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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평점 :

시오타 다케시의 『존재의 모든 것을 』 은 1991년 일어난 '동시 유괴'사건의 흔적을 다룬다.
유괴 한 건만 해도 모든 경찰의 인력이 집중된다. 1991년 12월 11일 아쓰유키라는 한 남학생이 남성 2인조에게 붙잡혀가고 동시에 나이토 료라는 네 살 아이가 유괴된다. 경찰의 인력이 둘로 쪼개져야 하는 이 중대차한 시기, 가족과 함께 서울로 휴가를 떠났던 나카자와 센사키가 급히 돌아와 나이토 료를 찾는데 합류한다. 아무리 경찰을 믿는다하더라고 시간이 감에 따라 초조해진다. 유괴인의 연락을 받고 한동안 경찰 나카자와의 지시를 잘 따르던 나이토 료의 할아버지 시게루 회장은 이성을 잃고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게 된다. 그 사이 범인을 놓치고 사건은 결국 미궁으로 빠져들어간다.
사건은 사라진 나이토 료와 함께 미궁에 빠지고 3년이 지난 1994년 12월 14일. 잃어버린 나이토 료가 다시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나타난다. 3년간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 3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해당 기사를 취재한 기자이자 담당형사 나카자와와 절친한 사이인 몬덴이 그 3년의 공백의 진실을 밝혀나간다.
『존재의 모든 것을』을 읽다 보면 중요한 질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먼저 절친했던 나카자와의 의리를 위해 진실을 찾아나선 신문기자 몬덴의 처지와 몬덴이 이 마지막 취재를 하고자 하려는 이유가 대비된다.


먼저 한 지역의 지국장으로 기자 말년을 보내고 있는 몬덴은 구독율이 떨어지는 데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신문 구독 계약 해지의 사유에 많은 이유가 붙는다.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사, 생생함이 부족함, 너무 느리다라는 한국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사유들이다. 그럼에도 신문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취재하고자 하는 몬덴에게도 고령의 전직형사 후지시마는 묻는다.
왜 취재하려고 합니까?
사명감이나 부탁은 둘째로 기자의 본질인 전달하고자 하는 이유가 과연 본질에 합당한가?
신문이 존재할 이유와 기자가 왜 전달해야 하는가 그 두 가지의 목적이 맞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존재의 이유답게 존재할 때 그것은 존재의 가치가 있다.
이 사실은 나이토 료의 숨겨진 3년 진실에 밝혀진 노모토 다카히코라는 사실화 화가에게도 귀결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미대에 갔지만 미술계의 인맥에 담합하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든 시대. 예술의 세계라는 본질이 돈과 권력에 취해 있는 이 시대가 수많은 존재들을 사라져버리게 하는 모습을 소설은 담담하게 그려낸다.
어린 나이토 료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노모토 다카히코.
그는 사실화를 그리는 방법과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리려고 하기 보다 실제 있는 걸 정성스럽게 보고 주워 나가는 것.
기술 문명의 발달과 함께 존재의 가치가 사라지는 시대는 삶 속에서 존재의 모든 것에 대한 의미 또한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쉽게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사물을 볼 수 있음에도 시간과 공을 들여 존재를 부각해주는 '사실화'를 그린다.
몬덴이 취재를 하기 전 질문 또한 마찬가지였다. 왜 신문을 보아야 하는가? 그건 신문 그 존재의 의미를 더 드러내야만 한다.
인터넷으로 간단히 볼 수 있는 정보의 열람속에서 신문만이 주는 존재의 가치. 그 가치를 찾게 하는 게 신문기자 몬덴의 이유여야 했다. 그 본질에 맞게 죽을 때까지 사건을 쫓는 나카자와 센사키와 동료 형사들이 있었고 시대에 야합해 가는 미술계에서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고 그를 돕는 인물들이 있었다.
『존재의 모든 것을』 은 제목 그대로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존재의 의미대로 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