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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정 씨의 수상한 독서모임 - 소심한 나, 독서로 용기를 찾다
안은정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아이 셋 워킹맘. 자기계발을 시작했다.
자기계발을 시작하는 첫 단계는 모두 비슷하다.
첫째. 모임에 가입한다.
둘째. 책을 읽는다.
『은정 씨의 수상한 독서모임』의 저자 안은정 작가 또한 자기 계발의 첫 단추는 남들과 다르지 않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은정 씨'라고 말한 만큼 은정씨라고 부르기로 한다.)
은정씨가 선택한 모임은 자기계발의 일타강사 김미경 대표의 김미경 캠퍼스에 가입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김미경 대표의 동네 소모임 격려에 용기를 내어 지역모임에 참석했다. 그런데 웬 걸?
소심한 성격에 용기를 내었는데 모임 인원이 달랑 두 명. 애정씨와 은정씨뿐이다.
이러면 결정을 해야 한다. 이대로 Go? 아니면 Stop?
은정씨와 애정씨는 Go 를 택한다. 우리끼리 잘 해 보자고. 그렇게 얼떨결에 리더가 되어 독서 모임을 시작한다. 두 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어느 새 세 명이 되고 네 명, 점점 늘어나 '감성 살롱'이라는 독서 모임 6년차, 인문학 북클럽 '서가의 재회: 서재'를 운영하고 있다.
무엇이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무식하게 들이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식하게 들이댈수록 책은 내 것이 된다.
『은정씨의 수상한 독서모임』은 앞서 밝혔듯, 초보 독서가가 독서 모임 리더가 되며 모임의 멤버들과 함께 한 성장기이다.
독서 모임 애정씨와 은정 씨 단 두 명만 있는 모임이라 하더라도 리더는 리더이다.
모임을 이끌어가기 위해 은정씨는 더 깊이 더 많은 책을 이루어간다. 매일 책을 읽고, 필사하고, 두꺼운 벽돌책도 분량독서로 격파해 나간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읽어나가는 시간. 은정씨는 말한다.
무식하게 들이대었던 시간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무식하게 들이대는 시간'
내가 은정씨의 이 말에 적극 공감하는 이유는 나 역시 그러했기 떄문이다.
나 역시 쌍둥이 출산 후 산후 우울증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평, 리뷰라는 단어도 알지 못하고 블로그라는 게 뭔지도 몰랐던 나는 단순히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평이 뭔지도 몰라 서평으로 유명한 이웃 블로거의 글을 읽으면서 형식을 따라하고 필사도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써내려갔다. 이해하기보다 우선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 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써 나갔던 나는 어느 새 우울한 쌍둥이 워킹맘에서 '책 먹는 사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기간이나 양보다는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인 만큼 세상은 길을 내어 준다.
우리는 또한 질문할 수 있다. 왜 은정씨는 자신의 독서 모임을 수상하다고 했을까?
수상할 수밖에 없다.
독서 모임인데 단순한 독서 모임만 하지 않는다.
캘리그라피, 질문 카드, 낙서, 젠탱글 등등 여러 가지 활동들이 다양하다.
서로의 전문 분야를 발표하거나 사진을 찍어 글쓰기를 하며 다양한 활동들이 더해진다. 단순한 책 읽기 모임을 넘어 전인격적인 활동을 한다. 독서 모임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들로 활기를 더해가면서 독서 모임의 일원들의 시각 또한 확장되어간다. 책만 읽고 자리를 마무리하는 게 아닌 이제 삶을 나누는 독서 모임이 된다.
단 두명에서 시작된 모임. 바로 다음 달 계속할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했던 모임이 어느 새 6년차가 되고 있다. 끊임 없는 관심으로 지켜낸 독서 모임 리더의 자리는 브런치 작가로, 그리고 공저 작가로, 이제 어엿한 한 권의 개인책 저자로 연결되어 선을 그려간다.
나는 『은정씨의 수상한 독서모임』을 읽으며 <어린 왕자>의 여우의 말을 생각한다.
"무언가를 길들이지 않고는 그것을 잘 알 수 없지.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줘."
『은정씨의 수상한 독서모임』은 초보 독서가 은정씨가 책에 길들여지며 하나뿐인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이며 '감성 살롱'의 모임원들이 서로에게 길들어지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길들이기'는 쉽지 않다. 여우의 말대로 인내심도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 어려운 일들을 은정씨와 모임원들은 해내고 있고 여전히 길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녀들의 우정과 길들임이 눈부시게 부럽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은정씨의 개인책이기도 하자 이 수상한 독서 모임 멤버들의 공저 책이기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은정씨의 수상한 독서모임은 앞으로 계속 수상해질 것이다.
이 수상한 모임속에 은정씨도 모임원들도 함께 성장해간다. 아마 이 모임 10년 아니 20년도 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시간 속에 얼마나 더 성장해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