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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눈동자 - 양장
이슬아 지음, 이훤 시.사진 / 먼곳프레스 / 2026년 1월
평점 :

갈등한다는 건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의심하고 쉽게 흔들린다. 굳은 확신을 가져도 살기 힘든 세상에 이슬아 작가는 '갈등하는' 눈동자들을 이야기한다. 과연 갈등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슬아 작가는 글, 영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현실 속에서 여러 갈등하는 눈동자들을 만난다. 먼저 갈등의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앞서 말했듯 확신에 찬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 자신이 믿는 것과 아는 것들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확신 하에 살아간다. 하지만 갈등한다는 건 이게 맞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하나의 작은 돌이 잔잔한 강에 작은 물결을 일으키듯 이제껏 알고 있던 믿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균열을 낸다. 이슬아 작가는 그 균열을 낸 사람 중 한 명으로 변재원씨를 소개한다. 장애인이지만 자기계발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 투쟁하는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부모 밑에서 자란 변재원씨의 갈등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박경석님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투쟁을 하고 싶어서보다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보게 되며 갈등하며 교통약자의 해방을 위해 함께 활동하게 되는 변재원씨의 눈동자였다.
<장애시민 불복종>은 활동하자는 제안을 수락한 뒤에 겪은 일이 담긴 책이다. 모든 이야기는 변화에 관한 이야기지만 변재원이 전장연을 만나며 겪은 변화는 역시 특별한 데가 있다. 투쟁하는 힘이 곧 사랑하는 힘이란 걸, 그리고 사랑의 방식만큼이나 투쟁의 방식도 수백 수천 갈래로 창의적이란 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확신에 찬 사람들은 약자들을 보지 못한다. 자신의 이익에 젖어, 당연한 권리에 젖어 있다.
그들은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변화를 내는 사람들은 의심하는 사람들이다.
과연 이게 맞는 것인가 질문하며 의심한다. 그 의심과 갈등 끝에 변화를 택하며 변재원씨처럼 수동적인 생활에서 능동적으로 변해간다. 그래서 이슬아 작가는 '갈등하는 눈동자'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갈등하는 눈동자'는 보는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를 소개한다.
전 남편이 찍었던 아니 에르노와 어린 아들의 비디오. 그 비디오는 아들의 육아에 행복해하는 엄마로서 아니 에르노만의 모습이 담긴다. 하지만 아니 에르노는 시선을 응시받는 자에서 응시하는 자로 옮겨간다. 남의 눈에 비춰지는 자신이 아닌 자신이 자신을 응시하며 자신을 설명한다. 그 때의 자신을 솔직하게 응시하며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온전히 녹여내는 작가가 되어간다. 한 가지 방식으로만 자신을 보았다면 쓸 수 없었을 에르노식 글쓰기를 이게 맞는가 고민하며 갈등하며 시선을 자기 자신으로 옮겨 감으로 자신만의 글쓰기를 만들어간다.

또한 덴마크로 입양되었던 리 랑그바드 인터뷰를 통해 사회 구조적 죄악으로 어느 곳에서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던 구조에 의문을 제기하고 화를 내는 그녀의 책과 인터뷰 또한 그 시절 눈감았던 사회적 구조에 의문점을 던지며 발표하게 되었던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여자'라고 말하며 글을 쓰며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도입해간다.
『갈등하는 눈동자』에 수록된 그들은 갈등 속에 행동을 택한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음에도 '사랑하는 자'로 남는 걸 택하고 누군가는 애매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음에도 결국 재승부를 통해 패배하기도 한다.
그 행동들은 아마도 계속 변할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갈등과 고민 속에 행동을 택했지만 갈등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고민하며 또 다른 변화를 위해 자신을 던질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편집자인 김진형 편집자는 편집자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굳건한 눈동자를 가진 사람의 세상은 소란하지만, 갈등하는 눈동자를 가진 사람의 세상은 울창하다."
이 세상을 울창하게 만드는 건 확신이 아니다. 이 세상에 대해 끊임없는 갈등과 고민을 가진 사람만이 세상을 울창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진리를 이 책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