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은 시인의 필사 에세이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에 멈칫한다.
왜 밤에만 착해진다고 했을까?
밤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조금 더 착해질 수 있는 것일까?
시인이 전해주는 밤의 이미지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시인은 밤에 가능한 일들에 대해 주목한다.
환한 아침과 낮에는 모든 것이 비춰지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어스름한 달빛과 불빛에 우리는 용기를 낼 수 있다. 상대방에게 안부를 전할 수도 있고 상대방을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
아침과 낮은 깊어지지 못한다. 오로지 밤을 깊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깊음 속에 우리는 좀 더 상대방을 생각하고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고 달뜰 수 있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에서 시인이 전해주는 밤에 대한 단어 중 가장 마음을 울리는 단어는 '흑흑'이다.
시인답게 시인은 한밤 중 홀로 울고 있던 친구와 함께 우는 경험을 소환해낸다.
왜 우리는 '흑흑' 우는가.
비로소 혼자여서 우는 사람이 있고
혼자라서 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혼자의 사연은 함께일 때 몸집을 키운다.
검디검은 밤,
흑화 흑이 만나 흑흑이 되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울 때만이 흑흑이 될 수 있다.
검정 흑 黑 이 만나 흑흑이 되듯, 함께 울 때 목이 멜 정도로 흑흑 소리를 내며 울 수 있다.
혼자 일 때 숨죽여 흐느끼거나 눈물을 삼키지만 함께 일 때 흑흑 마음껏 울 수 있다.
밤의 어둠을 눈물 소리에 이입하여 표현한 시인의 문장의 향연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이 '무르고' 심정이 '무른'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
무르고 여린 사람들이 '무르익기' 위해서 견뎌야 하는 밤을 시인은 생각한다.

그렇다면 밤은 깊음의 시간 뿐만 아니라 버텨냄의 시간이기도 하다.
굳세지 못한 '무르다'의 상태가 '무르익다'의 상태까지 견뎌내야 하는 밤.
그러므로 밤은 인내의 시간이기도 하다.
밤이면 떠오르는 단어들. 속삭이다, 흐르다, 깊다, 서성이다 등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시인이기에 들려주는 한 편의 단어들의 향연을 보는 듯하다.
앞서 말한 '무르다'와 '무르익다'
흐느낌의 '느끼다'와 '늘키다' 의 의미
시인이기에 적확한 언어 사용으로 그 의미를 더욱 확장시켜 이 에세이안에 시인의 장기를 마음껏 펼친다.
함께 울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고 안부를 전할 수 있고 속삭일 수 있는 밤.
그러므로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은 옳다.
우리는 밤에 깊어질 수 있고 더 아낄 수 있으니 밤에는 마음껏 착해질 수 있다.
이제 밤이 다가온다.
이 필사에세이를 읽고 나면 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