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사는 것.
그게 싫다는 오빠의 그 한마디에 내 마음이 무너져 버렸다.
『추리의 민족』이라는 책 제목과 표지에 실린 '범인은 여기요'라는 문구에서 우리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소설이 바로 배달 서비스에서 비롯된 소재라는 사실을. 코로나 이후 상승세를 탄 배달 서비스는 이제 우리의 삶에 깊숙히 자리잡은 문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책 '이렇게 사는 것' 은 무엇을 의미할까?
장편소설 『추리의 민족』 의 작가 박희종 소설가는 많은 배달 기사님들이 가장 속상해하는 말에서 소재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들을 때 가장 속상한 말이 무엇일까?
"잘 안되면 배달이나 하지 뭐."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배달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말. 그 소재가 되었던 이 말은 소설 『추리의 민족』 의 주인공 '온종일'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여자친구 다정의 같이 살래라는 프로포즈를 거절하게 만드는 구실이 된다.
취업이 잘 안 되서 배달하며 살아가는 게 싫다는 것이라는 그의 고백은 여자친구 다정에게 헤어지자는 통보처럼 받아들여진다.
소설 『추리의 민족』 은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인물들의 특성이 쉽게 드러난다.
다정의 남자친구이자 배달 라이더 '온종일' 은 온종일 다정을 생각하는 순정남,
'온종일'의 베프이자 소설을 끌고 가는 핵심 인물인 '정석'과 '순경'은 이름답게 정석대로 생각하는 사람이고 '순경'은 경찰 공무원 또는 각종 공무원에 목 매다는 공무원 수험생이다.
그리고 온종일의 여자 친구 '다정'은 말 그대로 다정함의 끝판왕 '다정'한 사람이다.
헤어지자고 했지만 사람 관계가 어디 칼로 무 썰기처럼 쉬운 게 아니다. 미련이 남고 붙잡을 수 밖에 없다. 온종일 또한 자신의 자격지심으로 이렇게 사는 게 싫다고 했지만 다시 한 번 빌고 싶다. 마침 여자친구가 시킨 배달 '봉이닭발' 주문이라니. 이건 다정이 다시 화해하자고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왠 걸.. 집에서 봉이닭발을 슬그머니 받아든 손은 명품시계를 찬 남자의 손이다. 그새 다정이 자신을 배신한 걸까? 다정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긴 걸까 생각하던 중 세 친구의 추리가 모여 위험을 감지한다. 다정이 위험하다. 그러니 이제 다정을 알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건져야 한다.
배달 라이더의 이야기이니만큼 추리도 배달 라이더들답게 풀어나간다.
배달 주문만 있으면 삼엄한 경비도 제재받지 않고 출입할 수 있는 점.
오토바이로 어디든 도로를 횡단할 수 있는 점.
라이더들이 힘을 합치기만 마을 수색은 식은 죽 먹기라는 점.
하지만 배달하는 이유만으로 받는 수모 또한 저자는 잊지 않는다.

오더 뜨면 배달이나 하는 애.
생각없는 존재.
나이 상관없이 반말해도 개의치 않는 존재.
사람들은 라이더들에 대한 무매너와 편견이 그들을 속상하게 한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당연하게 무시하고 편견을 대한다. 하지만 그들 또한 누군가를 위할 수 있고 그들만의 시스템으로 경찰들도 쉽게 못 하는 연합작전을 펼치며 다정을 구해낸다. 그러면서 소설은 말한다.
이래도 우리가 생각없이 배달이나 하는 존재냐고.
우리는 당연하게 무시 받아도 되는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걸 소설에서는 멋지게 보여준다.
시간을 중요시여기는 라이더들의 특성만큼 시간에 맞춰 도와주고
무전이나 전화로 지시를 받는 게 익숙한만큼세세히 듣는 라이더들의 특성만큼 사소한 말 하나도 신중하게 들을 수 있는 라이더들. 그들의 직업 노하우가 모두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텍스티에서 출간된 박희종 작가의 장편소설 『추리의 민족』은 배달 라이더들의 직업 특성과 함께 현대 문명기기의 기능까지 결합하여 추리를 풀어가는 미스테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사는 게 싫다"라고 말했던 종일이,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는 베프 정석과 순경.
그리고 함께 한 동료들을 위해서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놓지 않는 라이더들과의 연합.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임을 인정하는 힐링 소설이기도 하다.
장편소설 『추리의 민족』 을 보게 되면 앞으로 배달 오시는 기사분들을 다시 유심히 살펴보게 될 것 같다. 저 분들의 삶에도 소중한 사람이 있음을. 지키고 싶은 사연이 있음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