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내 나이를 깨달으며 놀라곤 한다.
40을 넘었을 때도 심란했는데 시간이 또 훌쩍 지나니 이제는 두렵기까지 한다.
두려운 내 마음을 최은영 작가의 산문집 『백지 앞에서 』 의 문장에서 깊은 공감을 얻는다.

나는 여전히 어릴 때의 마음 그대로인데 나의 껍데기는 늙어 있다.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은데 거울을 보면 낯선 내 모습에 깜짝 놀라 거울 앞을 떠나곤 한다.
이젠 한사코 거울을 피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자꾸 씁쓸해진다. 나이를 인식하게 되면 혼자 질문하곤 한다.
넌 나이값을 하니?
넌 네 나이에 맞게 어른 노릇을 하니?
넌 네 나이에 맞는 직장 생활을 하니?
슬프게도 나는 철없는 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내 모습을 탓하게 된다.
이제까지 뭐했니?
그 나이 되도록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고 말이야...
너는 나이 헛먹었다..
내 자신이 혼자 질문하고 답할 때 내 자신이 한심해 보인다.
나이든 내 모습을 공감해주는 최은영 작가에게서 위로를 얻는다.

거울 속에 그저 한 사람이 있다.
나는 이제 그 사람이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의 지난 시간과 노력을 인정하고도 싶다.
거울 속의 한 사람..
자기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한 사람.
그 사람의 지난 시간과 노력을 인정하고 싶다는 말...
그렇다.. 나도 비록 일궈낸 게 없지만 아이들을 낳고 쉬지 않고 일해왔으며 고군분투해왔다.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키워내고 나 자신이 공저도 출간하고 내집마련도 해 가며 조금씩 멈추지 않고 해나갔다.
그러므로 내가 해야 할 건 나를 인정해 주는 것이리라.
나를 향해 놀라는 표정대신
나를 향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해주는 것.
나를 향해 웃어주는 것이리라.
잘 살아왔다.
그러니 멈추지 말자.
지금까지 잘 해왔듯이 앞으로도 잘 해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