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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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도덕성을 따지지 않는다.


경제공부를 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자산시장에서 그 기업이 깨끗한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만 중요할 뿐이다. 철저하게 '돈'이 중심이 되는 세계인 자본주의 시장이 인간 관계로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나에게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하다.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은 사람이든 자산이든 인정 받지 못한다.

소설 《아몬드》의 저자 손원평 작가의 신작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인간 관계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돈'에 따라서 달라지는 인간 관계를 다룬 이야기를 10편의 단편에 담아넣는다.


먼저 첫 번째 단편 <당신의 손끝>에서 '돈'에 대한 정의를 보자.

세난동에 있는 프리미엄 컬처 센터에서 미술 강의를 하는 효원. 효원의 강의에서 VIP 수강생은 주영씨다.

주영씨가 모든 강의를 등록하며 효원의 주머니도 전보다 여유로워진다. 효원은 주영과 효원과의 신뢰 관계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영을 믿고 포기하고 있었던 화실의 꿈을 다시 키운다. 그 꿈을 키우게 해 주는 건 무엇일까?

수강생 주영씨와의 인간적인 관계일까?

그럴 수 없다. 주영씨로 인해 벌어들이는 여유, 즉 '돈'이다.

어딘가 메말라 있던 효원의 일상에도

빛을 반사해낼 무언가가 생긴 것이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윤기 있는 모든 것.

모두의 기분을 단번에 좋게 만들어버리는 것.

그것의 이름은 뭘까.

효원은 답을 알고 있었지만

일기장에조차 그 한 글자짜리 단어 대신

다른 말로 자신의 상태를 표현했다.


일상을 반짝이는 윤기. 빛을 반사해낼 무언가. 기분 좋게 만드는 것.

이 단어에 동의하는가? 슬프게도 우리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수강생이 인간으로 안 보이고 '돈'으로 보이는 관계. 그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까? 철저한 '돈'과 '돈'의 관계는 인간 관계에서 해결될 수 있을까?


첫 번째 단편 <당신의 손끝>에서 '돈'을 일상에 빛을 반사해낼 무언가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런 '빛'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빛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은 바로 <유령의 집>이다.

마음씨 착하며 노숙자나 동물들에게도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꿈꾸며 야심차게 시작한 식당.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재료는 썩어가고 월세는 밀려간다. 식당이 안 되는 이유를 동업자인 동생은 '볕이 잘 안 들어서'라고 말한다.



<당신의 손끝>에서 '돈'이 빛을 나게 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면

<유령의 집>에서 '돈'이 없기 때문에 볕이 들지 않는다. 돈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본주의 논리에 돈이 없는 사업은 해도 행운도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행운도 허락되지 않는 '돈'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분개하는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가? 아니다. '절망'에 익숙해진다.

<모자이크>에서는 해도 행운도 들지 않는 삶을 한 마디로 설명해준다.



절망하는 것도 일말의 희망이 있어야 가능하다.

행운도 들지 않는 상태는 '절망'도 허락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답이 없는 삶. 그 삶의 끝은 그저 살아가는 것 뿐이다. <유령의 집>과 같은 선택을 하거나 또는 그 상태로 살아가는 것 뿐이다.

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상태를 유지하기 살아가기 힘든 삶.

돈이 없으면 바로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만들어진 사회는 어떤 상태가 되는가?



내가 살기 위해서 타인을 밟거나 죽어야 하는 삶.

더 잔인하고 가혹하게 죽이기 쉽게 만들어진 구조를 보면 시스템이 나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악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누가 문학을 낭만이라 했던가.

이토록 처절하고 사실적인 소설이 과연 낭만이라 할 수 있는가?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를 읽으면 바로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리고 타인의 얼굴이 겹쳐진다.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단지 이 시대가 어쩔 수 없으니까요...

돈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인간성은 이대로 사라지는 것인가?

저자 손원평 소설가는 그 답을 읽는 독자에게 남긴다. 그리고 그 답은 우리 각자가 만들어가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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