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친정에 왔다.

지난 4월에 엄마가 올라오시고 난 후 겨우 한 달이 지났는데 엄마의 모습은 많이 안 좋아 보인다.

더 굽은 허리,

질질 끄는 발걸음,

힘이 없는 손동작..

모든 동작들이 더 느려지고 더 불편하시다.

안타까운 건 그럼에도 엄마는 잠시도 쉬지를 못하신다.

자존심 강한 엄마는 남에게 자신의 증세를 보이기 싫어 그토록 좋아하시던 여행도 점점 꿈을 접으시고 외부 행사도 자제하신다.

그리고 자신이 건강하셨을 떄 처럼 살려고 노력하신다. 아니 안간힘을 쓰신다.

시간이 갈수록 엄마의 안간힘은 더욱 힘들어지고 엄마를 지켜보는 우리 가족은 모두 초조해한다.

이제 자신을 놓아주면 좋으련만 엄마의 안간힘은 계속되고 엄마는 자신의 몸을 더욱 힘들어하며 우리에게 원망을 쏟으신다.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는 자신의 몸을 어느 누군들 좋겠는가.

그럴 때 우리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바로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며 현재를 슬퍼하는 것이다.









김지수 기자와 나태주 시인의 인터뷰집 《나태주의 행복수업》에서 나태주 시인은 아내분의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었던 순간이 바로 시인이 죽을병에 걸려 병원에 있었던 6개월이라고 말한다.

홀로 배우자의 임종을 준비하며 장례식장을 알아보며 울었던 그 시간..

당연히 그 시간은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었던 순간들일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말한다.


산다는 건...... 말이지요.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거예요.

비참한 가운데 명랑할 수 있을까?

많은 남성들은 군대라면 돈을 줘도 가기 싫다며 몸서리치고 엄마들은 다시 힘든 출산을 하기 싫어한다.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몸서리치며 되돌리기 싫어한다.

하지만 나태주 시인은 말한다.

그 삶을 끌어안고 보듬으며 이것도 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삶.

뻔한 길도 애써 새롭게 대하고

오늘도 보고 내일도 보는 못생긴 남편도 잘생긴 사람 마냥 대하며

늘 내 곁에 있는 것들을 새롭고 감사한 눈으로 보는 것.

그것이 바로 비참한 가운데 명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비참할수록 명랑해져야해요.

알고 보면 새로운 길도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뻔한 길이에요.

그런데 그걸 새롭다고 해요.

비참을 알고도 뻔뻔하게, 명랑하게......

그게 우리를 울려요.



하지만 솔직히 나 역시 비참한 가운데 명랑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자신이 한없이 불쌍해 보이는 엄마에게 이 말을 권할 수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조금이라도 감사하고 명랑하게 사는 방법이리라.

평소에 감사하며 새롭게 보며 명랑하게 사는 연습을 할 때 진정 내가 비참해진 가운데서도 명랑해지는 방법을 시도하기 쉬우리라.

나 역시 나이가 쌓이며 삶의 무게가 점점 버거워진다.

연로하신 부모님, 늘어나는 아이들 교육비, 내 비전에 대한 고민, 체력적인 고민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명랑해지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인생을 더 뻔뻔하고 명랑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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