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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 - 죽음에 이르는 가정폭력을 어떻게 예견하고 막을 것인가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시공사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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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은 과거형이다. 과거형은 이미 끝난 일을 이야기한다.그렇다면 이 책은 살릴 수 있었지만 끝내 살릴 수 없었던 여자들을 이야기한다. 문학교수이자 가정 폭력 전문가인 레이철 루이즈 스나이더는 이 책을 통해 가정폭력으로 끝내 숨을 거둔 여성들을 추적하면서 무엇이 그녀들의 죽음을 막지 못하게 했는지를 추적한 르포르타주이다.
코로나 이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급증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성들과 아동들에게 일상은 더욱 거대한 공포의 장소로 변했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에서 이야기의 시작은 미국 몬태나주 빌링스에서 사는 남자 로키가 부인 미셸과 아이들을 총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먼저 저자는 자신이 가정 폭력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들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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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역시 가정폭력에 대해 '떠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사적인 문제이며 대규모 총격 사건과 같은 일에 비하면 가정 폭력은 작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자가 가지고 있던 생각은 한국 사회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인식과 다르지 않다. 우리 나라 또한 경찰에 가정 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부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개입을 하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부부간에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지인의 동생 '수잰'과의 만남에서 '가정폭력고위험대응팀 (Domestic Violence High Risk Team)'을 알게 되고 가정 폭력 살인을 예견해서 예방하는 목적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깊고 짙은 가정 폭력 살인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를 조사해 나간다.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에서 저자가 주로 추적한 사건들의 배경은 미국이다. 이 책의 핵심 살인사건인 미셸과 아이들의 총기 사건에서부터 시작해 다른 사건들까지 조사해 나간다. 우리는 흔히 미국이 한국에 비해 가정 폭력이 더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하기쉽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총기 소유가 자유로워 가정폭력 고위험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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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폭력 살인을 추적하면서 저자가 가장 분노를 느낀 부분은 바로 '시스템의 부재'이었다.
미국의 경우 각 주가 독립되어 있고 주의 법원과 법원 사이도 독립되어 있다. 저자는 한 몸이 되어 여성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시스템이 각 주마다 연결되어 있지 않아 피해 여성들이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 어려움을 지적한다.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피해자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 빈틈은 교묘하게 피해자를 옥죄며 가해 남편으로부터 빠져 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은 가해자야말로 법의 빈틈을 잘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된 가해자들은 법도 자신들을 막지 못한다면서 피해자를 우롱한다. 피해자는 법이 보호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 하에 가해자에게서 더욱 속박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미국이 주된 배경이기에 누군가는 이 책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은 총기 금지 국가이니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각 주가 독립되어 있지 않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정 폭력이 여전히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현실 또한 똑같고 가정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들 또한 한국에 엄연히 존재한다. 죽음에 처한 여성들 또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예산문제로 이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변변치 못한 것 또한 비슷하다. 저자가 강조한 가정 폭력이 형사 법정이 아닌 민사로 치부되어 버리는 이 법정 현실 또한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한 프랑스 여성 아나운서가 텔레비젼에서 가정 폭력 반대라는 팔찌를 해서 화제가 되었다. 가정 폭력, 여성문제는 전세계의 공통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르포르타주 『살릴 수 있었던 여자들』는 결코 과하지 않다. 아니 바로 우리가 보지 못한 현실이다.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이 바뀌기 위해 더 분석하고 예방해야 한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비중이 더 커진 이 때, 우리가 꼭 읽어봐야 할, 집이 안식처가 아닌 공포의 장소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도움의 손길을 더욱 뻗쳐야 할 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