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전쟁 -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지정학 전투,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클라우스 도즈 지음, 함규진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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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외에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라가 없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상 국경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국경전쟁>에서 클라우스 도즈는 생각지도 못한 국경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와 쟁점들을 다뤘다.


'국경 확정은 대체로 네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첫째는 국경지대의 정의, 둘째는 지역 지형의 조사, 셋째는 국경의 물리적 확정, 끝으로는 협정과 조약을 통한 국경의 정립 및 행정조치. (p. 30)'

빙산의 용해와 빙하의 후퇴와 같은 자연환경의 변화로 국경이 움직인다. 11개 국가를 관통하는 나일강과 같은 하천은 인접 국가의 국경과 물과 관련해 많은 쟁점을 일으키며, 공유 자산이라 여겼던 심해에서 영토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는 영토 주변의 바다를 자원을 노리는 나라들이 노리고 있다.

먼바다, 우리나라의 DMZ, 중립지대와 같은 국가의 직접 통제권 밖에 있는 무인지대에서는 비상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서사하라, 소말릴란드와 일부 나라들은 이들과 이웃하는 나라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국제사회로부터 국경을 인정받지 못해 영원히 독립적인 국가 지위를 얻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재래식 국경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스마트 국경이란 개념도 등장한다. 스마트 국경은 개개인의 생체 정보를 근거로 신뢰할 만한 여행객인지 자국민인지를 추적 앱을 통해 확인한다. 우주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같은 우주 강대국은 물론 스페이스 X, 버진갤럭틱 같은 비국가 세력도 우주의 지분을 확보하려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금 지구 전체가 겪고 있는 팬데믹은 국경을 초월한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국경 폐쇄 또는 출입국 제한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피난민의 이동을 묶어버리기도 하고, 국가주의, 포퓰리즘, 국수주의가 머리를 들게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체르노빌 관련 이야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내의 큰 이슈인 원전 문제를 묶어 주목하게 만든다. 사고 당시 체르노빌을 떠났던 사람들 중 집을 포기하지 못한 나이 든 여성들 중심으로 백여 명이 다시 체르노빌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들을 못 본 체하기로 했고, 그것은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곳을 차지할 생각이 들 즈음에 그곳에 자국민들이 있는 편이 나으리라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말해, 그 땅은 완전히 포기된 것이 아니었다. (p. 203, 204)'

국가는 자국민의 안전이나 인권보다 영토를 우선시했다. 소집단의 자국 여성을 볼모로 국경을 지키는 선택을 했다.


'"국경은 안전지대와 불안전한 지대를 규정하기 위해 설정된다. 그들과 우리를 구별 짓기 위해 설정된다. 국경이란 나누는 선이다. 가파른 가장자리를 가진 길고 좁디좁은 쪼가리다. 국경지대는 텅 빈 곳, 종적 없는 곳, 비자연적인 경계로부터 나온 감정적 찌꺼기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곳은 끝없이 바뀐다." - 글로리아 안살두아 (p. 357)'

국경전쟁은 계속 불거지리라고 클라우스 도즈는 말한다. 국경을 긋느냐 긋지 않느냐의 문제는 뜻하지 않게 환경, 인권 등 모든 영역과 관계되어 있다. 하나뿐인 지구. 생태계와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앞에 국경전쟁은 선택의 문제가 됐다. 전쟁을 이어갈지 협력을 이어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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