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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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게서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식물로 인해서도 위로를 받을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아니 위로를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식물을 그리는 식물학자 신혜우의 산문집 <이웃집 식물상담소>를 읽고 알았다. 식물이 위로를 준다는 사실을...

이 책은 식물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다. 식물상담소를 운영한 2년여 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삶에 지쳐 위로받고자, 식물을 너무 사랑해서, 식물이 궁금해 식물을 만나러 온 사람들이었다.

'상담자는 식물에 대해 알게 되었고, 저는 다양한 상담자를 통해 인생 수업을 받은 것만 같습니다. (p. 9)'

그들과 만나 식물 지식을 나누다 보니 삶의 지혜, 깨달음도 서로 나누어 가졌다. 식물 세밀화와 함께 여러 이웃들과 나눈 따뜻한 이야기를 <이웃집 식물상담소>에 담았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물어보고 싶다.
“그 식물의 꽃과 열매를 본 적 있나요?"
“그 식물의 진짜 이름과 고향을 아세요?" (p. 25)'

식물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제각각임을 알게 되고, 뿌리가 사람처럼 생긴 맨드레이크, 잡초 취급받은 식물들, 열매가 커지면서 조각배 모양을 갖춰가는 벽오동 열매, 감자와 고구마의 꽃과 열매처럼 숨겨진 모습도 알게 된다.

식물과 함께 한 서로 다른 내밀한 추억도 즐겁다. 어릴 때 까마귀쪽나무 열매는 먹고 씨앗은 새총의 총알로 사용한 이야기, 당산나무 채집에 얽힌 괴담, 우산 모양으로 만들어 접었다 펼치며 놀던 수크령(식물 이름이 낯설어 사진이 찾아보니 나도 어릴 때 우산으로 만들어 놀던 식물이었다).


'인간은 어떤 미지의 존재를 만나면 나와 이방인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 내에 그 존재를 넣으려고 한다. (p. 93)'

식물 본래의 아름다움은 무시한 채 인간의 욕심으로 아름다움을 조작하여 감상한다. 영양을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주어 번식을 방해하고, 외래종이라 또는 잡초라며 인간 위주로 분류하여 업신여긴다. 함께 하기보다는 물건 취급하며 삐딱하게 소유하려 한다.


식물을 알아가다 보니 식물들이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자신들을 드러내며 말을 걸어온다. 조밀 조밀, 촘촘하게, 듬성듬성, 삐죽삐죽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며...

움직이지 않는다 하여 감정이 없다고 여길 게 아니라 말을 걸어오는 식물들에게 감정을 갖고 대답하기를 바라는... 걷다가 만나는 많은 종류의 식물들에게 다가가 그 아름답고 신비로움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웃음을 지어 보이게 하는 신혜우의 다정한 '식물상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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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도 날고 우리도 날고 연시리즈 에세이 9
김명진 지음 / 행복우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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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설렘 속에 계획을 한다. 설렘은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한다. 하지만 불안함도 생긴다. 낯선 곳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마음 말이다.

나처럼 불안이 앞선 이들이 여행하는 방식은 안전한 패키지여행이다. 정신없이 빡빡한 여행이다. 이런 여행에서는 여행지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낱말들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하다. 여유가 없으니 관찰할 수도 없고 그러니 기억 속에 남는 것도 없다. 나중에 보지도 않을 사진만 가득 남을 뿐이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됐으니 나눌 이야깃거리도 없다.


이와 달리 김명진 작가가 계획한 아들과 함께한 여행은 약간 불안함이 동반되기는 하지만 불쑥불쑥 엉뚱한 일이 생기곤 하니 책으로 써야 할 만큼 할 이야기도 많다.

쉬는 날 없이 밤늦게까지 일하는 걸 뿌듯하게 여겼던, 그래서 아이들과 추억이 없는 나에게, 아이와 함께 한 여행기는 내내 부러운 마음을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여행하며 겪는 우여곡절은 짜증, 웃음, 애틋함과 같은 여러 감정을 나누게 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해석도 아빠와 아들은 다르다. 여행은 그 다름을 서로 알게 한다. 아빠와 아들이 서로 알아가며 장면들이 곳곳에 있다. 서먹함이 없어지고 둘의 사이는 좀 더 가까워진다. 여행이 주는 선물이다.

"아빠 힘들면 도망가!"라는 11살짜리 아이의 한마디로 시작된 여행은 뭔가 얽매고 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여행이 됐다. 누구나 얽매인 삶을 싫어하지만 그곳에서 빠져나오려 하지는 않는다. 용기 없음을 드러내기 싫어 핑계를 댄다. 우리 인생에 "아빠 힘들면 도망가!"라는 경고를 몇 번이나 듣게 될까? 또 몇 번이나 무시하며 우리는 살까?


육아휴직 1년, 퇴직 후 1년이란 시간을 아들과 7번의 세계여행으로 채우기로 하고 실행에 옮긴 여행 이야기 <오리도 날고 우리도 날고>는 대단한 선택이 담은 책이다. 계획했을 때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핑곗거리가 생겨 절대 할 수 없는 여행이란 걸 눈치챈 작가는 무모한 여행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꿈을 꾸듯 행복한 여행이었다.

추억은 사랑하는 이와 같이한 시간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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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
도몬 후유지 지음, 이정환 옮김 / 경영정신(작가정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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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일본의 인물을 다룬 소설들이 등장했다. 일본 메이지유신의 발판을 마련한 사카모토 료마를 다룬 <료마가 간다> 그리고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부터 메이지유신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쓰에 이르기까지 일본에서 영웅이라 일컫는 이들이 모두 등장하는 <대망>이다. 둘 다 시바 료타로의 작품이다. 당시 두 소설의 인기가 대단했다. <료마가 간다>는 읽었고(아직도 소장 중), <대망>은 대충 줄거리만 안다.


그 즈음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됐던 또 하나의 책이 도몬 후유지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간경영>이었다. 웬만한 기업에서 필독서였다. 특히 경영진과 정치인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세 인물,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리더십을 교과서처럼 여겼었고, 세 인물의 리더십을 자신들과 견주어 비교하기도 했다. 세 사람의 두견새에 대한 일화는 이야깃감으로 제일 많이 오르내렸다.

'세 사람은 두견새를 소재로 하이쿠를 읊었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고 읊었고,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해야 한다"고, 도쿠가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읊었다. (p. 18)'

급한 성격의 노부나가, 자신감이 가득한 히데요시, 인내의 도쿠가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울지 않는 두견새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정책적으로 표현한다면, 노부나가는 일본을 평화롭게 만드는 데에 방해가 되는 모든 낡은 가치관을 파괴했고, 히데요시는 노부나가가 파괴한 황무지에 새로운 일본을 건설했고, 도쿠가와는 그것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각각 맡은 일이 있었다는 뜻이고 결국 일본을 평화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뜻이다. (p. 71)'


세 사람을 비교 평가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이런 가요가 있다. 노부나가가 반죽하고 히데요시가 만든 천하라는 떡을 간단히 먹어버린 도쿠가와. (p. 153)'

노부나가는 옛 일본을 붕괴시켰고, 히데요시는 새로운 일본을 만들었고, 도쿠가와는 일본을 유지, 관리했다는 세 사람의 역할을 은유한 이야기다.


도쿠가와는 한 사람에게 꽃(권력)과 열매(금전적 대가)를 함께 쥐여주지 않음으로써 측근들을 서로 견제 관리했고, 멀리 있는 사람과는 가까워지려 했고 측근과는 적절하게 거리를 둠으로써 형평성과 보편성을 유지하여 객관성을 확보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이 두 번째 인간경영 방법이었다.

저자 도몬 후유지는 도쿠가와의 인간경영 방식이 경영자와 정치인에게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경영이나 정치가 결국 사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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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레이밍 - 계획이 틀어져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 문제 해결 방식
토마스 웨델 웨델스보그 지음, 박정은 옮김 / 청림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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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프레임 이론'을 각인시켰다.

"코끼리는 생각하자 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내 머릿속에는 코끼리의 이미지가 자리 잡는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에 실패하고 만다. 프레임, 즉 '인식의 틀'은 인간이 판단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구조다.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프레임을 사용하고 이를 이용해 생각한다.

정치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아니 이용하는 것이 프레임 전쟁이다. 어느 한 쪽이 자기 쪽에 유리한 프레임을 들고 나왔을 때 상대편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이동시키려 하지만 한 번 형성된 프레임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여러 번 등장하는 엘리베이터 문제다.
어떤 건물에 세입자들이 건물주에게 불만을 제기한다, 엘리베이터가 구식이고 너무 느려 불편해서 못마땅하다. 건물주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엘리베이터 속도를 빠르게 개선하거나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성능 좋은 신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리프레이밍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토하게 될 방법들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문제를 바라보는 안경을 바꾸지 않는 한 같은 방식으로 언제나 똑같은 해결책만 제시한다. 웨델스보그의 <리프레이밍>는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올바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세상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고자 '문제 리프레이밍 reframing the problem'또는 줄여서 '리프레이밍'이라고 불리는 매우 특별한 기술을 공유할 것이다. (p. 7)'

1부에서는 리프레이밍이 왜 필요한지 와 리프레이밍을 통해 얻게 될 효과는 무엇인지를 다룬다. 2부에서는 리프레이밍 실천을 위한 단계별 기법을 설명하고, 3부에서는 리프레이밍을 실행할 때 나타나는 방해 요인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리프레이밍을 통해 얻게 될 엘리베이터 문제 해결방법은?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단다든지 또는 엘리베이터가 작동할 때 음악이 들리게 한다든지 와 같은 해결책이다.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개선되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를 교체하지 않았지만 세입자들은 거울을 보느라, 음악을 듣느라 더 이상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느끼지 않는다.


리프레이밍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막강한 힘을 갖게 한다. 어려움에 맞서는 프레임 전환의 힘은 직장, 가정, 인간관계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게 한다. 엉뚱한 문제에 매달려 낭비할 시간을 없애준다. 자신의 가치도 높여준다. 그리고 나와 관계된 사람과 조직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프레임 전쟁에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저자의 조언을 꼭 지켜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이 이 책을 내려놓은 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두 가지 조언을 건네고 싶다.
첫째, 리프레이밍 기법을 가능한 한 많이 연습하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
둘째, 살아가면서 적어도 다른 한 사람에게 기법을 공유하기를 추천한다. (p. 296,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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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 본격 식재료 에세이
이용재 지음 / 푸른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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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 <신상출시 펀스토랑>에서 맹활약하는 어남선생 류수영, 포털 검색하면 그의 레시피가 가득하다. '남편이 먹거리를 잘 만드니 박하선 씨는 좋겠네'라고 말하면서 아내를 쳐다보는 순간... 아차 싶었다. 아내들 입장에서 어남선생을 보고 남편을 보면? 어남선생으로 인해 고초를 당할 남편들 생각을 했어야 했다.

건축을 전공하고 애틀랜타 건축회사에서 일했던 저자 이용재의 식재료 에세이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는 배우 류수영과 어남선생 만큼이나 의외의 부캐다.

'식재료가 순리에 따라 되고 싶은 음식과 요리는 과연 무엇일까? 이를 인간의 시선으로 바꿔 말하면 식재료마다의 '포인트', 즉 알아두면 좋을 식재료 정보라 하겠다. (p. 9)'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연재한 '세심한 맛'이라는 칼럼 중 60여 편을 추려 다듬은, 향신료부터 채소, 육류, 해산물, 과일, 유제품과 곡물까지 약 60여 가지 식재료를 소개한 '식재료와의 대화'이다. 저자는 이 책을 요리 공부를 하기 전에 읽어보면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평범한 식재료에 또 다른 평범한 식재료를 더할 때 그 맛과 향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식재료의 환상적인 궁합을 우선 알려준다. 바질 향이 조금 약하다면 고수를 사용하면 된다. 로즈메리는 닭고기에 타임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에 잘 어울린다. 의아하긴 한데 후추는 딸기와 어울리고, 안초비는 갓 지은 밥에 비벼 먹으면 맛있고, 견과류와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는 마늘, 사과는 치즈와 잘 어울린다.

식재료를 다루는 팁도 책에 담겼다. 허브는 물기를 축인 종이 행주로 가볍게 감싸서 지퍼백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마늘은 차가운 상태의 기름에 넣고 천천히 온도를 올려야 한다. 고구마는 최대한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구울 것을 권한다. 방울 양배추를 버터로 지질 때 맛이 최고다. 새우는 대가리라도 빨리 떼어 냉동해야 선도가 더 떨어지지 않는다.

식재료 상식도 참고할만하다. 냉장고 얼음보다 파는 얼음이 퀄리티가 더 좋다. 음식 맛이 밍밍하다면 소금보다 식초가 필요한 상황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잼을 집에서 만드는 건 정중히 말린다. 구워 먹기 좋은 과일은 천도복숭아다. 두부는 갓 만든 게 최고다. 딱딱한 버터는 먹을 만큼만 강판에 갈아 쓰는 것이 좋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고 했던가? '식재료를 알면 무조건 맛있다'에도 적용 가능할듯하다. 장을 볼 때도 식재료 고르는 맛이 있어 재미있을듯하고. 당연한 소리겠지만 어울리는 식재료를 알고 이를 조합해 음식을 만드니 모두 어남선생이 될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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