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죽을 것인가 -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아툴 가완디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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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순간에 대해서 거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미 어려운 대화를 나눴던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기를 원하는지 상세히 밝혀 두었다. 아버지는 인공호흡기도, 고통도 원하지 않았다.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를 원했다. (p. 384)'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죽음을 맞이하는' 즉, '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무거운 주제의 책이다.


어디에서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나?

16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노령으로 죽는 사람은 드물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지금은 노화로 인한 죽음이 자연스럽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대부분 의학의 힘으로 생명을 연장하다가 병원 침대에 누워 죽음을 맞이한다. 아툴 가완디의 할아버지처럼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 돼버렸다.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해 똑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집이야말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과 편안함을 주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p. 100)'

편안한 집에서의 죽음 대신 의사와 함께 죽음과 사투를 벌이며 발버둥 치다 죽는, 삶의 주도권을 의학에 내어주는 병원에서의 죽음을 우리는 선택한다.


어떻게 생을 마무리하며 죽음을 맞이하길 원하나?

재벌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몇 년을 누워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부러워할 만한 마무리는 아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상태에서 또는 유사한 상태에서 가족과 세상과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생을 마무리한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가능한 한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컴퓨터 자판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우선순위 중 하나였다. 스카이프와 이메일은 아버지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나 친척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기 때문이다. (p. 345)'

일상을 이어가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마무리를 원한다.


아툴 가완디는 의사로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자이기보다 환자를 돌봐주는 의사이기를 원한다. 나도 질병을 치료받다가 맞이하는 죽음은 원하지 않는다. 내 삶의 마지막 중요한 시간을 의사와 내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나누며 허비하고 싶지 않다.

'결국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조망할 때는 단순히 매 순간을 평균 내서 평가하지 않는다. 어차피 삶은 대부분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다. 인간에게 삶이 의미 있는 까닭은 그것이 한 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p. 364)'

내 생의 마지막 이야기를 어떻게 꾸밀지 미리 계획하여 그 계획을 실천하며 집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다. 욕심이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 친지, 친구들과 오해도 풀고 웃으며 그들의 손을 잡고 따뜻한 온기를 마지막으로 느끼면서...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마치고 싶은 것이다. (p. 380)'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나는 '나의 생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를 미리 계획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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