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 여행자 오소희 산문집
오소희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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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떠남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는 저자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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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 여행자 오소희 산문집
오소희 지음 / 북라이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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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해 보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여행을 못 한 지가 1년을 훌쩍 넘었다.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으로 가지 못하는 여행이라서일까.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더욱 간절해진다. 이는 여행작가들에게 더욱 절실할 것이다. 떠남이 그들의 일 자체인 그들에게 머묾은 좌절이기도 하다. 자신이 해 오던 것들이 무기한 일시중지 해야 하는 삶이란 상상도 할 수 없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의 오소희 작가 역시 여행자이자 떠나는 사람이었다. 코로나로 1년 넘게 떠나지 못하는 작가는 떠남과 머묾 사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떠남의 의미를 더욱 확장하는 저자의 에세이다.

이 책에서의 매력이라면 과거의 여행과 현재의 삶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저자가 여행을 하며 걸었던 중세 유럽의 포장도로, 그 포장도로의 끝에 도착한 설렘을 집을 건축하며 실현시킨다. 최대한 그 때의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현실과 여행지에서의 간극을 메워 나간다.

발리 우붓에서 체험한 래디언틀리 얼라이브 요가 센터에서 배운 그 감동으로 집 안에 해먹을 설치하고 그 때의 감동을 집에서도 추억하며 명상에 잠긴다. 저자의 여행은 한 공간과 다른 공간의 단절이 아니다. 저자는 집에서도 떠남을 실현하며 그 안에서 여행지의 감동을 재현하며 집에서의 여행을 실현해나간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에서 저자는 발리 우붓에서의 경험을 자주 이야기한다. 앞서 말한 요가 이야기도 발리 우붓이고 태도에 관한 저자의 고찰 또한 우붓에서 체득한 삶의 자세이다.

인터넷이 느리고 적게 먹는 우붓에서의 삶. 부족하다고 느리다고 여겼지만 한국에서는 많이 먹고 너무 빠른 온라인 사회의 삶을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느림과 소식의 삶은 충만함과 지금 있는 대상에 더욱 충실하게 해 준다.

한국에서라면 느끼지 못했을 문제점을 우붓에서 삶으로 느끼며 체득한다. 그 배움을 한국에 와서 실현해 나가며 삶의 태도를 바꿔나간다. 그렇게 집은 여행의 연장이 된다.

코로나로 여행이 중단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우리의 여행은 멈춤인 걸까? 저자는 이 책에서 중단을 말하지 않는다. 집과 여행지를 오가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집으로의 여행의 확장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지금 있는 이 곳에서 어떻게 여행을 확장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저자는 집에서의 떠남을 멋지게 완성해낸다. 떠남을 원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저자는 알려준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 이 책에서 배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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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산책
나가미네 마사키 지음, 야쿠 가오리 그림,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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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이제 개인적 돌봄을 넘어 사회적 돌봄으로의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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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산책
나가미네 마사키 지음, 야쿠 가오리 그림,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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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치매국가치료책임제'라는 제도가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에 걸린 장모님을 돌보면서 이 제도의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해서 만든 제도라고 들었다. 치매.. 누군가는 치매를 환자 본인만 행복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불행한 병이라고 말한다. 결국 지쳐 요양원으로 보내지게 되는 이 무서운 질병은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에서 더욱 무서운지 모른다.

『마지막 산책』은 일본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4년간 돌보다 결국 어머니를 죽인 실화를 구성으로 한 그림에세이다. 어머니와 아들 하루는 어머니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있는 장소로 산책을 떠난다.

『마지막 산책』에서 처음은 아들 하루가 어머니와 함께 추억의 장소를 산책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지하철을 타고, 세 가족이 함께 가던 메밀국수집을 지나 엄마가 줄곧 찾아다니던 나무를 향해 간다. 추억의 장소를 향해 가는 모자의 그림은 표면상으로는 아름답기만 하다.


이 평화로운 풍경도 잠시, 어머니와 아들 하루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며 아들 하루는 엄마의 생을 마감시킨다. 엄마는 아들의 행동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생을 마감한다.



이 손으로 엄마를 돌보고 ,

이 손으로 엄마를 죽였다.


충격적인 현실 앞에 『마지막 산책』 은 아들 하루가 엄마 치매 진단을 받은 후부터 현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엄마의 병세, 빈약한 경제 사정, 일할 수 있다며 도움을 거부하는 정부기관, 사면초가에 몰린 하루는 점점 궁지에 몰린다. 집을 나가고, 밥을 거르면서 어머니를 보호하지만 나아지는 건 없다. 개인의 힘으로 어머니를 돌보기에는 현실적인 여건이 최악이다.

하루가 어머니 살인으로 재판을 받으며 형사와 변호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이 에세이는 진지하게 묻는다.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아들 하루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이 에세이가 일본의 현실을 반영해다지만 한국의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도입되었지만 과연 그 제도가 고통받는 돌봄 가족에게 얼마나 큰 효용이 있을지 미지수이며 여전히 그 해답을 찾지 못해 끝내 요양원이라는 최후 수단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 과정 속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느껴야만 하는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경제적인 짐은 여전히 큰 숙제이다.

그래서 이 살인사건을 다룬 재판부의 판단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치매는 한 개인만을 파괴하지 않는다. 끝없는 돌봄과 경제적인 부담 등은 가정을 파괴시키며 이는 공동체의 파괴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접어들고 있으며 치매환자의 수 또한 늘고 있다. 한 가정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실질적인 국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 산책』 은 책 말미 일본 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가하여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의견들은 국가 정책 및 우리 모두 꼭 함께 논의하고 고민해봐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돌봄사회, 이제 돌봄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정책이 시급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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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없는 출산 - 우리는 출산을 모른다
목영롱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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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굴욕 없는 출산』 에 대해 서평을 쓴다면 나는 이미 자격 상실이다. 서평의 기본 조건은 객관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 느꼈다. 전혀 객관적일 수 없다고.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느껴지는 나오 해묵은 감정들이 저자의 글과 함께 치밀어 올라와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해 객관성을 상실했다.

출산.. 우리나라만큼 출산을 미화하는 나라가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모성에 관한 순간을 기쁨의 순간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실제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엄마로 사는 평생 여자에게는 얼마나 큰 희생을 담보로 전제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굴욕 없는 출산』의 저자 목영롱씨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결혼해 나처럼 늦깍이 엄마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저자는 단태아이고 나는 쌍태아라는 점만 다를 뿐. 저자는 임신을 한 순간부터 진료를 받는 내내 깨닫는다. 출산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음을. 그저 의사가 따라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는 일방적인 진료, 임신의 당사자이지만 임산부의 안전보다 아기의 안전만 중요시되는 사회의 모습, 이 일방통행인 진료와 아기 위주의 진료와 출산이 임산부들에게 생명을 담보로 한 행위라는 걸 저자는 임신을 하며 알게 된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그 주체자인 여자가 배제되어 있는 의료행태. 저자는 분노했고 수치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 결실이 바로 이 『굴욕 없는 출산』이었다.


엄마가

어디까지 더 힘들어야

신생아를 충분히 위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출산 후 지친 몸으로 겨우 잠에 들었지만 금새 다시 깨어나야 한다. 조산사가 저자에게 젖을 물리라고 깨웠기 떄문이다. 저자가 죽다 살아난만큼 고통을 겪고 회복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이제 세상에 나온 아기 위주이다.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는 삶의 가장자리로 치우쳐진다.

나는 저자와 달리 제왕절개를 했다. 저자가 느낀 출산의 고통은 없었지만 출산 후유증은 모든 산모가 마찬가지이다. 내가 당황스러웠던 건 아직 회복도 안 된 나를 병원에서는 쌍둥이 수유 방법을 알려준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떄였다. 나는 아직 힘든데 병원도 그리고 옆에 있던 시어머니도 중요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오히려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내 몸을 보시며 빈 공갈이라며 혀를 쯧쯧 차며 못마땅한 눈치를 보내셨다. 나는 출산을 한 순간 아이를 키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왜 모든 여성들은 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몸 건강은 챙기지 못하는 걸 당연시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이름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숭배한다.


국가를 지탱하기 위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동원되는 가치가

왜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출산이어야 할까?


언론은 매년 수직강하하는 저출산을 운운하며 국가의 위기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많아야 한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왜 여성들이 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왜 여성들만의 희생이 전제되는 출산이라는 근시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이는 국가 뿐만 아니라 가정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는 여자의 의견은 듣지 않고 사람들은 자신의 바램만을 이야기한다. 시부모들은 결혼했으면 당연히 아이는 필요하다고 강요하고 남편은 출산과 주양육자가 아니므로 아이 하나만 있으면 외롭다고 둘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남편 또한 그 중 하나였다. 둘째를 반대하는 사람은 저자의 커리어와 삶을 걱정하는 친정엄마뿐이다. 아이를 낳자고 하는 사람은 중요한 여자가 잃어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사자인 여자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주체는 여자 당사자인데 여자의 몸을 가지고 함부로 말하며 권하는 사람들에 의해 여자의 몸은 공공재로 전락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굴욕 없는 출산』 을 읽으며 산부인과 첫 진료가 떠올랐다. 임신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던 내가 첫 진료부터 영문도 모른 상태에서 굴욕의자에 앉아 남성 의사에게 다리를 벌려야 하는 그 수치심이 떠올랐다. 왜 그 의자에 앉아야 하는지 어떤 설명도 없이 따를 것을 종용받았던 그 당혹스러움.. 매번 그 의자에 앉을때마다 창피함에 어쩔 줄 몰라했던 나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출산 후 엄마로서 하는 당연하게 강요되는 모성의 굴레 등이 떠올라 순간순간 울컥하곤 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고통을 왜 신은 남성에게는 허락하지 않으셨는가. 신은 철저하게 여성만의 고통이라는 가혹함을 주셨다. 여성만의 경험이기에 남성들과 타자들은 전혀 아렬고 하지 않는다. 죽다 깨어나도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나는 여성들이 아닌 남성들이 더 많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이 얼마나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지 그리고 출산과 모성의 신화를 철저히 부서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통을 함께 나누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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