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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셰익스피어 -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꺼내 읽는 삶의 지혜 ㅣ 한 학기 한 권 읽기 1
한기정 지음 / 그린비 / 2022년 11월
평점 :
셰익스피어의 서른일곱 개 희곡에 1,222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하느님 다음으로 많은 인물을 창조한 사람은 셰익스피어라는 말을 남겼다.
지성을 갖췄지만 우유부단의 대명사가 돼버린 햄릿, 불안과 공포에 스스로 무너져버린 맥베스, 열네 살의 어린 나이에 맹목적이고 불꽃같은 사랑을 한 스윗 소로우의 상징 줄리엣,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이라 하기엔 좀 억울한 샤일록과 천하에 불효 자식인 샤일록의 딸 제시카,
권위에 가려 단순한 진실조차 보지 못한 리어 왕 그리고 버림받았음에도 끝까지 아버지를 사랑한 리어 왕의 셋째 딸 코델리아, 젊은 왕자 핼의 허물없는 친구인 자유로움과 뻔뻔함을 갖춘 놈팡이 노인 폴스타프, 성공적인 리더의 자질을 발휘한 핼 왕자 헨리 5세, 의심 많고 마음이 약해 사랑하는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 악의 화신 이아고...
또한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창조한 수많은 캐릭터에 인간의 모든 문제를 투영했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을 셰익스피어처럼 광범위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룬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선과 악, 사랑, 복수, 야망, 질투, 우정, 명예, 권력, 위선, 배신, 기만, 양심, 고통, 정의, 성공 그리고 실패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인간의 문제를 다루며, 개성이 넘치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캐릭터를 통해 절묘한 언어의 배합으로 얘기합니다. (p. 6)'
이런 이유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기와 인간관계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셰익스피어를 멘토로 삼아 문제 해결의 지혜를 구하는 일이 가능하다.
셰익스피어 경력의 시작은 배우였다는 설이 있다. 배우로써 평가는 좋지 않아 대사가 적은 역할을 했다는 증거도 있는 모양이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은 셰익스피어가 죽은 날에서 유래했다. 셰익스피어는 아내에게 두 번째로 좋은 침대를 물려주었고 대부분의 유산은 딸에게 주었다. 가장 좋은 침대도 아니고... 왜 그랬을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단어 중 1,700개 정도는 셰익스피어가 만들어 낸 단어라고 한다. 당시 지식인들이 20,00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니 영어와 영문학에 미친 영향은 엄청나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흥미로운 셰익스피어의 에피소드는 그이 작품이 영화에 사용된 외계어로도 번역된 사실이다. ㅎㅎㅎ
' BBC에 의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800편 이상의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중에도 <햄릿>은 50편 이상의 영화로 발표되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1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특이하게도 영화 <스타트렉>에서 사용되는 외계어 클링온으로도 <햄릿>과 <헛소동>이 번역되었다고 합니다. (p. 127)'
셰익스피어를 모조리 탐독한 한기정의 <멘토 셰익스피어>에 담긴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와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재미있게 여행하는데 안내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셰익스피어를 들어 알기만 할 뿐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의 작품에 도전하는 용기를 주는 책이다.
아 참, 책의 앞부분에 실제 셰익스피어의 모습과 가장 가깝다는 찬도스 공작이 소유했던 찬도스 초상화가 있다. 자세히 보면 한 쪽 귀에 귀걸이를 하고 있다. 그의 작품처럼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추구했던 것일까?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것이 고귀한 일인가..." (...)
"사느냐 죽느냐"의 원문은 "To be or not to be"인데 우리 말로 딱 들어맞게 번역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을 얘기하고자 했다면 왜 "To live or to die"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햄릿은 개인의 차원에서 자살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지만,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뇌를 철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p. 41,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