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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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나에게 5.18 민주화 운동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자신의 정권 장악을 위해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광주 시민들을 학살시키기 위하여 군대를 파견하여 이 폭력과 끝까지 맞서 싸운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운동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5.18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은 채식인간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소설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난 후였다. 

이 <소년이 온다>는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읽었다 쉬었다를 매번 반복하여야 했고 정말 내가 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희생자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구나 하는 자책감이 많이 들었다. 


5.18 민중항쟁의 전체적인 역사를 기록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으면서 나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등장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군인들이 광주 도청에 투입하기로 최후통첩을 하고 시민군이 결사항전의 자세로 도청에 끝까지 남기로 결심하는 기록에서는 <소년이 온다>의 동호 어머니가 동호를 말리러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군대가 쳐들어 온다고 말리는 모습이 눈에 그려졌고 

계엄군이 쓰레기를 던지듯 시신들을 트럭에 집어 던질 때에는 정대와 정대 누나 정미가 저 시체더미 안에 있는 것처럼 이 책의 기록 하나 하나마다 <소년이 온다>의 각 장면들이 그려졌고 드라마의 해설 부분처럼 이 소설의 내용을 하나 하나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5.18 민주항쟁과 촛불혁명의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 

1980년 5월 16일 민주화의 횃불을 밝히기 위해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이루어진 민주화대성회는 작년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3월까지 광주에서 촛불집회 때 광주시민들이 다시 횃불을 밝히는 역사가 재현되었다. 또한 군인들이 초토화시켜버린 광주 시내에서 단 한 건의 절도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작년부터 시작된 촛불집회 때 단 하나의 쓰레기도 나오지 않은 것과 일치한 부분을 연결지어가며 나는 진정 촛불집회가 광주 5.18 민주항쟁의 연장선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광주시민들은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그리고 독재에 굴복한 언론의 무관심으로부터 광주시민들의 희미한 희망의 한 줄기였던 미국의 배신으로부터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하면서 얼마나 무섭고 분노 했을까. 빨갱이라는 거짓 선동에 속아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들이 힘없는 국민을 향해 총을 쏘고 살인을 저지르는 이 행태에서 아무리 소리 높여 불러도 들어주지 않는 아우성 없는 메아리를 외쳐야 했던 그들의 외로움을 나는 그동안 너무 몰랐었다. 그들의 외로움과 절망과 분노가 읽는 내내 내게 메아리쳤다. 


하지만.. 정말 어이없게도 이 5.18 민주항쟁의 주범인 전두환은 아직도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그리고 일부 정치계에서는 여전히 5.18 민주항쟁이 빨갱이들 짓이라고 주장하고 다니는 정치인들이 존재한다. 

이에 반해 5.18 항쟁의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의 고통은 크나큰 트라우마가 되고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평생을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될까? 나는 촛불집회에서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촛불을 들었을 때 우리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고 정권교체라는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었다. 

5.18 희생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것 그리고 이 슬픈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진실은 결국 밝혀질 것이다. 비록 그 진실이 더딜지라도...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5.18 항쟁에 대한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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