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구찌
사라 게이 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다니비앤비(다니B&B)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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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은 습관과도 같습니다.

수요일이나 목요이에만 우아해지기란 불가능하지요.

우아한 사람은 일주일 내내 우아한 법입니다. 우아하지 않다면 그건 별개의 문제이지요.

 

브랜드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구찌'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프라다', 페라가모'에 뒤지지 않는 패션의 명품 '구찌'는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 제품이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저자 사라 게이 포든이 꾸지가와 인연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조사한 내용을 담은 '구찌'가의 일대기라고 할 수 있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먼저 충격적인 총격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 마우리치오 구찌가 정체 불명의 괴한에게 사무실 입구에서 총에 맞아 죽은 이 강렬한 도입부터 독자들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마우리치오 구찌는 구찌가의 어떤 존재이며 무엇이 그를 죽게 만들었나.


저자는 이 거대한 비극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구찌 왕조의 시작부터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구찌오 구찌(Guccio Gucci)로부터 시작되는 구찌 왕조는 태생부터 피렌체 태생임을 강조한다. 이탈리아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반문할 수 있다. 피렌체 태생이 아니면 어때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이탈리아의 지역 배경을 곁들여 설명하는 걸 잊지 않는다. 왜 구찌가가 피렌체를 강조하는지. 서울이 강남을 강조하듯, 구찌 가문 또한 피렌체 상인이라는 자신의 태생이 갖는 의미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런던의 사보이 호텔에 취직했던 구찌오 구찌는 부유층들이 자신들의 부를 과시할 소지품을 가지고 다닌다는 점을 알게 된다. 부유한 여행객들의 가방을 관찰하며 공부한 뒤 다시 피렌체로 돌아온 그는 결혼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이에 태어난 아들들 알도, 로돌포가 구찌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제2세대이다.

 

아이에게 가죽 냄새부터 맡게 해라.

그것이 아이가 미래에 맡게 될 냄새니까.

 

가족기업을 지향하며 어린 손자들에게 가죽 냄새 맡는 것부터 시작된 구찌가는 원조인 구찌오의 가르침이후 아들 알도의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며 우리가 알고 있는 구찌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안정성을 추구하며 무리하지 않기 바라는 아버지 구찌오와 타고난 사업 감각이 있는 알도의 공격적인 전략은 매번 충돌한다. 그런 아들이 못마땅하지만 결국 알도의 뜻에 따라 은행 대출을 받으며 몸을 키우는 구찌가는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미국 진출 및 여러 제품들을 확장해 나간다.

실질적인 대표인 알도와 공장을 맡으며 제2의 관리자 역할을 하는 로돌포 및 형제들 또한 의견이 맞지 않을 때도 많다. 자주 충돌하고 의견이 결렬될 때도 많다. 자금조달을 위해 주식을 공개하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들 형제가 가업 구찌를 운영하는 대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구찌는 구찌가가 운영해야 한다."


이 원칙은 암묵리에 형제들이 사업을 지켜나가는 데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알도는 자신을 엔진이라고 하고 형제들은 기차라고 한다. 엔진 없이 기차가 가지 못하고 기차 없는 엔진은 소용이 없듯 서로가 구찌에 있어 꼭 필요한 존재들임을 잊지 않는다.


2세대인 그들이 결혼 후 장성한 아이들이 사업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암투가 시작된다. 구찌가가 운영해야 한다는 2세대들의 원칙이 3세대인 자녀들에게 꼭 일치할 수 없다. 알도의 아들들과 로돌포의 아들 마우리찌오가 대립하고 때론 협력하기도한다.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서로를 고발하고 비방하기를 멈추지 않는 진흙탕 싸움 또한 저자는 숨기지 않는다. 이 진흙탕 내분 싸움에 초반에 소개되었던 '마우리치오 구찌 살인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명품 브랜드 '구찌'가문의 이야기는 '삼성'과 '현대'가를 떠올리게 한다. 아들이 하나뿐인 삼성은 이재용 회장에게 모든 걸 넘겨주며 경영권에 대한 분쟁은 없는 반면 아들이 많은 '현대'가는 사업을 둘러싼 온갖 소문과 분쟁 또한 무성한다. 권력을 잡기 위한 가문의 암투, 열렬히 사랑했지만 쉽게 버림을 받기도 하는 구찌가의 여성들, 초기 사업에 자금을 보태며 가업을 도왔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가업을 받지 못한 장녀 그리말다 등 이 책을 읽으며 이들은 과연 행복할까라는 강한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하우스 오브 구찌』는 레이디 가가 주연으로 영화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영화로도 진행되면 많은 사람들이 구찌가의 모습을 더욱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사람들은 구찌에 대한 브랜드가 더욱 호감으로 돌아설까 아니면 비호감으로 돌아설까? 사실 그리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구찌는 명품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잡았기에 받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구찌를 이해하는 데 확실한 도움이 된다. 제2세대가 내세운 슬로건과 전쟁을 딛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또한 어떻게 구찌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는지 이 책은 자세히 설명해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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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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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묵직한 주제, 사람에 대한 성찰,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하는지 무엇이 인간다운지 진지하게 묻는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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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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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으로 연재되었던 『데이빗』 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으로 네이버 평균 평점 9.9점을 기록한 『데이빗』은 알라딘 북펀드로도 진행되어 성공리에 마무리된 화제작으로 웹툰작가 d몬의 '사람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돼지 데이빗은 시골 농장에서 태어난 아기 돼지다. 하지만 이 아기 돼지는 특별하다.

인간과 똑같이 말도 할 수 있고 책도 읽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과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농장주인 아들 조지와 함께 가족처럼 자란 데이빗. 그는 자신도 조지와 똑같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조지처럼 말도 할 수 있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늘 함께 있던 조지가 학교에 들어가게 된 후 데이빗은 자신과 조지의 차이점을 자각하게 된다.

자신은 학교에 갈 수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숨어 지내야 하는 현실을 알게 된다.

자신도 인간의 행동을 모두 할 수 있는데 왜 자신이 사람이 아닌지 묻는 데이빗에게 농장 주인은 데이빗을 다른 가축 축사로 데려간다.



『데이빗 』 1권까지만해도 데이빗은 그래도 동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

농장주인 제임스씨가 데이빗의 돼지 엄마를 보여주며 데이빗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었듯,

나 역시 데이빗이 아무리 인간과 똑같은 능력을 가졌다 한들 태생을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빗』 2권은 나의 굳은 생각을 뒤흔든다.

아니 뒤흔드는 정도를 넘어 매번 묻게 되고 의심하게 만든다.

어렸을 때는 형제처럼 자랐으나 커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슴치않고 데이빗을 이용하는 농장 주인 아들 조지.

데이빗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잔인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우리는 과연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에 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고 생각하며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길 줄도 아는 데이빗이 그들보다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육체만으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책 부분 사이엑 삽입되어 있는 빅요크 저널 신문은 한 컷의 그림과 카피 한 문장만으로 인간의 이중성과 야만성을 비웃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가?


1권에서는 태생과 육체만을 가지고 데이빗을 대했다면 2권에서는 데이빗의 생각과 그의 태도를 보며 과연 태생만으로 데이빗을 동물로 규정하는 게 옳은 것이라는 강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사람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헤메는 나를 본다.

가끔씩 어른들이 던지는 '동물보다 못한 놈'이라는 말도 떠오르며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이 생각하는 데이빗을 인간이 아니라고 정의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도 던지게 된다.

인간이 사람의 정의를 세워놓고 데이빗에게는 인간들이 세워놓은 사람의 정의를 스스로 무너뜨린다.

하지만 순간 순간 데이빗이 인간이라고 정의하는 것 또한 인간이라는 아이러니함을 저자는 보여준다.

『데이빗 』은 끝까지 이 질문을 놓지 않는다.

'무엇이 사람이라고 정의하는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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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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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공포의 장소인 여성들의 현실을 추적하며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강렬한 르포르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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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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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은 과거형이다. 과거형은 이미 끝난 일을 이야기한다.그렇다면 이 책은 살릴 수 있었지만 끝내 살릴 수 없었던 여자들을 이야기한다. 문학교수이자 가정 폭력 전문가인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는 이 책을 통해 가정폭력으로 끝내 숨을 거둔 여성들을 추적하면서 무엇이 그녀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게 했는지를 추적한 르포르타주이다.

코로나 이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급증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성들과 아동들에게 일상은 더욱 거대한 공포의 장소로 변했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에서 이야기의 시작은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서 사는 남자 로키가 부인 미셸과 아이들을 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먼저 저자는 자신이 가정 폭력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들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자 역시 가정폭력에 대해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사적인 문제이며 대규모 총격 사건과 같은 일에 비하면 가정 폭력은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가지고 있던 생각은 한국 사회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인식과 다르지 않다. 우리 나라 또한 경찰에 가정 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개입을 하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부부간에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지인의 동생 '수잰'과의 만남에서 '가정폭력고위험대응팀 (Domestic Violence High Risk Team)'을 알게 되고 가정 폭력 살인을 예견해서 예방하는 목적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깊고 짙은 가정 폭력 살인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를 조사해 나간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에서 저자가 주로 추적한 사건들의 배경은 미국이다. 이 책의 핵심 살인사건인 미셸과 아이들의 총기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다른 사건들까지 조사해 나간다. 우리는 흔히 미국이 한국에 비해 가정 폭력이 더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하기쉽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총기 소유가 자유로워 가정폭력 고위험군이기도 하다.



가정 폭력 살인을 추적하면서 저자가 가장 분노를 느낀 부분은 바로 '시스템의 부재'이었다.

미국의 경우 각 주가 독립되어 있고 주의 법원과 법원 사이도 독립되어 있다. 저자는 한 몸이 되어 여성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시스템이 각 주마다 연결되어 있지 않아 피해 여성들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어려움을 지적한다.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빈틈은 교묘하게 피해자를 옥죄며 가해 남편으로부터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은 가해자야말로 법의 빈틈을 잘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가해자들은 법도 자신들을 막지 못한다면서 피해자를 우롱한다. 피해자는 법이 보호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 하에 가해자에게서 더욱 속박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미국이 주된 배경이기에 누군가는 이 책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은 총기 금지 국가이니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각 주가 독립되어 있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정 폭력이 여전히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현실 또한 똑같고 가정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 또한 한국에 엄연히 존재한다. 죽음에 처한 여성들 또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예산문제로 이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변변치 못한 것 또한 비슷하다. 저자가 강조한 가정 폭력이 형사 법정이 아닌 민사로 치부되어 버리는 이 법정 현실 또한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한 프랑스 여성 아나운서가 텔레비젼에서 가정 폭력 반대라는 팔찌를 해서 화제가 되었다. 가정 폭력, 여성문제는 전세계의 공통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르포르타주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는 결코 과하지 않다. 아니 바로 우리가 보지 못한 현실이다.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이 바뀌기 위해 더 분석하고 예방해야 한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비중이 더 커진 이 때, 우리가 꼭 읽어봐야 할, 집이 안식처가 아닌 공포의 장소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도움의 손길을 더욱 뻗쳐야 할 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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