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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보
내내 불편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난 우리가 지난 4년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났다오. 벌써 4년이 넘게 지났구려.
세상의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인가 보오. 체제의 다름에 상관없이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다름이 존재하고, 서로 다른 신분, 서로 다른 경제적 위치와 정치적 성향 그리고 가치관 등등등. 하긴 이 지구상에 어느 누구 하나도 서로 같은 사람이 존재하겠소만....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쉽지 않은 성인들의 길이라는 걸 안다면, 결국 우리는 2006년을 살아가는 오늘과 수백년 전인 '뿌리깊은 나무'의 시대와 같은 일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소. 보수와 개혁의 갈등과 대립. 가진자들의 뺏기지 않으려는 몸부림...
2006년의 끝자락을 보내는 있는 요즘에 왜 이렇게 아파트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을까를 한번 생각해 보았소. 혹자들은 시장의 원리에 준해서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심리적이라고들 하오. 그러나 난 생각하기를 그 가장 근저에는 기득권층에 있는 사람들의 농간이라 생각하오. 고졸출신의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 그들은 처음부터 그랬소. 지난 50년 넘게 누려온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이용하는 잇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그틀을 부수려고 하는 대통령간의 힘겨루기가 아닐까 생각하오. 그런데 이번의 아파트 싸움은 오히려 대통령이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저들이 먼저 시작했소. 1년남은 차기 대선에서의 선점을 위해서는 서민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주거 문제를 건드리는 것 쯤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 아니겠소. 잘못된 정책, 잘못된 대통령으로 남아 주어야 이제는 저들이 말하는 빼앗긴 10년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말이오.
여보. 늘 곁에 있어 고마움을 몰랐던 우리의 이 글. 이 한글에 대해서 어쩌면 우리는 한번도 그 수고와 아픔이란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지 모르겠소. 그저 그런 것이었겠거니... 세종대왕이야 말로 정말로 위대한 성군이었다고, 한글을 만들어 배포하였다고... 이렇게 참 편하게도 생각했었소. 그런데, 책장의 책장을 넘기면서, 충분히 이럴 수 있겠구나 하는 아픔이 들더구려. 수백년을 넘게 중국의 문자를 배워서 그것으로 자신들의 위치를 지켜온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로 농부들 같은 무지랭이들, 시정잡배와 같은 상인들, 심지어는 더러운 천민들까지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세상은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기도 싫은 세상인 셈이라는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되오.
보수주의자, 기득권층, 가진자들은 꼭 돈이 많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 만을 칭하지는 않잖소. 현재의 내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 정신적인 우월감 등 만으로도 충분히 보수주의자, 기득권층이 될 수있소. 우리는 주위에서 이런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만나고 있지 않소. 자기 집이 없어도, 본인이 일류대학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난 50년동안이나 권리를 누려 온 자들을 오히려 두둔하는 사람들 말이오.
노무현 대통령. 4년전 우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 사람들은 그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들이었소.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변한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를 뽑아준 사람들이었소. 오히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기성세력에 대한 과소평가라고나 할까? 기득권의 대변인인 언론을 A잖아보고, 보수 세력에 대한 힘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오. 우리 스스로도 그가 대통령이 되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었소. 대선자금의 비리를 수사하는 일부터, 행정수도 이전, 국가보안법 폐지, 사학법 재개정 등등등... 솔직히 우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 부터 해주기를 바랐고, 원했던 일들을 하려고 할 때 마다 목숨 걸고 반대하던 기성 세력때문에 물러나야 했고, 할 수가 없었고... 결국은 저들은 서민들의 눈과 귀를 완전히 멀게 하려고 마지막으로 아파트라고 하는 주거의 문제를 가지고 세력화 시켜 버리고 말은 듯한 느낌이오.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FAT와 자이툰 부대 파병만을 빼고는 우리가 그를 뽑아주었을 때 해주기를 바라는 것들이었는데도, 사람들은 먼저 변했소. 이제는 피곤하다고 하오... 바로 저들이 원하는 그 시나리오대로 말이오.
새로운 시대를 원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시대를 지키려는 사람들간의 싸움은 목숨이라도 걸게 되기 마련이잖소.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는 이 두 세력간의 목숨을 건 싸움을 말하고 있소.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면서 지켜낸 우리의 글자.
생각해보면 말이오. 정말로 이 소설에서 처럼 그랬을 것 같소. 훈민정음이 언문이라는 이름으로 될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섦움도 결국엔 그렇기 때문 아니겠소.
여보. 그렇지만 정말로 진실과 진리는 존재하는 것이고, 가치를 인정받게 되기 마련이오. 전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리의 한글이 이렇게 우리에게 있듯이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