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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왜곡의 역사 - 누가, 왜 성경을 왜곡했는가
바트 D. 에르만 지음, 민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Misquoting Jesus" 라는 원제가 번역본의 제목인 "성경왜곡의 역사"보다는 저자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담은 제목으로는 더 적당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 제목을 번역한다해도 우리말의 '왜곡'이라는 단어의 불편한 어감이 끝내 발목을 잡는다. '잘못 인용된 예수'라고 해야 하나??? 이것도 웬지 적절치 않은 것 같지만...
지난 몇년 전부터 시작된, 성서및 기독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예수에 대한 의문과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견해와 해석과 논란등... 사회적 이슈가 되기전부터의 나의 개인적인 가치관의 변화를 주는 많은 사실의 발견은 이미 이 책을 읽기전부터 본문 내용에 대한 논란과 나름대로의 결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책은 이러한 성서적인 단편적인 논란에 한획을 그을 수 있는 정점이었다. 파열되어 있는, Puzzle과도 같은 단편적 사실들의 논리정연한 정리는 내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바트 어만이라는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종교학부 학장으로 있는 교수이다. -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은 정치학으로 유명한 곳이라서 내가 아는 선배 한분도 그곳에서 미국학을 공부하고 귀국하여 한국에서 미국학이라는 강의를 하고 있다. - 한국의 신학 대학에서와는 달리 외국의 종교학과에서는 다양한 의견의 수용이 용인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의 장로회 신학대학에서의 커리큘럼이나 수업의 근저는 한가지 목표(한국의 기독교를 융성 발전시키자)를 정해놓고, 모든 학생들이 그 목표를 위해 공부하고 세뇌당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물론 내가 직접 모르는 그곳에서도 실제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의 바탕위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성경에 대한 시각은 어때야 하는가? 내가 어릴 적부터 품어왔던 이 심각한 고민은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잘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성경에 대한 나의 모든 고민이 말끔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교회 교육이라는 테두리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면서도 아무도 얘기해 주는 이도 없을 뿐더러, 얘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는 공간에서의 허망함에 비한다면 그래도 한결 속 시원한 얘기를 들려준 책이다.
저자는 성서는 매우 인간적인 책이라는 말로 글의 전제를 삼고 있다. 저자 역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으며, 소위 말하는 '거듭남'의 체험 후에 목회자의 길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성서에 대한 궁극적이고도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성서란 어떻게 만들어진 책이며, 어떻게 전승되어 왔으며, 그 와중에 어떻게 변형되어 왔고, 마지막으로 우리의 손에 쥐워진 바이블은 어떻게 정립되었는가에 대한 역사적 고찰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지은 책, 인간이 전승한 책, 한사람이 낭독하고 다른이가 받아적으면서 복사되어 계승된 책, 수많은 이문들 중에서 정통이라는 쪽이 승리하면서 한가지 사상으로 통합된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논리적 모순이 존재하는 책이다.
무조건적이고 - 어떤 이들은 소위 신앙적이라는 의미를 이 무조건적이라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 비논리적인 많은 것들 속에서, 그래도 가능한한 상식적인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나 역시 아직도 찾고 있는 참된 신앙이란 어떤 것일까에 대한 의문의 길위에 한 이정표를 놓을 수 있는 책이었음을 고백한다.
알라딘 서평의 pain69라는 분의 서평이 이 책을 구매하게된 결정된 계기였다. 절판되기 전에 어서 읽어보아야 할 것이라는 그분의 다급함이 나를 서두르게 하였고, 이렇게나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