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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ce 선택이 기회다
왕창 지음, 김택규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왕창의 이력만큼이나 특이한 책을 읽었다. 중국 최고의 대학 청화대를 나와서 세일즈를 투신했다면 사람들이 그를 이상하게 봤다는 그 말이 설득력이 있다.
중국도 인구가 많고, 각각 한 명 한 명이 '소황제'라고 불리울 만큼, 선택받은 아이들의 경쟁이 심하다. 자연히 교육열이 대단해서, 대학은 대단한 사람이 가는 학교다. 북경대학을 나온사람은 관리가 많고, 청화대학을 나온 사람은 기업인이 많다는 말이 있다.
그런 저자가 과연 비즈니스 현장에서 분석하고 써낸 글 답게 실용적이면서도 술술 읽힌다. 단지 인명이 좀 어려웠다. 중국식으로 한자를 읽으니까 익숙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런 건 차치하고,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쉽게 생기지 않는 비즈니스의 감각. 특히 정치 감각을 길러준 책을 만난 듯 싶다. 지난 번 하얀거탑을 보면서도 내가 얼마나 정치감각이 떨어지는지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사회생활이 공식대로 흘러가면 얼마나 좋겠나. 사실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또, 실력과 실적이 다 평가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싶지만, 그 실적이란 것도 순수하게 '경쟁'한다는 것은 사실 그거야 말로 '가상현실'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분명히 깨달았다.
선택이 기회라는 제목은 각 챕터마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어떻게 해야할지 시뮬레이션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붙인 것 같다. 주인공 홍쥔은 보수적일 수도 있고, 진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사내연애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검은 돈을 주며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모든 것이 흑백논리로 명쾌하게 나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것을 옳다고 지지하지 않는다. 선택에 따라 많은 변수가 파생되며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지는 까닭에 비즈니스는 정글이다.
그런 세계이지만, 한편 바둑의 정석처럼 새겨두어야 할 것도 있었다.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이메일보다는 전화'라는 것이었다. 이메일이란 통보란 느낌이 강하다. 난 전화를 기피하고 이메일로 처리하려던 단적인 사람이었다. 허나 그것이 받는 입장에서는 단호한, 선언적인 것이 될 수 있다면, 전화가 백번 낫다. 내가 '전화'를 잘 이용하지 못한다고 이메일을 택했다면 오히려 무덤을 판 것이다. 상대는 내가 전화를 잘하든 못하든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기본적으로 이메일보다 호의적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상사가 둘 이라는 대목도 크게 와닿았다. 줄서기란 측면에서 얼마전 난 확실히 선택을 해야했다. 물론, 무엇이든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라는 걸 깨달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상사가 한 명이면 좋지만, 지역과 업무에 따라 상사가 둘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상하 관계, 역학관계를 잘 알고, 상대에게 내가 적의를 갖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며 객관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되, 필요이상으로 말하지 않고, 경청하는 것. 비즈니스 맨의 필수다.
늘 느끼지만 정치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의 권모술수가 더럽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실제 인생살이에도 정치는 개입된다. 큰 것만 정치는 아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추임새 하나 제대로 넣는 것. 그것도 정치다. 현명한 여자의 연봉 협상법, 달라진 현실을 이용하는 여자가 되라는 책을 보면 여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도 일한 만큼 챙겨가지 못하는지, 남자들은 얼마나 게임에 익숙한지 언급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여자는 '징징댄다' 자기를 PR하는 것이 약하다. 그리고 상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걸 종종 잊고, 회사에 유익이 되는 일을 먼저 택하는 우를 범한다.
상사가 관심있는 일이, 회사도 사는 일...이라는 이야기, 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게 정치인 듯하다. 홍쥔은 자기의 위치와 앞으로 비전, 그걸 가늠하는 탁월한 감각으로 일했다. 그러나 감각만은 아니다. 매순간 그가 헤쳐가는 선택의 결과가 이 책이다. 시뮬레이션 게임같기도 하고, 실전 입문교과서 같기도 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비법말이다.
이제 다음 책으로는 전쟁의 기술을 고르고 싶다. 한번 붙어보자는 이야기지.....정치로 나를 일으키고싶진 않지만 정당한 몫을 빼앗기거나 고객을 놓쳐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