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자주]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표지 2종 중 랜덤) - 27편의 명작으로 탐색하는 낯선 세계사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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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고양이>에서 고양이는 주인인 셋째 아들에게 왜 하필 장화를 달라고 했을까? 고양이가 신은 장화는 승마용 부츠로 당시 근위대인 총사들이 즐겨 신었다. 셋째 아들을 영주로 만들어주기 전에 주인에게 충성하는 총사의 자격을 달라는 의미를 고양이는 장화를 통해 전달했다.

'문학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면 역사는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동하는 유럽인들에 초점을 맞추어 서구 위주로 세계의 틀이 형성된 과정을 다룬다. (...) 새롭게 살 곳을 찾아 이동한 개척자들이라지만, 반대편 시각에서 보면 침략자일 수도 있다. 주인공이 바뀌면 다른 역사가 되는 이야기, 바로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다. (p. 4)'

문학과 역사, 인간에 관심 많은 이야기꾼, 박신영의 <백만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의 후속작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27편의 명작에 재미있는 질문과 의문을 품고 그리스 로마시대, 중세, 제국 시대를 거쳐 1,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사를 다른 시각에서 탐색한다.


제우스는 왜 바람둥이일까
정복의 역사가 숨어있다. 헬레네 민족이 그리스를 정복하면서 원주민들이 숭배하는 여신들의 능력을 뺏어 제우스에게 주려다 보니 속임수를 쓰거나 반강제로 성관계를 할 수밖에.

신데렐라는 왜 밤 12시 전에 돌아와야 할까
중세에는 평민인 여자가 왕자와 결혼할 경우 첩이 되는 처지였다. 그러니 왕자가 신데렐라에게 빠져 구혼을 하더라도 섣불리 성관계를 해서 첩이 되지 말고, 밤 12시 전에 돌아오라는 요정 대모代母의 당부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딸 가진 부모 마음은 한결같다). 결국 왕자가 구두를 들고 신데렐라를 찾아온다. 그래서 동등한 조건의 결혼이 성사된다.

어떤 마녀는 왜 벌받지 않을까
왕자를 개구리로 만든 마녀도, 야수를 만든 마녀도 벌받지 않는다.
'선량하든 사악하든, 인간이든 마녀든, 왕비든 평민이든, 친엄마든 계모든 상관없다. 이런 과정을 이끌어주느라 악역을 맡은 성인 여성들은 아이들에게 마녀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렇다. 동화 속의 어떤 마녀들이 벌받지 않는 이유는 사실 그들이 잔소리꾼 친엄마 혹은 엄마의 위치에 있는 유모나 교사 등 주변의 성인 여성들이었기 때문이다. (p. 230)'

<백설공주>의 난쟁이는 누구였을까? 백설공주가 집안일을 하고 저녁밥을 지어놓을 동안 난쟁이들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오는 것일까?
1800년대 석탄은 산업혁명을 일궈냈다. 석탄 캐는 탄광에서 갱도를 오가며 석탄을 나르는 일에 어린아이들은 고용했다. 갱도를 좁게 파 비용을 절감했고 임금을 적게 줄 수 있어서였다. 갱도에서 허리도 펴지 못하고 일하는 어린 광부들은 커서도 키가 작았다. 그래서 이 어린 광부를 난쟁이 Zwerg라고 불렀다.

조로가 입은 검은 옷은 에스파냐계 사람들에게 지배자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자 장수가 미친 이유는 모자를 만드는 펠트 천을 처리할 때 질산수은을 사용했고 수은은 모자 만드는 사람들에게 경련, 우울증,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켰다.

너무나 잘 아는 27편의 이야기를 여러 갈래로 읽고, 유럽 세계사를 또 다른 측면의 역사로 보는 재미가 넘쳐난다. 주인공이 바뀌니 낯선 이야기가 반전의 역사가 다가온다.


(물론 드물긴 했지만) 아이들이 어릴 적에 양옆에 끼고 누워 동화책을 읽어주듯, 성인이 된 딸아이에게 새로운 동화 이야기를 했더니 관심을 보인다. 어렵게 느끼는 세계사를 동화처럼 흥미롭게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지금은 데면데면한 아이들과 관계를 어릴 때의 행복했던 때로 회복시켜주는 그런 책이기도 하고.

다음은 동양 편이란다. 동양 이야기와 동양 역사는 또 어떤 다른 이야기로 풀어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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