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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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SF 소설집 『화성과 나』는 암울한 미래를 전제로 한다.

지구의 상황은 기후 위기로 말미암아 지구의 미래는 점점 암울해진다.

디스토피아가 되어가고 있는 지구, 현실에 대한 피난처로 꿈꾸는 화성.

하지만 화성에서의 생활은 역시 만만치 않다.

절망하기 쉬운 미래, 과연 화성에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화성과 나』에 수록된 다섯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바쁘다. 아니 바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시작해야 한다. 공간을 짓고 행성을 관리도 해야 하며 기록도 해야 한다. 새로운 도시도 만들어야 하며 화성에서 먹을 수 있는 곡식도 만들어야 한다.

화성은 새롭게 시작하는 반면 지구의 상황은 점점 어두워진다.

<행성 탈출 속도>에서의 부산의 날씨는 이미 45를 넘나들고 폐허가 된다.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에서는 기상학자인 '나'는 점점 멸망해가는 지구의 상황을 지켜본다.

화성에서는 지구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하고 지구에서는 화성으로의 탈출을 꿈꾼다.

하루하루의 삶이 힘든데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런데 배명훈 저자는 다섯 편의 소설들에서 하나같이 말하는 게 있다.

바로 '회복력'이다.

 

화성인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뭘까요?

모험심? 호기심? 아니면 고집?

아니요, 의외로 회복력이에요.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예요.

 

『화성과 나』의 모든 이야기를 '회복력'이 끌고 간다.

화성에서의 삶은 공기도 적고 불모지가 많기에 삶에 제약이 많다. 임무를 수행하러 갔다가 사고로 죽는 사람도 많고 모래 폭풍이 불면 아지트에 들어가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피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생각한다.

우리들은 화성인이다. 우리는 반드시 회복한다.

내가 없어도 다른 누군가가 대신 이어가며 회복해간다. <붉은 행성의 방식>에서의 이지요는 우주선 동지를 잃었지만 친구의 일을 이어받아 임무를 완성해간다. <나의 사랑 레드벨트>는 화성에서의 삶을 사랑하기에 엄청난 이익과 자신의 직업의 혜택을 포기하며 화성에서의 모습을 택한다.

비록 헬멧을 쓰고 다녀야 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또 다른 문제점이 남는다.

지구는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이 위기 속에서 지구의 삶은 종말만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그냥 가만히 마지막을 생각하며 슬퍼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김조안과 함께하려면>에서 말해준다.

헤어진 옛애인 김조안. 그녀는 홀로 화성으로 떠나고 기상학자인 '나'는 매일 화면에서 지구와 화성의 모습을 관찰한다. 빈번해지는 자연재해, 매일 들려오는 어두운 소식. 지구의 모습을 본다는 건 고통이다. 마침내 가장 적극적이던 기상학자마저 죽고 말고 정말 이게 끝이구나 하는 절망감이 팽배한 이 때 김조안이 지구에 돌아온다.

멸망해가는 지구와 함께 하기 위해. 아니 꺼져 가는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김조안이 돌아왔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화성에서의 업적을 버리고 다시 돌아온다.


<행성 탈출 속도>에서도 누군가는 지구의 지긋지긋한 삶이 싫어 화성으로 도망치듯 오고 누군가는 화성에서 지구로 건너온다. 자신들만의 지옥에서 탈출한 그들, 함께 하고 싶지만 이들에게는 어마어마한 거리가 존재한다. 함께 할 수 없음에 절망하지만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기를 택한다.


모든 인물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고민한다. 화성은 모든 게 다르기에. 화성은 모든 게 쉽지 않기에.

하지만 이들은 '절망' 대신 '회복'을 선택한다. 화성에서 간장 게장이 안 될 걸 알지만 시도라도 해 고 자신의 약점이 들통나면 자신의 직업을 빼앗길 걸 감수하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삶을 지키는 걸 택한다. 곧 헤어져야 할 것을 알기에 헤어지느니 순간이라도 사랑하는 걸 선택한다.


왜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가?

왜 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순간이라도 회복할 것을 주장하는가?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이기고 있기 떄문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를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희망을 말한다.

그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네 번째 소설 <행성봉쇄령>이다.

지구에서의 미사일 폭격 위험 앞에서도 사랑하기로 택한 나나와 정우연처럼

비록 화성과 지구 멀리 떨어져 만날 수 없어도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기로 하는 채라와 나처럼

멸망해가는 지구를 위해 화성에서 지구로 돌아온 김조안처럼 끝까지 모든 인물들은 삶을 선택한다.

좌절하지 않고 회복을 선택하며 삶을 이어간다.

 

무슨 일을 겪어도 화성인은 반드시 회복하거든요.

 

맞다. 우리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가 좌절하지 않는 한 우리는 회복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제 유엔에서 내년의 지구 온도가 3도 가까이 상승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구는 이대로 끝인 건가라는 생각에 암울해지고 오염수로 우울한 이 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화성과 나』 소설은 내게 분명히 말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고. 그래도 이대로 끝장이라고 좌절하지 말자고.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또 다른 미래가 만들어질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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