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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책 ㅣ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사키 외 지음, 김석희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평점 :
죽음이란 주제를 외면할 인간이 있을까.
<죽음의 책>은 이제까지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으로 내놓은 39인의 작가, 40권의 책, 1천여 편의 단편소설 중 '죽음'을 테마로 한 엔솔로지다.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플래너리 오코너, 토마스 만, 리처드 매시슨,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유도라 웰티, 제임스 서버, 잭 런던, 윌리엄 트레버, 기 드 모파상,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사키, 레이 브래드버리, 알퐁스 도데, 윌키 콜린스, 그레이엄 그린, 몬터규 로즈 제임스, 오에 겐자부로, 진 리스. 익히 알려진 작가 19인의 걸작들.
어디서 죽는지, 죽는가는지도 모르는 익사하듯 죽는 죽음 <12번 트랙>. 분노와 공포도 없이 거부하는 죽음에 맞서 강물을 거스르듯 죽는 죽음 <강>. 죽음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의지가 충족되자마자 죽는 죽음 <행복에의 의지>. 죽음은 자신에게 갈 곳이 없음을 깨닫는 것 <뜻이 있는 곳에>. 공포가 아니라 약간 추울 뿐인 죽음 <세마외르>.
거꾸로 고꾸라져 볼썽사나운 <클라이티>의 죽음. 고작 <쏙독새> 하나 때문에 죽은 죽음. 바보같이 얼어 죽는 죽음 <불 피우기>. 세상의 불의를 뻔히 쳐다보면서도 맞설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죽는 죽음 <호텔 게으른 달>. 아무리 죽음을 앞둔 <늙은이>라도 결코 미리 준비할 수 없는 것이 죽음.
끝까지 질투하며 죽는 죽음 <교회의 승인 없이>. 마치 자신의 일상에 죽음이란 없다는 듯 사는 이에게 찾아오는 죽음 <거미줄>. 역사를 바꿔놓은 죄책감에 스스로 선택한 죽음 <우렛소리>. 엄청난 충격에 고함을 지르며 죽는 떼죽음 <세미양트호의 최후>. 고독과 침묵으로 죽는 날까지 <가족의 비밀>을 간직한 죽음.
두려운 의심을 심어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간 죽음. 죽어서까지 복수하는 억울한 죽음 <물푸레나무>. 해부를 기다리는 물체에 불과한 죽음 <사자의 잘난 척>. 주변에 <한잠 자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부인>이란 말만 전하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죽음.
인간의 죽음을 그저 '슬프다'라는 말 하나로 규정하기엔 부족하다. 이들 작가들이 들려주는 여러 죽음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마주하고 드는 생각은,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죽음을 바라보며 죽을까? 아님,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음이 찾아올까.
죽는 순간 의식이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떤 깨달음을 얻고 죽을까.
나의 마지막 기억은 무엇일까.
마지막 품은 감정은? 원한에 사무쳐 분한 마음으로 죽음을 대할까? 안타까움을 동반한 미련? 평안한 마음으로 웃음 지으며 잠들게 될까?
궁금하긴 하지만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 순간을 맞닥뜨리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는 것들...
삶만큼이나 다양한 죽음이 존재한다. 다시 한번 죽음에 관해 통찰하게 되는 픽션, <죽음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