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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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책 읽는 기자 조선일보의 권아람 기자의 문학기행 에세이 『나와 그녀들의 도시』 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권아람 기자는 안식년으로 주어진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문학 작품들의 장소를 여행한다.

그들의 자취를 느끼고 그 현장을 더욱 체험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권아람 기자는 왜 나와 그녀들의 도시라고 했을까?

책 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건 문학이 단지 허구만은 아니라는것,

문학이 말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선의,

그리고 낭만이 실재한다는 것과 동의어여서

그간 내가 책에서 받은 위안이

한 꺼풀짜리 당의정만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책 속 세계와 현실세계에 한 발씩 걸쳐놓고 살아가는 부류의 인간은

그러한 발견을 할 때마다 이 세상을 조금은 안전하게 느낀다.


문학이 낭만주의로 치부되는 시대에 허구의 세계라고 치부하는이 세상에서 저자는 이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임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더욱 문학을 사랑하기 위해 저자는 문학 작품의 주인공과 작가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책 맨 앞 페이지에 실린 곳은 모든 한국 여성들의 로망 「빨강 머리 앤」 이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에게 추억의 애니 또는 상상과 긍정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빨강 머리 앤은 권아람 기자의 여행목록에서 빠질 수 없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사진 속의 장소들이 작품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 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글 본문과 영어 원문까지 함께 담아낸다. 사진과 함께 저자가 인용한 본문들이 함께 어울려 독자 또한 권아람 기자의 행보에 따라 음미할 수 있다.


독서여행자 권아람 기자의 에세이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빨강 머리 앤」 의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자살로 추정되는 약물 과다로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앤이라는 작품을 만들어낸 저자는 그렇게 쓸쓸하게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 온갖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빨강 머리 앤처럼 루스 모드 몽고메리는 상상의 힘을 펼칠 여력조차 없었을까?

저자 또한 새롭게 안 이 사실에 대해 놀라워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정한다.

📖 몽고메리가 앤이 아니듯, 몽고메리는 나도 아니다. 슬프지만 감정이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54p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사랑도 이루지 못했고 경제적으로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옛 여인들은 이렇게 쓸쓸히 삶을 마감해야 했을까? 그럴 수 없다.

우리에게는 강인한 여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있다.


스칼렛을 고전판 커리어우먼으로 생각하는 작가의 인식도 놀랍지만 작가가 스칼렛 뿐만 아닌 스칼렛의 엄마 엘런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부분 역시 흥미롭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칼렛에게만 집중하는데 작가는 왜 스칼렛의 어머니의 고향 서배너까지 찾아갔을까?

📖 엘런이 처음 타라에 온 날부터, 타라는 변화했다. 열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엘런은 농장 안주인으로서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p.191)

From the day when Ellen first came to Tara, the place had been transformed. If she was only fifteen years old, she was nevertheless ready for the responsibilities of the mistress of a plantation.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픔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와 같았다. 하지만 스칼렛의 어머니 엘런은 슬픔의 고향 서배너를 과감히 버리고 사랑 없는 결혼을 하지만 그에 맞춰 과감하게 변신한다. 슬픔에 헤어나오지 못했던 루시 모드 몽고메리와 달리 상황에 맞춰 자신을 과감히 변신시킨 엘런. 그러고 보면 스칼렛의 강인한 피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부터 물러받은 게 틀림없다.

만약 루시 모드 몽고메리도 엘런처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의지가 있었다면 삶에 일말의 희망이 있지 않았을까? 정녕 현실은 현실일 뿐 문학 세계는 허구인 것일까?

하지만 허구의 세계이면 어떤가?

우리에겐 허구의 세계로 현실의 세계를 이겨나갈 힘이 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은 바닷가의 배경인 쿠바에서 작가는 노인의 한 마디를 생각한다.

📖 희망을 갖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그는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그걸 죄라고 생각하지.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건 책 속의 한 구절들이 아닌가?

뉴욕,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 애틀랜타 등 소설 속 작품들의 도시가 그녀들의 도시였다면 작가가 그 현장을 여행하면서 비로소 '나와 그녀들의 도시'가 된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

빨강 머리 앤처럼 계속 상상의 의미를 품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스칼렛 오하라의 어머니 엘런처럼 상황에 맞춰 불사조처럼 살아 가겠다는 뜻이다.

노인과 바다의 노인처럼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들을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뜻이며 이 문학여행 에세이는 독자들을 초대하는 초대장이다.

이 책을 읽고 내 안에 여행 욕구가 타오른다. 그 전에 다시 수록된 책들을 찾아 꺼냄으로 그들을 찾아가기 전 책으로 그들을 다시 만나야 할 것 같다.

책이 책을 부르고 여행을 부른다. 이 책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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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6 16: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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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통과한 인간에게는 질문이 찾아온다. 노크도 없이 쑥 들어오는 질문은 불행한 인간을 더욱 불행하게 만든다.
불행한 인간은 대체로 자신이 겪은 불행으로 말미암아 질문에 대답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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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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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밤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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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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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은 시인의 필사 에세이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에 멈칫한다.

왜 밤에만 착해진다고 했을까?

밤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조금 더 착해질 수 있는 것일까?

시인이 전해주는 밤의 이미지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시인은 밤에 가능한 일들에 대해 주목한다.

환한 아침과 낮에는 모든 것이 비춰지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어스름한 달빛과 불빛에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상대방에게 안부를 전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

아침과 낮은 깊어지지 못한다. 오로지 밤을 깊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깊음 속에 우리는 좀 더 상대방을 생각하고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고 달뜰 수 있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에서 시인이 전해주는 밤에 대한 단어 중 가장 마음을 울리는 단어는 '흑흑'이다.

시인답게 시인은 한밤 중 홀로 울고 있던 친구와 함께 우는 경험을 소환해낸다.

왜 우리는 '흑흑' 우는가.


비로소 혼자여서 우는 사람이 있고

혼자라서 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혼자의 사연은 함께일 때 몸집을 키운다.

검디검은 밤,

흑화 흑이 만나 흑흑이 되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울 때만이 흑흑이 될 수 있다.

검정 흑 黑 이 만나 흑흑이 되듯, 함께 울 때 목이 멜 정도로 흑흑 소리를 내며 울 수 있다.

혼자 일 때 숨죽여 흐느끼거나 눈물을 삼키지만 함께 일 때 흑흑 마음껏 울 수 있다.

밤의 어둠을 눈물 소리에 이입하여 표현한 시인의 문장의 향연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이 '무르고' 심정이 '무른'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

무르고 여린 사람들이 '무르익기' 위해서 견뎌야 하는 밤을 시인은 생각한다.


그렇다면 밤은 깊음의 시간 뿐만 아니라 버텨냄의 시간이기도 하다.

굳세지 못한 '무르다'의 상태가 '무르익다'의 상태까지 견뎌내야 하는 밤.

그러므로 밤은 인내의 시간이기도 하다.

밤이면 떠오르는 단어들. 속삭이다, 흐르다, 깊다, 서성이다 등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시인이기에 들려주는 한 편의 단어들의 향연을 보는 듯하다.

앞서 말한 '무르다'와 '무르익다'

흐느낌의 '느끼다'와 '늘키다' 의 의미

시인이기에 적확한 언어 사용으로 그 의미를 더욱 확장시켜 이 에세이안에 시인의 장기를 마음껏 펼친다.

함께 울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고 안부를 전할 수 있고 속삭일 수 있는 밤.

그러므로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은 옳다.

우리는 밤에 깊어질 수 있고 더 아낄 수 있으니 밤에는 마음껏 착해질 수 있다.

이제 밤이 다가온다.

이 필사에세이를 읽고 나면 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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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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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아동 심리와 발달에 대해서 1인자라고 한다면 오은영 박사를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 교육은 누구일까? 바로 이은경 선생님이 아닐까?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지만 이제 교직을 떠나 아이들의 부모로 생활하는 이은경 선생님이 초등 교육이 아닌 에세이로 찾아왔다. 그것도 아이들 교육이 아닌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통해서 말이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에서 이은경 저자는 왜 교직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 이름도 알렸으니 강연과 저술로 제2의 인생에 집중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장애아인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아이를 위해 캐나다 이민까지 했던 저자의 모습을 통해 얼마나 큰 고뇌가 있었을지 짐작이 된다. 

우리는 보통 육아에 있어서 환경만 바뀌면 우리의 육아 스타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경쟁과 비교하지 않기 위해 캐나다로 떠나왔고 그 목표를 이룬 듯 했다. 하지만 다른 한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저자의 생각은 깨어진다.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라는 생각에 힘들어한다. 

교육에 대한 많은 책을 펼친 저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일상들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솔직하게 고백한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는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특히 첫째는 장애아가 아니지만 사회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아동발달센터를 3년째 다니고 있다. 그런데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아이를 볼 때마다 원망이 들 때가 많다.

왜 이리 힘들게 하니... 
왜 이리 적응을 못 하니.. 
다른 애들처럼 해 주면 안 되니.. 
아이들에게 간섭하고 채근할 때마다 아이에게 주는 감정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은경 작가는 내 감정으로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중대한 감정을 끄집어낸다. 

달리 말하자면 엄마는 늘 아이에게 실망하는 사람이고 
아이는 엄마에게 실망감을 주는 존재라는 의미다. 
연신 '나'라는 존재에게 실망하는 사람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상황,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참담할까? 


이 문장을 읽기 전까지 아이의 감정을 생각해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매일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자신에게 실망하는 엄마인 나로 인해 참담하다면 그런 육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이에게 한 없이 미안하고 미안했다. 

애는 그날이 그날인데 엄마 혼자 널을 뛴다. 
'인간이 저렇게까지 자기만의 속도를 고집하면서 살 수도 있는 거구나.' 

심리치료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선생님께서 아이와 먼저 일대일 대화를 나누신 후 나에게 말씀하신다. 

"어머니,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애를 쓰며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가 사회성에 어렵지만 자기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말에 마음이 아파왔다. 
저자 또한 자신의 아이가 자기만의 속도로 애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고 고백했듯 아이 또한 느리지만 분명 자기만의 속도로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적응해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그 말을 들으며 미안함에 눈물이 나왔다.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나요?" 라고 묻는 저자. 

맞다.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정하게 기다리는 것이다. 

내 사랑의 방식은 '성실함' 이다. 


이제까지 성실함을 삶의 방식에서만 생각했다. 
하지만 성실함은 사랑에도 적용된다.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 위해서 내게 '성실함'을 부착하려고 한다. 
사랑에도 성실함이 필요한 이 책을 읽으며 오늘도 아이들과의 시간에 '성실함' 한 스푼을 추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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