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어 갈수록, 우리 인간들은 시간을 붙잡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나 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시간을 잡으려는 시도가 실제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지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시간을 둘러싼 수많은 일화들을 마치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차근 차근 설명해준다. 
실제로 새해가 다가오는 것을 막기 위한 프랑스의 포나콩 저항 단체의 시간을 멈추기 위한 시위가 먼 과거도 아닌 2005년도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부터 자신들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위해 시간과 날짜를 어떻게 조정하려고 했는지  흥미롭게 들려준다.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하다고만 생각했던 표준 시간이 영국에서 기차를 정시에 타기 위한 고안책으로 만든 기차시간표로부터 기인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왜 우리는 이 시간의 존재에 대해 한 번도 궁금해 본 적이 없었을까 라는 감탄과 함께 영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의 역사. 비틀즈, 미국의 필리버스터에 관한 다방면에 걸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러 이야기들이 흥미롭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영국의 찰스 왕세자의 급격한 도시 확장에 대한 제어책으로 만든 '파운드베리 뉴타운' 이야기이다. 빠른 도시화를 막기 위해 자신의 소유의 땅을 새로운 모형의 도시로 제안한 '파운드베리 계획'은 조급함을 늦추고 따뜻함과 인간적인 면이 함께 조화로운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찰스 왕세자의 노력은 꽤 인상적이었다. 무조건 재건축과 재개발에 혈안이 된 한국 사회로 인해 온갖 반복과 대립이 일어나고 온갖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는 이 한국사회에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이 들었다. 

기술의 발달로 시간은 급격하게 빨라졌으며 우리 인간들은 그 속도에 맞추기 위해 항상 허우적대는 삶을 살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일수록 일부러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 그것은 결국 뒤쳐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역설적으로 속도를 늦추는 삶이야말로 가장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페이스대로 갈 수 있을 때 가장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간의 창조, 그것은 바로 속도를 늦추는 삶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다방면에 걸친 역사와 이야기에 대한 방대한 저자의 지식에 대해서도 놀라웠고 한편 이 책을 번역하신 분 또한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였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책은 다소 두껍지만 시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 가독성 또한 좋다. 이 책 한 권만으로 뇌색녀, 뇌색남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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