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철학은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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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작품 읽기를 함께 했던 벗들과 함께 문사철 100권 챌린지를 하고 있다. 


고명환 저자의 <고전이 답했다>에서 문학, 역사, 철학 600권 읽어보라던 저자의 글을 읽고 600권은 아니더라도 100권 정도는 해 보자며 새롭게 읽어나간다. 지난 시간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었고 이번엔 철학책인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였다.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이달의 추천책에 선정되었던 서동욱 교수의 책이다.

날씨를 바꾼다는 건 무슨 뜻일까? 


당신은 폭우로부터 가뭄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가? 

날씨는 천재지변에 속한다. 폭염과 한파와 같은 자연 재해는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영역에 손을 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바로 과학자도 아닌 '철학자'들이었다고 말한다. 날씨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그 답을 '생각'에서 찾는다.

우리는 날씨에 대해서 뭘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둠 속에서도 햇살처럼 켜져야 하며, 가뭄 속에서도 그토록 좋아하는 빗소리가 울려 퍼지는 우산 아래의 원형 극장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 모든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의 눈은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주어야 한다. 

9p 

세상을 살아가며 맞는 여러 날씨에 대하여 성숙과 견딤, 위안과 예술과 세월 네 분야에 걸쳐 저자는 어떻게 생각으로 우리의 삶의 날씨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비춰준다. 

  1. 성숙의 장. 


인간은 살아가면서 성숙해야만 한다. 성숙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날씨를 만들어낼 수 없다. 아이들이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듯 성숙하지 않은 사람은 폭우 속에서 가뭄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숙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 


저자는 폴 오스터의 <거대한 괴물>의 한 남성을 보여준다. 파티장에서 만난 여성을 만지고 싶어 우연을 가장하여 상황을 만들어 신체 접촉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은 우연이었다며 변명한다. 분명 그 행동의 본질에는 자신의 결단이 있었음에도 우리는 그 상황을 우연으로 가장하며 책임을 피한다. 





자신의 책임을 피하고 우연 또는 상황 탓으로 하는 이 시대를 보며 함께 한 글벗은 지금이야말로 '자기 기만의 시대'가 맞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을 국회 탓으로 돌리는 전 대통령, 비상계엄의 책임을 서로 돌리는 주역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 시대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하는 건 바로 자기 책임이었다. 먼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개인과 사회가 되어야만 성숙한 개인과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2. 견딤의 장 


세상을 어떻게 견뎌나가야 할 것인가. 그 장에 대하여 저자가 들려주는 천재와 바보로 사는 법의 예시가 흥미롭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을 가진 천재로 살면 좋겠지만 천재는 극소수이다. 그렇다면 천재로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는 모두 패배자인 것일까? 그럴 수는 없다. 저자는 반대로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처럼 바보로 사는 방법을 소개한다. 



사람들이 매달리는 기존 가치에 반응하지 않는 바보의 등장 자체가 

세상을 지배해온 그 가치들을 의문에 부치고 초라하게 만든다. 


세상의 가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믿는 것을 순수하게 쫓는 방법이 있다.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방법은 오히려 세상을 당황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보처럼 세상을 이길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벗은 믿음을 말했고 어떤 벗은 꾸준한 글쓰는 삶을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나에 대한 믿음이었다. 비록 세상은 나를 나이가 많고 어려울 거라 비웃더라도 그 가치를 초라하게 만들며 나를 끝까지 믿어주는 것이 내게 필요하다. 


바보와 같이 살기는 사랑과 맹세를 만들어내는 위안의 말로도 이어진다. 


3. 위안의 장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에서 저자는 폭우 속에서 가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여기에 답이 있다. 사랑한다고 말함으로서 사랑을 창조해내는 것. 맹세함으로서 맹세를 창조해내는 것을 말이다. 

사랑과 맹세를 말하고 지킴으로 현실이 되게 할 때 우리는 가뭄을 만들어 내거나 행복의 정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입 밖에 내고 기도나 주문을 입 밖에 냄으로서 우리를 구속하게 해야 한다. 믿는 것을 행동하고 지켜나갈 때 우리는 사랑도, 맹세도, 가뭄도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는 진정 날씨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건 결국 우리가 얼마나 성숙하고 견디어내며 서로를 위안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그 과정 과정을 견뎌나가며 삶의 조각들을 맞추다보면 우리 삶 속에 비추는 우울한 날씨들을 좀 더 환한 햇살이 깃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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