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연(사이연구소 Between Labs)은 언어와 문화 및 시대와 세대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관심을 둔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펼치는 출판사다. 일본계 미국인 루스 아사와의 예술 세계를 다룬 <루스 아사와>, '왜 글을 쓰는지'라는 질문에 작가 크나우스고르의 솔직한 대답이 담긴 <나는 이래서 쓴다>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은 소설 <웨스턴레인>이다. 소설 속 주인공 고피의 나이는 열한 살이다. 쿠쉬 언니는 열세 살, 모나 언니는 열다섯 살이다. 고피는 라켓을 잡을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부터 스쿼시를 치기 시작했다. <웨스턴레인>은 엄마가 죽고 난 후부터 아버지와 세 딸이 함께 살아가는 고피 가족의 이야기를잔잔히 담아낸다. '아빠는 말했다. "나는 너희들이 너희 인생 내내 즐길 수 있는 무언가에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단다." (p. 23)'아이가 없는 파반 삼촌과 란잔 숙모는 고피를 양녀로 삼기를 원한다. 언니들은 헤어지기 싫어하고 아빠는 고민에 빠지지만 마침내 고피는 숙모와 함께 지내기로 결심한다. 어린 고피는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며 성장해간다. 고피의 힘든 스쿼시 훈련과정 지켜보고, 시합에 나선 고피를 응원하는 모습에서 사랑스러운 가족의 유대를 볼 수 있다. 가족이란 때론 목소리 높이고 때론 조용히 웃음 지으며 서로 껴안는 것이리라. 가족의 감정을 무슨 색깔, 어떤 말로 단정해서 표현할 수 있을까? <웨스턴레인>은 가족에게 어울리는 적당한 색깔과 말이 무엇일지를... 상상하게 하는 소설이다. 가족이란? 이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