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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평점 :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기 며칠 전 아내와 집에서 영화 두 편을 봤다. 내가 인생 영화로 꼽는 <미드나잇 인 파리>보며 왜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이곳을 아름다운 시절로 여기지 않고 과거를 더 동경하는지를 생각하며 비 오는 파리에 흠뻑 빠졌다.
아내도 인생 영화가 있다고 해서 <어바웃 타임>을 내친김에 이어서 봤다. 오래전에 본 탓인지 '이런 장면이 있었어?'란 말을 여러 차례 서로 주고받았다. 시간 여행 능력이 있다면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할까? 풉~ 우리 부부는 역시 속물... 돈 벌 궁리부터 했다.
<영화관에 간 철학>은 30년, 영화로 철학 강의를 이어온 중년의 철학자 김성환이 철학이라는 창으로 영화를 들여다본 이야기다. 22편 영화 속에서 인생과 세상을 읽으며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난다.
알다시피 <어바웃 타임>에서 아빠는 팀의 스무 살 생일에 시간 여행 능력의 비밀을 알려주면서 그 능력을 '우리 속물 부부'처럼 돈을 위해 쓰지 말라도 충고한다. 팀의 아빠는 책을 읽는데 썼고, 팀은 사랑을 위해 쓴다. 김성환 교수는 이 영화에서 무엇을 봤을까? 철학이란 프레임을 통해서...
'<어바웃 타임>은 서로 마주 보는 사랑 영화다.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도 들어 있다. (p. 66)'
서로 마주 보는 사랑, 그 사랑은 감정의 배타적 인정이어서 흔들리기 쉽다. 하지만 인정의 반대가 무시이기 때문에 무시를 느끼는 것보다는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이 소중하다.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은 삶의 지혜(sophia)를 사랑하고 추구하는(philos) 철학(philosophia)이라고 소크라테스가 알려준다.
팀과 메리의 사랑 감정, 메리가 셋째 아이를 갖자고 할 때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공유하는 팀과 아버지 사이의 사랑에 '마주 보는', '함께 같은 쪽을 보는' 두 가지 사랑이 모두 들어있다.
저자는 '매트릭스 3부작'에서 요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심란한 우리들에게 '우리가 왜 기계와 공존해야 하는지'를 사유하자고 한다. 앞서 얘기한 사랑 이야기, <어벤져스>에서 재미를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지, <기생충>에서는 헤겔의 개별, 특수, 보편 개념과 의미를, <변호인>, <대부>, <그랑블루>에서 각각 나와 타인, 나와 가족,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철학적으로 들여다본다.
마지막으로 '배트맨 3부작'에서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다룬 윤리 이론, 공리주의, 법칙론,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그리고 샌델의 공동선 이론까지 모두 풀어낸다. 책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다.
'<영화관에 간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 문제가 하나 있다. 인간이 이성의 동물이냐 감정의 동물이냐는 것이다. 독자들도 눈치챘겠지만 나는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쪽에 손을 든다. (p. 277)'
아내와 함께 본 <어바웃 타임>을 비롯해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다시 본다면, 이성보다는 감정이라면 틀로 보게 될듯하다. 또 아내 이런 말을 주고받겠지. 마치 처음 보는 영화인 듯... "이런 대사가 있었어?"
'"저는 평생 세 남자만 사랑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쌀쌀맞은 사람이었으니 남은 건 데스몬드 아저씨, 비비 킹, 그리고 여기 젊은 친구입니다. 이 친구는 따뜻하고 착합니다. 제 인생에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게 없지만 제 아들의 아버지인 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p. 73, 74)'
팀의 결혼식에서 아버지 한 말이다. 어제 다시 본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에 관한 SF 영화가 아니고 가족의 사랑을 다룬 처음 보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