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점을 배우다
강은주 지음 / 이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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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 누드 그림이 많을까?
'누드는 단지 옷을 입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나체 naked와 달리 인간의 벗은 몸을 그린 이미지를 말합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보이는 대상화된 신체 이미지입니다. (p. 96)'

누드화는 남성에게 소비되는 작품으로 남성들의 성적이고 탐미적인 대상으로 제작됐다. 누드 미술에도 성의 권력관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했다. 여성 신체의 아름다움은 남성들의 시선에 맞춰졌고 우리 모두는 이에 동조해왔다.

미술가들은 오랫동안 미술에서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다뤄왔고, 그 주체는 남성이었다.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는 섹슈얼리티는 그림에 없었다. '그 이유가 뭘까?'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은 미술의 역사에서 여성 미술가의 위치가 어떠했는지, 미술에서 여성 이미지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 두 가지 흐름을 살펴보며 답을 찾아나간다.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은 이화여대에서 '인생수업'이라 불리는 강은주의 '여성과 예술' 강의를 풀어쓴 글로, 미술사를 젠더 이데올로기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정리하면, 남녀를 분리하고(성차별), 남녀를 상하 관계로 설정하여(성 위계), 불평등한 구조(성 불평등)를 합리화하는 모든 사고 체계를 젠더 이데올로기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젠더 이데올로기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함으로써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을 축소하고 위치를 낮추는 데 일조해왔습니다. (p. 49)'

앞서 누드화에서 이야기했듯 미술은 여성의 신체를 남성들의 탐미적 대상으로 삼았고, 부드러운 특성으로 여성성을 규정하여 저항하는 여성은 야만적인 존재로 그림에 담았다.

그림 속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라는 역할을 강조하며 성스럽다 못해 신적으로 묘사하면서 여성의 성 역할을 가정으로, 수동적인 모성애를 가진 양육자로 여성 존재를 제한해 공적,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남성의 불안과 거부감은 상당했다. 당시 여성의 성 역할과 여성에게 허용된 교사, 가정부와 같은 직업의 범위를 벗어나 사회에 진출한 여성을 타락한 여성으로 이미지화했다. 이브를 원죄의 기원으로 삼았고, 적장인 아시리아 장군의 목을 잘라 유대 민족을 구한 민족 영웅 유딧마저도 전형적인 팜므파탈로 그림에 묘사하는 등 여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페미니즘 방법론으로 미술 보기는 낯설기만 하다. 익숙하지 않아서이다. 강은주의 <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은 새로운 미술사 보기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우리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틀 하나를 추가해 준다.

미술에서조차 여성은 소외되어 왔고 주체가 되지 못했다. 미술사 수업으로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점을 하나 더 얻었다. 남녀라는 구분이 아닌 인간이란 인식을 갖고 공존하는 관점을 배웠던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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