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아사와 - 무엇이든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매릴린 체이스 지음, 사이연 옮김 / 비트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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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아사와. 일본계 미국인으로 캘리포니아 농부의 칠 남매의 넷째로 태어났다. 157cm의 키에 아주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조용하고 활동적이며 꾸밈없고 자신의 일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 항상 예술인지 공예인지, 조각인지 장식인지 논쟁이 있었지만 순수 예술가로서 인정받고 싶어 한 조각가였다.

이 책은 기자이자 작가인 매릴린 체이스가 스탠포드 대학교에 기증 보관된 275개의 상자 속에 담긴 문서와 디자인 자료를 토대로 연구하여 기술한 조각가 루스 아사와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루스는 가난한 농가 생활에서 버려진 물건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법을, 제대로 된 도구와 재료도 없는 수용소의 미술 수업에서는 깡통, 돌, 금속 조각, 남은 천과 같은 쓸모없는 물건을 창의적으로 재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블랙마운틴 대학에서 만난 조셉 알버스라는 루스의 평생 스승을 만났다. 루스는 그를 가장 창의적이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겼고, 루스의 상상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다.


'양가 부모 모두에게 축복을 받지 못한 채, 앨버트와 루스는 단순한 승낙으로 만족해야 했다. (p. 129)'

조지아주 변호사이자 지방 검사의 아들인 백인 윌리엄 앨버트 리니어와 결혼은 인종차별 극복 그 자체였다. 루스의 인생의 한 번뿐인 이벤트, 결혼도 축복이 아닌 차별이라는 거대한 벽과의 투쟁이었다.


'루스는 아이들의 놀이방 안의 작업실에서 일했다. 제이비어는 “이거 하지 말아라, 저거 하지 말아라."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은 없다. 오히려, “이거 해 보자."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p. 155)'

루스의 집은 예술품으로 가득했고 그 집, 아이들이 놀며 지내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루스는 작업했다. 아이들에게 예술가가 되기를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루스의 아이들은 미술 도구를 언제나 쓸 수 있었고 어머니의 작업과정을 보고 자라며 자연스럽게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루스는 생활과 일 사이에 벽 없이 살았고 언제나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녀는 작업실의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그때그때 아이들의 필요에 응해 주며, 조각과 육아라는 융단을 매끄럽게 짜 나가려고 노력했다. (p. 208)'


'철조망은 그녀의 십대 시절을 에워쌌었다. 차츰 그녀는 철사가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이고, 구불구불하거나 올록볼록할 수도 있고, 빛을 반사하거나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으며, 가만히 매달려 있거나 바람에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p. 95)'

루스 아사와의 독창적인 와이어 조각 작품은 대부분 단 한 줄의 철사로 축조되었다. 서로 겹쳐 얼금얼금하게 만드는 작품은 그 제작 과정에 시간, 수공예, 단순노동이 골고루 필요했고, 철사를 고정 핀에 돌려 구부리고 망으로 직조해가는 과정은 손가락 상처라는 고질적인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루스는 항상 손에 반창고를 감고 작업했다.


그밖에 루스는 작품이 재판매 될 때 수익을 작가들에게 돌려주고자 목소리를 냈고, 수용소 생활을 겪었던 일본계 미국인들이 배상을 받도록 힘썼으며, <억류 기념비> 조각품으로 그들의 삶을 알렸으며, 9.11 이후 무슬림에 대한 증오 범죄를 외국인의 학대로 규정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공공 미술과 교육, 특히 어린이 교육에 크게 기여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나만 드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은 왠지 평탄한 반면, 다른 사람은 굴곡진 인생을 산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예술가들의 인생은 더더욱 부침이 많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예술가의 삶인 건가?

'"무엇이든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예술이 된다고, 웨인은 표현했다. "루스는 자신이 원한다면, 진흙탕에서도 예술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p. 207)'

루스 아사와는 원할 때 무엇이든 자신의 손길을 통해 예술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루스 아사와 자신도 예술 작품이 되어 모든 이들의 기억에 삶을 남겼다.

루스의 묘지를 알리는 공적인 기념 표지판은 아무 곳에도 없다. 루스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그 유지를 따라, 아들 폴은 부모님의 유골을 형 애덤의 유골과 함께 섞어서 점토로 만들었다. 폴은 그 점토로 형제자매들을 위한 여러 점의 도자기를 만들었다. 각각이 다르다. 모두 다 어머니의 일본계 미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존중해서 단순하고 거친 형태로 만들었다. 스승 알버스의 가르침대로, 루스 자신의 세계를 잘 지키면서 변모를 거듭해, 마침내 루스 아사와 스스로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 (p.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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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알려주는 중학생의 글쓰기 - 생각을, 꿈을 문장으로 가다듬는 청소년 글쓰기의 힘
나른히 지음 / 덤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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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휘력과 독해력을 키울 마지막 시기인 중학생을 돕는... (뒷날개에서)'

덤보에서 출판하는 일련의 책들을 보면, 중학생 시기에 꼭 어휘력과 독해력을 익혔으면 하는... 문해력을 높여 그 중요한 시기에 '억지로가 아닌 중학생 스스로의 의지로' 책을 가까이했으면 하는 사명감이 느껴진다.

이번에 출간된 <편집자가 알려주는 중학생의 글쓰기>는 중학생의 글쓰기를 돕는 책이다. 문해력에 이어서 글쓰기를 꼭 익히기를 바라는 강력한 의지가 1인 출판사 덤보의 대표에게서 보인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이러합니다. 일상을 잘 보내면서도, 천천히 나아가며 글을 써보는 방법에 대해서입니다. ( p. 12)'

책 제목은 '중학생의 글쓰기'이지만 나같이 짧을 글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더 유용한 책이다. 자신의 글쓰기 습관과 견주어 읽는다면 초보 작가나 작가 지망생에게 더 동기부여가 될만한 책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편집자이자 글은 써 본 작가이기 때문이다.

'작가 곁에 머무르는 직업으로 살아가면서 겪고 느낀 점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초보 작가 또는 작가 지망생이 포기하지 않고 글을 잘 쓸 수 있는지를 말이지요. (p. 222)'

처음 글을 쓰는 방법과 본격적인 글쓰기 방법, 누구나 어려워하는 글감을 찾는 법, 글을 꾸준히 쓰는 방법들을 편집자로서 풀어놓는다.


글을 쓸 때 궁금한 점과 흔히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 책에서 찾게 된다. 이론이 아닌 실제 실천 가능하게 제시한다. 말문이 막힐 때, 아이디어를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어휘력을 키우는 법, 문단 구성, 글감을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찾는지, 책을 고르고 읽는 법, 멈춰 서게 되는 이유까지...

'멈춰 서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먼저 글을 잇는 것이 버거워진다는 걸 들고 싶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막히기 마련인데, (...) 그다음으로 멈춰 서는 이유를 들자면, 자신과 남을 비교하는 자세입니다. 그럴싸해 보이는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자신이 조금이라도 뒤처진다고 생각하면 조바심이 나기 마련이지요. (p. 178, 179)'


많은 글쓰기 책을 읽어보았지만, 이 책의 장점을 꼽으라면 쉽고, 마음만 먹으면 적용이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내용도 길지 않다. 게다가 주제마다 마지막에 TIP으로 요약되어 있어 그때그때 짧은 시간을 내어 활용 가능하다. 곁에 두고 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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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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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외에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상 국경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국경전쟁>에서 클라우스 도즈는 생각지도 못한 국경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와 쟁점들을 다뤘다.


'국경 확정은 대체로 네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첫째는 국경지대의 정의, 둘째는 지역 지형의 조사, 셋째는 국경의 물리적 확정, 끝으로는 협정과 조약을 통한 국경의 정립 및 행정조치. (p. 30)'

빙산의 용해와 빙하의 후퇴와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로 국경이 움직인다. 11개 국가를 관통하는 나일강과 같은 하천은 인접 국가의 국경과 물과 관련해 많은 쟁점을 일으키며, 공유 자산이라 여겼던 심해에서 영토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는 영토 주변의 바다를 자원을 노리는 나라들이 노리고 있다.

먼바다, 우리나라의 DMZ, 중립지대와 같은 국가의 직접 통제권 밖에 있는 무인지대에서는 비상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서사하라, 소말릴란드와 일부 나라들은 이들과 이웃하는 나라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국제사회로부터 국경을 인정받지 못해 영원히 독립적인 국가 지위를 얻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재래식 국경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스마트 국경이란 개념도 등장한다. 스마트 국경은 개개인의 생체 정보를 근거로 신뢰할 만한 여행객인지 자국민인지를 추적 앱을 통해 확인한다. 우주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우주 강대국은 물론 스페이스 X, 버진갤럭틱 같은 비국가 세력도 우주의 지분을 확보하려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금 지구 전체가 겪고 있는 팬데믹은 국경을 초월한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국경 폐쇄 또는 출입국 제한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피난민의 이동을 묶어버리기도 하고, 국가주의, 포퓰리즘, 국수주의가 머리를 들게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체르노빌 관련 이야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내의 큰 이슈인 원전 문제를 묶어 주목하게 만든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을 떠났던 사람들 중 집을 포기하지 못한 나이 든 여성들 중심으로 백여 명이 다시 체르노빌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들을 못 본 체하기로 했고, 그것은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곳을 차지할 생각이 들 즈음에 그곳에 자국민들이 있는 편이 나으리라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말해, 그 땅은 완전히 포기된 것이 아니었다. (p. 203, 204)'

국가는 자국민의 안전이나 인권보다 영토를 우선시했다. 소집단의 자국 여성을 볼모로 국경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국경은 안전지대와 불안전한 지대를 규정하기 위해 설정된다. 그들과 우리를 구별 짓기 위해 설정된다. 국경이란 나누는 선이다. 가파른 가장자리를 가진 길고 좁디좁은 쪼가리다. 국경지대는 텅 빈 곳, 종적 없는 곳, 비자연적인 경계로부터 나온 감정적 찌꺼기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곳은 끝없이 바뀐다." - 글로리아 안살두아 (p. 357)'

국경전쟁은 계속 불거지리라고 클라우스 도즈는 말한다. 국경을 긋느냐 긋지 않느냐의 문제는 뜻하지 않게 환경, 인권 등 모든 영역과 관계되어 있다. 하나뿐인 지구. 생태계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앞에 국경전쟁은 선택의 문제가 됐다. 전쟁을 이어갈지 협력을 이어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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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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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순간에 대해서 거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미 어려운 대화를 나눴던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기를 원하는지 상세히 밝혀 두었다. 아버지는 인공호흡기도, 고통도 원하지 않았다.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를 원했다. (p. 384)'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죽음을 맞이하는' 즉, '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무거운 주제의 책이다.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나?

16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노령으로 죽는 사람은 드물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지금은 노화로 인한 죽음이 자연스럽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대부분 의학의 힘으로 생명을 연장하다가 병원 침대에 누워 죽음을 맞이한다. 아툴 가완디의 할아버지처럼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 돼버렸다.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해 똑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집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과 편안함을 주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p. 100)'

편안한 집에서의 죽음 대신 의사와 함께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발버둥 치다 죽는, 삶의 주도권을 의학에 내어주는 병원에서의 죽음을 우리는 선택한다.


어떻게 생을 마무리하며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나?

재벌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몇 년을 누워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부러워할 만한 마무리는 아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상태에서 또는 유사한 상태에서 가족과 세상과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생을 마무리한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컴퓨터 자판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우선순위 중 하나였다. 스카이프와 이메일은 아버지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나 친척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기 때문이다. (p. 345)'

일상을 이어가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마무리를 원한다.


아툴 가완디는 의사로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자이기보다 환자를 돌봐주는 의사이기를 원한다. 나도 질병을 치료받다가 맞이하는 죽음은 원하지 않는다. 내 삶의 마지막 중요한 시간을 의사와 내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나누며 허비하고 싶지 않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조망할 때는 단순히 매 순간을 평균 내서 평가하지 않는다. 어차피 삶은 대부분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다.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 한 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 364)'

내 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어떻게 꾸밀지 미리 계획하여 그 계획을 실천하며 집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다. 욕심이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들과 오해도 풀고 웃으며 그들의 손을 잡고 따뜻한 온기를 마지막으로 느끼면서...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치고 싶은 것이다. (p. 380)'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나는 '나의 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를 미리 계획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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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다정해지기로 했습니다 - 잠들기 전,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디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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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익숙하다고 여기지만 낯선 곳, 내 마음으로 이끌어 안내하는 명상, 요가 가이드 디아의 책이다.

'이 책에서는 바로 그렇게 말로만 익숙하게 들었던 내 안으로 여행, 내 마음을 알아가는 여행,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을 해볼 겁니다. (p. 9)'

마음공부를 먼저 경험하고 발견한 디아의 깨달음을 나눈다. 내 마음에 자리한 탐냄과 성냄을 버리고 바른 마음을 갖도록 우리는 안내한다.


우리는 나를 가만히 두질 않고 계속 괴롭힌다. 멈춤, 쉼은 게으름이고 불편한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더 자신은 다그친다. 요즘 불멍, 물멍을 즐기는 현상은 마음공부에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음공부의 시작은 멈추고 가만히 내 마음이 어떤지 살피고 알아주기다.

무엇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나.

갖가지 욕망에서 비롯되는 '탐냄'이다. 탐냄은 이롭지 않은 생각과 감정을 계속 불러와 마음을 괴롭힌다. 그리고 성냄의 원인이 된다.

또 하나, 마음을 괴롭히는 '성냄'이다. 탐냄이 좌절당할 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욕심이 채워지지 않을 때, 나와 타인에게 집착할 때, 집착이 강할수록 항상 기대에 못 미치니 화가 난다.

'탐냄'과 '성냄', 이 둘은 연결되어 작동한다.

탐냄과 성냄의 작동 방식을 살핀 후, 명상의 도움으로 탐냄과 성냄을 다루는 연습을 한다. 내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 그런 연습, 명상을 한다.


김상욱 교수가 한 말이다. 과거가 존재하나? 물리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거는 기억 속에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과거는 없다.

'그래서 마음챙김의 본래 뜻이 바른 기억인 거예요. 바른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고, 혹시 잊었다면 다시 기억해서 바른 마음을 불러오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삶에서 이런 연습에 익숙해지면 바른 기억이 확립되어 갈 수 있겠지요. 이를 다른 말로 하면 과거에 나쁘게 저장된 기억이 현재 경험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p. 90)'

삶은 기억 덩어리라고 한다. 뇌는 사실에 우리의 해석을 가미해 기억으로 저장한다. 과거는 물리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기억만이 존재할 뿐. 그 기억은 '나'라는 창이 개입한 해석으로 조작된다. 어떤 이는 괴로움을 어떤 이는 행복으로 해석해 저장한다.

'그런데 삶에서는 실재와 개념이 다르고, 개념은 신기루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괴로움을 겪어요. 예를 들면 행복이라는 개념 때문에 지금 내 생활에서 불행을 느끼고요. 부자라는 개념 때문에 가난을 느낍니다. 실재하지 않는 신기루에 사로잡혀서 괴로워해요. 편의상 붙인 개념을 실재하는 것으로 믿어서 괴롭지 않아도 될 일에 괴로워한다는 뜻입니다. (p. 261)'

마음챙김은 기억을 바르게 하는 일이다. 바르게 해석하는 일이다. 바르게 해석한 기억만을 불러내는 일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속에 들어선 단어들은 평온, 다정, 고요, 가라앉음, 내려놓음, 멈춤, 잔잔함, 산책, 호흡 .... 이었다. 세상에나~ 일상에서 잊고 있던 말들...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기적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내 마음을 돌보는... 나에게 다정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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