잡한 일상도 그렸다.
친구들의 커리어도 연필 하나, 종이 한장으로 정리해보았다. 반신반의하며 그리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이 과연 내게 잘 묵혀서 녹아 나올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정말 복잡한 생각들이 뭐에 뭐 딸려나오듯 줄줄 엮어져 나왔다.
 
한번에 모든 걸 정리하려는 욕심을 버렸다.
종이에 정리하고 싶은 내용의 한 가지, 일부를 정리해본다.
다 합쳐서 한 군데 모아서 마인드맵한다.
필요하면 지우고 다시 한다.
이쁘게 꾸미기도 한다.
정리가 다 되면 모아서 가지고 다니며 자주 본다.
이를 활용하는데는, 백지와 줄쳐진 노트가 섞인 공책이 유용하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것은 실제 마인드맵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쓰고 있지만 역시나 중요한 것은 그 프로그램 자체가 아니라
사고하는 방법이었다.
덩어리로 바라보면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한대로 부분 부분 모조리 꺼내놓고 정리하기 시작하면
신기하게 전체로 닿는다.
 
메모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은 허다하지만 어떻게 하라는 메모책은 드물었다.
물론, 누구는 어떻게 적는다 어떻게 적는다 하는 책을 여러 종류읽었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이거였다.
'의미를 알면 기억하기 쉽다. 적기 보다  먼저 많이 듣고 이해하라.'
 
메모를 실컷해놓고 암호해독하느라 진땀을 뺀 기억들이 누구나 있다.
듣기에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이해했으면 기억하기에 더 쉬웠을 것이다.
저자는 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잡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생각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몸에 체득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종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많은 일을 정리해나갈 것 같아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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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 가는 부자청년 - 21세기 크리스천 자기계발시리즈 1
조성의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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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긴 규칙들이 무시당하는 시대에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 나왔다. 예수와 함께 가는 부자 청년이다. 북이십일에서 기획한 것이라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우선은 십일조에 관한 내 고백부터. 부자청년은 예수님이 모든 걸 버리고 따라오라고 했을 때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뒤로 돌아섰다.

그를 예수님은 사랑하셔서 얘기해준 것이었는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짐만 가득 안은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나? 십일조를 나더러 ‘너 버는 것 중에 십 프로는 내 꺼니까 무조건 가져와. 안 가져오면 알지?’하고 사람처럼 하나님이 우스꽝스럽게 재촉하시는 것도 아니고, 무슨 수수료를 떼는 것도 아니건만 슬쩍 지난달은 건너뛰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결핍사고에 기인한 것 같았다.


아껴야 잘 살지...하는 말을 귓등으로 들었고, 당연히 십일조부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자리가 바뀌어버린 거였다. 결핍사고란 하나님 대신 뭘 붙잡고 그걸 의지하는 태도라고 본다. 돈이면 돈 일자리면 일자리, 그 무엇이든. 어떤 것도 하나님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러면 바보다. 모든 걸 주신 분이 하나님이시고, 모든 걸 주관하시는 분이 그분이란 걸 인정한다면 다른 걸 의지하고 있는 태도는 명백한 논리적 모순이다.


나도 성경의 그 문장을 오해했었다. 부자청년에게 모든 걸 버려야 제자가 된다고 말씀하신 줄 알았다. 물론 모든 걸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는 구절은 여러 군데 나온다. 허나 단순히 옷도 가지지 말고 밥도 먹지 말고, 재산도 다 팔고 하라는 말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한다. 소유권을 맡기라는 것이다.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게. 있어도 없어도 되게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부자청년처럼 곧잘 무거운 마음으로 양심을 바다건너 저 편으로 던지고 내 꺼부터 챙겨야 안심이 되는 건, 제대로 손에 쥔 걸 놓아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빈 손을 만들어서 하나님만 붙잡아보지 못했다는 것. 책의 한 부분에 전병욱 목사님이야기가 나온다. 한창 교회가 좁아터지고, 성전 건축을 해야 했을 시기인데, 누군가 5000만원 헌금을 하며 성전을 지으라고 말했다. 당연히, 거침없이, 고민할 것도 없이 성전을 지으면 그만인 걸, 인간 본성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해외에 교회당이 시급한 교회가 많다며 고스란히 보낸 것이다.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이야기의 완전히 배치된다. 참 멋있었다. 부자청년의 이야기가 이런 거구나 싶기도 하고.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 재산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꼼수를 가지고 내걸 챙겨두려는 마음을 버릴 것. 내 소유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도 좋지만, 우선 그걸 가진 내가 그분의 소유이므로 결론적으론 모든 것이 그분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나만 그분만의 소유가 아니라 나도 그분을 소유해야 한다는 사실. 그럴 때만 내 안에서 풍요가 있고, 인생이 풍요롭다는 것.


물론, 다 버리고 가난하게 살라는 말은 아니었다. 여전히 예수를 믿어도 가난할 수 있고, 경제적 위기에도 봉착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살고, 그분을 의지하고, 삶 자체를 그분의 인도 안에서 바꿔가라는 이야기다. 도깨비 방망이는 아니시지만, 그분의 마인드로 살면 바뀔 수 있다. 내겐 희망적인 이야기다.

난 너무나 이분법적인 사고로 배워왔던 내용들이었다. 돈을 좋아하면 안된다. 추구하면 안된다. 가난하게 살아라. (그러면서 헌금하라는 건?) 경제적으로 잘 안되는 건 하나님한테 뭘 잘못해서다. 등등등....절대 아니다. 분명히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경제적 한파가 그리스도인만 빼놓고 지나가지는 않는다. 어떻게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일어나느냐가 관건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나 그렇지 못하나 상관없이, 그분을 소유한 기쁨 안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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