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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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에 대해서 회의론자이다. 

기후위기로 날로 늘어만가는 자연재해, AI로 점점 인간의 쓸모가 사라지는 듯한 현재,  좀처럼 끝나지 않는 전쟁, 인구감소 등 희망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두 아이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주지 못할 것 같은 부채감을 느낀다. 아이들이 학교 시간에 배워 오는 환경 운동등을 불러주면 아이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기성세대의 교육에 남 몰래 한숨을 쉬곤 한다. 


긍정적인 뉴스는 갈수록 희박해지고 부정적인 뉴스만 넘쳐나는 이 때. 나는 묻고 싶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희망이란 게 있을 수 있는가? 

우리는 과연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최진영 작가의 소설집 《쓰게 될 것》 에서도 미래가 그려진다.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 또한 미래의 모습을 낙관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첫번째 표제작 <쓰게 될 것>에서는 전쟁으로  배급나간 엄마를 대신해서 홀로 집에서 숨죽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썸머의 마술과학>에서 아빠는 투자 실패로 다툼이 늘어나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인다. AI 시대는 원하는 유전자를 선택하며 원하는 모습을 디자인할 수 있지만 인간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빼앗겨버린 시대의 모습이 그려진다. 기후 위기, AI, 전쟁 등.. 소설 속의 미래 모습은 나의 생각처럼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이 책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주목한다.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현실이 곱게 보일리 없다. 


<쓰게 될 것>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직장을 잃고 배급을 위해 매일 긴 줄을 선다. 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해결책 없는 답답한 상황을 호소한다. 그리고 으레 어른들이 말하는 말을 내뱉는다. 


"내 딸만 없었어도 나는 ……." 


현실이 더 지옥인 세상. 이 세상을 끝내고 싶지만 끝내지도 못한다. 어디 그 뿐이랴. 경제적인 이유로 맘껏 싸우고 싶지만 아이들이 볼까봐 카톡으로 싸우는 부모님의 모습. 원하는 모습만으로 살아가고 싶은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나를 마주한다. 


미래를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 

그 모습은 바로 내가 아니였을까? 


부정적인 시대를 그려가는 어른들의 모습은  체념형으로 비춰진다. 어쩔 수 없으니, 아이들을 키워야 하니 하루 하루 버티어 갈 뿐이다. 하지만 그런 삶은 무기력만 몰고 올 뿐이다. 


꿈 꿀 수 없는 미래.. 


이 소설에서 희망을 그려내는 부분은 바로 이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어린 아이들이다. 


전쟁으로 이제 하나뿐인 혈육 엄마마저 잃지만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

비록 홀로 전쟁 속을 살아가야 하는 신세이지만 그는 말한다. 신을 믿었던 할머니와 달리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돕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신이 되어주며 자신을 살게 했다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현실이 앞으로도 반복되겠지만 그 부조리를 이해하면서도 끝내 싸우겠다고 말이다. 



어른들이 만들어낸 경제적인 어려움과 기후 위기.. 

자신들이 이 위기를 만들어낸 당사자가 아님에도 피해를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 봄과 여름 (썸머), 

봄은 현실을 직시하며 부모님을 원망하지만 여름은 학교에서 배운 가르침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실천해가는 데 주력한다. 


동생 여름의 작은 실천들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봄에게 동생은 말한다. 


언니 말 들으면 내가 하는 일은 다 소용이 없어. 

배운 대로 하는 건데 눈치를 봐야 해.


마지막 단편 <홈 스위트 홈>에서도 가장 강력한 삶의 의지를 보이는 사람도 다름 아닌 암 말기 환자 주인공이다. 자신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찾고 수리하며 새로운 삶을 상상해간다. 엄마와 반려인 어진은 재발할지 몰라 두려워하지만 주인공은 오히려 땅에 떨어진 물품들을 주으며 옛 주인들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걸 상상한다. 다시 아플 수도 있고 병원에 실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한 살아 있는 걸 꿈꾼다. 


소설집 《쓰게 될 것》은 결국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준다. 


나는 질문한다. 


"이러한 시대에 희망이 있는가?" 


그 질문에 이 책은 명확한 해답을 준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고 꿈을 꿀 때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소설은 비록 퇴직 후 투자 실패로 손해를 보았지만 바리스타로 새롭게 삶의 후반전을 시작하는 아빠가 나오고 성공한 어른의 모습은 아니지만 자신답게 삶의 마지막을 마무리한 성인 유진이 나온다.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의 행위가 조그마할지라도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도와가는 사람들이 신이 되었듯 나와 우리의 행위가 이 암울한 미래에 신이 되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내가 완벽한 미래를 만들어주지 못하지만 내 행위가 조금이나마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 주기 위해서 다시 용기를 내어본다.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가 살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나는 다시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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